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출근길이었다. 우리 학교 신규 선생님이 자기 키만한 인형을 안고 출근하는 것이었다. 그것도 남자 선생님이!
"어, 인형이네요! 이거 들고 출근하신 거세요?"
"네. 집에서 가지고 왔어요. 컴퓨터 할 때 이 인형 안고 하면 엄청 편하거든요!"
"우와, 귀엽네요."
선생님은 커다란 인형을 양팔 가득 안고 교실로 향하는 계단을 성큼성큼 올라갔다. 키도 크고 덩치도 큰 선생님이 인형을 안고 출근하는 모습은 좀 우습기도 하고 귀엽기도 했다. 거기다 커다란 모찌 인형을 끌어안고 컴퓨터를 하는 모습을 상상하니 그건 더 우습고 귀여웠다.
또 얼마 전에는 그 신규 남자 선생님이 교무실로 들어와서는 실무사선생님에게 들뜬 목소리로 물어본다.
"우리 반에 전학생 온다면서요? 언제 오나요? 아, 내일부터 온다고요. 네"
실무사선생님과 열심히 이야기를 하다 은근슬쩍 내 쪽으로 슬금슬금 오더니 방실방실 웃으면서 이렇게 말한다.
"교감선생님! 제 생애 전학생이 처음이라서요. 너무 떨려요!"
나는 뭐라고 대답해줘야 할지 잠시 생각했다. 이제 겨우 경력 1년 차인데 처음인 게 당연하지. 전학생이 오면 학급 학생수가 늘어나서 더 안 좋을 수도 있는데. 그게 그렇게 기쁘고 막 떨리는 일은 아닐 텐데. 빛의 속도로 여러 가지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다.
"그래요? 전학생 와서 좋겠네요. 여학생이에요?"
"아뇨, 아직 만나보지는 못해서 모르겠어요."
"축하해요!"
나도 선생님의 말에 공감해주면서 씩 웃어주었다.
그다음 날 제주도에서 전학생이 왔다. 그 학생도 건장한 체격의 남학생이었다.
"엄마, 남자 선생님이야? 여자 선생님이야?"
작은 목소리로 물어보는 소리가 들렸다.
"남자 선생님이셔!"
내가 살짝 귀띔해줬다. 아이와 엄마는 얼굴이 환해지면서 기뻐했다.
"얘가 이번에도 여자 선생님이겠지? 하면서 포기하고 있었거든요. 남자 선생님 못 만나봤다고요."
초등학교에서 남자 선생님은 귀한 존재다. 그것도 신규 남자 선생님은 더 귀한 존재다.
올해 2월 교육지원청에서 전출입 교사 명단을 확인하고 있었다. 인사 담당 장학사님이 나를 급하게 찾는 것이었다.
"네, 장학사님!"
"여기 이번에 오시는 000 선생님은 바로 휴직 들어가신다고 하네요."
"네~~"
"기간제 교사 채용하셔야겠네요."
교감에게 가장 힘든 일은 기간제 교사와 시간강사 채용이다. 선생님 중 한 명이 갑자기 상을 당했다거나 아프다거나 할 때 바로 시간강사를 구해서 수업의 결손이 없도록 만들어주는 것이 교감의 또 다른 능력 중의 하나로 여겨진다. 그런데 우리 학교로 전입 온 선생님이 얼굴도 모르는 채 바로 휴직을 들어가다니.... 하는 수없이 채용공고를 내고 기다렸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지원자가 모두 남자 선생님들이었다. 그 귀하디 귀한 남자 교사가 3명이나 면접을 보러 왔다. 그중 한 명이 지금의 귀여운 신규 선생님이다. 면접 때도 그 특유의 방글방글 웃음을 지으면서 묻는 말에 또박또박 대답을 잘하였다. 그리고 다른 학교에서 기간제 교사 경력도 1년 있고, 중간에 발령이 나서 떠날 염려도 없어 이 선생님을 채용하기로 했다. 재작년에 교대를 졸업하고 올해 임용고시에 합격했다고 한다. 우리 큰 딸보다 한 살이 많다. 벌써 든든한 직장까지 구해서 다니고 남의 아들이지만 내 아들처럼 대견하고 자랑스럽다. 그런데 애교까지 많아서 나에게 가끔가다 와서이렇게 귀여운 어리광을 부려준다.
오늘은 여름방학 계획을 세우면서 방학 동안 근무할 선생님의 희망을 받는 중이었다. 메신저로 물어봐도 될 내용인 것 같은데 4층에서 2층 교무실까지 그 신규 선생님이 뽀로로 내려와서 또 물어본다.
"아이고, 숨차! 4층에서 2층 내려오는데도 숨이 차네요! 제가 여름방학 때 근무조 신청하면 안 될까요?"
아주 진지한 얼굴로 어려운 부탁을 하듯 물어본다. 겨울에 있는 석면공사 때문에 여름방학이 일주일밖에 되지 않아 누구도 선뜻 근무하겠다고 나서지 않는 상황이었다.
"5일 동안 다 하실 건가요?"
농담으로 물어보았다. 얼굴이 빨개지면서 한참을 망설이더니
"아뇨, 이틀만 할게요!"
교무부장과 나는 순진한 선생님의 말이 너무 귀여워 웃음을 터뜨렸다. (하루만 신청해주는 것도 고마워요, 선생님!) 아직 때 묻지 않은 순수한 모습의 선생님이 너무 귀엽다.
생전 처음으로 전학생을 맞이한다고 들떠서 나에게 자랑하는 선생님을 바라보며 나를 되돌아본다. 나는 전학생이 온다고 하면 표시는 못 내지만 속으로 한숨이 났는데, 정말 아이들을 사랑하는 선생님이시구나! 신규 선생님에게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에 대해 한 수 배운다. 신규 선생님이지만 아이들에 대한 사랑에서는 나보다 한참 고수다. 언제까지나 지금의 밝고 순수한 모습과 아이들을 사랑하는 초심을 잃지 않기를 바란다.
*모찌인형: 요즘 유행하는 대형 인형, 시바견 닮은 인형이 인기가 많음(신규선생님이 정보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