며칠 전 생활인권부장이 얼굴이 하얘져서 교무실로 급하게 달려왔다.
"학교폭력이요, 학교폭력!"
숨이 차서 제대로 말을 잇지도 못하면서 학교폭력이란 말만 계속 몇 번을 반복했다. 아직 등교 개학도 하기 전인데 학교폭력이라니 정말 기가 차고 너무 황당했다.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며칠 전 놀이터에서 여자아이들과 남자아이가 놀면서 일어난 일이라고 한다. 담임선생님들은 아직 아이의 얼굴도 모르고 전화통화는 자주 했지만 한 번도 만나보지도 못한 상황이다. 코로나 때문에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창인 요즘인데 왜 놀이터에서 놀다가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너무 속이 상했다.
담당부장님은 성실하면서 일이 빈틈이 없는 분이신데 학교폭력은 처음 처리해보신다고 한다. 마음이 여린 분이라 피해자 가해자 학부모를 응대하는데 무척 어려워하는 눈치이다. 이런 일이 터지면 대부분 피해자는 피해자대로 가해자는 가해자대로 할 말이 너무 많고 자신들이 받은 상처와 피해만을 강조하면서 상대방을 비방하기 일쑤이다. 그래서 항상 학교폭력은 처음에는 아이들끼리의 갈등으로 시작했다가 나중에는 부모들의 걷잡을 수 없는 감정싸움으로 번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결국은 아이들은 서로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장난치면서 같이 노는데 부모끼리의 얽힌 감정싸움으로 결국엔 법정싸움으로까지 가는 경우를 종종 봐왔다.
학교폭력 담당 부장님은 그 날은 퇴근도 못하고 저녁 늦게까지 가해자와 피해자 학부모와 상담을 했나 보다. 그리고 목격자 학생들의 진술 확인과 가해자 학생의 진술 확인과 상담까지 지친 모습이 보기에 안쓰러웠다. 그리고 너무 마음이 여려서 가해자와 피해자 학부모가 분노에 차서 학교 측에 쏟아내는 말들을 감당하는 것이 버거워 보였다.
"부장님! 학교폭력 처음이세요?"
"네, 제가 처음이라..."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학교폭력에 잔뼈가 굵은 사람이에요... 저한테 기대세요."
오늘 피해자 학부모와의 면담에도 같이 동석해주마 하고 안심을 시켰다. 그리고는 점심시간 후 피해자 학생과 부모님과의 면담이 있었다. 바쁘신 와중에도 어머니와 아버지 두 분 다 오셨다. 그리고는 자신의 억울함과 가해자 학부모에 대한 서운함을 한 시간 동안 계속 말씀하셨다. 그리고 학교 측에 대한 끊임없는 요구사항!
"아버님! 바쁘신 와중에도 이렇게 시간 내서 와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아버님! 얼마나 속상하셔요? 아버님 마음 너무 잘 이해합니다. 학교도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잘 말씀드려서 한 시간 동안의 긴 면담을 마무리했다.
보통 학교폭력이 일어나면 담당교사는 업무 마비가 온다. 아무것도 못하고 거기에만 매달려야 한다. 피해자, 가해자 면담부터 시작해서 목격자 면담까지, 그리고 피해자, 가해자 학부모 면담과 수시로 이어지는 전화통화! 학생들의 학습권 보호를 위해 면담은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만 할 수 있게 되어 시간을 쪼개고 쪼개서 학생들을 면담해야 한다. 작년에 학교폭력 담당교사는 자신이 트라우마에 걸릴 것 같다고 했다. 전화기에 대고 학부모가 폭언과 상대방에 대한 지속적인 비방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거의 10년의 노력 끝에 올해부터 학교폭력 대책 자치회 업무가 교육지원청으로 넘어갔다. 그러나 교육지원청으로 가기 전까지 학교에서 사안을 조사해야 하기 때문에 그것 또한 만만하지 않다. 정말 힘들다~~ 모든 것들이 원만하게 해결되기를 바란다~~
사진출처 : https://blog.naver.com/odisk11/901532037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