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상시 나는 합리적이며 인자한 관리자가 되기 위해 노력해왔다. 나의 더러운 성질 머리도 학교만 가면 죽이고 항상 겉으로는 천사의 얼굴을 하였다. 좀 기분 나쁜 일이 있어도 절대로 화를 내지 않고 이성적으로 대하려 노력하였다. 항상 안테나를 세워 나에 대한 선생님들의 평을 들었고 결론은 평이 그리 나쁜 편은 아니다 였다. 아니 좋은 편이었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었다. 그런데 어제 나의 이런 생각들이 나만의 착각이었음이 여지없이 드러났다.
어제 아침에 1학년 선생님이 교무실로 들어와서는 대뜸 나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원격수업 지도사 우리 학교에서는 왜 안 구해주시죠?"
원격수업 지도사는 코로나 때문에 생긴 용어이다. 코로나로 대부분 집에서 온라인 수업이 이루어지는 요즘, 맞벌이 가정 자녀들을 위한 긴급 돌봄 운영을 도와주기 위해 학교에서 고용할 수도 있다고 교육부에서 허용한 직종이다. 원격수업으로 인한 맞벌이 가정들의 원성을 막기 위해 긴급 돌봄을 급조해서 교육부가 시행하도록 했다. 그러자 학교에서는 긴급 돌봄을 운영할 인력이 없다고 목소리를 내자 또 급조해서 교육부가 만들어낸 직종이 바로 원격수업 지도사다.
원격수업 지도사는 노동법에 따른 무기직 전환을 막기 위해 주 14시간 근무에 시간당 만원의 수당을 받는 직종이다. 주 14시간 근무이기 때문에 하루에 3시간에서 4시간만 일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긴급 돌봄 한 학급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원격수업 지도사 2명을 고용해야 한다. 또 코로나로 인해서 긴급 돌봄 한 학급 당 권장 학생 수가 10명 이하이기 때문에 원칙대로 하자면 우리 학교에는 긴급 돌봄 두 학급에 지도사 4명을 고용해야 하는 처지였다. 하지만 원격 지도사 고용에 따른 수당은 학교운영비에서 조달하라는 공문이 내려왔다. 학생 수가 1,000명이 넘는 큰 학교에서는 여윳돈이 있어서 가능할지 몰라도 우리 학교처럼 예산이 한정된 작은 학교에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긴급 돌봄을 신청하는 학생들을 각자 담임 선생님이 각 교실에서 데리고 있으면서 지도하기로 했다. 그런데 여기에 대한 이의를 선생님이 정면으로 제기한 것이다. 교무실에는 실무사 선생님이랑 보는 눈과 귀가 많기 때문에 알았다고 논의해보겠다고 하고 교실로 일단 돌려보냈다. 그리고는 조용히 선생님반으로 찾아갔다.
"선생님! 힘드시죠? 뭐가 힘드신가요? 어떤 점이 힘드시죠?"
평상시처럼 하루 종일 30명 가까이 되는 아이들을 데리고 수업을 하는 것도 아니고 고작 일주일에 한 번 등교 수업을 진행하는데 어떤 점이 힘든지 정말 궁금하였다. 원격수업 준비하는 것이 뭐가 그리 힘든지 정말 구체적으로 알고 싶었다. 생각 같아서는 여기저기서 자료를 다운로드하여 탑재하면 고만이지 않냐고 말하고 싶었다. 그런데 고작 반 학생 다섯 명을 돌보는 것이 그렇게 힘든가? 이해가 안 간다고 말하고 싶었다.
아마 나의 생각들이 고스란히 전달되었나 보다. 나의 말투에서 나의 행동에서 나의 속마음이 다 들통이 난 모양이다. 선생님이 내 앞에서 울기 시작했다.
"교감선생님이 뭐가 힘드냐고 물어보니까 너무 무서워요!"
하면서 어린애처럼 흐느껴 운다. 난감하다. 젊은 선생님과 나의 생각과 가치관은 너무나 달랐다. 나도 문재인 대통령이 추천했다는 '90년대생이 온다'라는 책을 진작에 읽지 않은 것이 후회가 되었다.
학교의 궁핍한 사정을 설명하고 교장선생님과 의논해보겠다고 했다. 그러나 학교의 사정보다는 자신의 힘든 상황이 더 우선인 것 같았다. 도저히 아이들을 돌보면서 원격수업 준비를 할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알았다고 해결방안을 찾아보자고 달래고는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교실을 나왔다.
1학년 부장님에게 원격수업을 어느 정도로 준비하는지 물어보았다. 1주일에 동영상을 2-3회 정도 촬영하고 편집한다고 했다. 힘들다고 해서 줄인 것이 이 정도란다. 동영상 수업 촬영과 편집은 시간과 기술이 요하는 고된 작업이다. 나는 인터넷에서 자료를 검색해서 탑재하는 정도로 원격수업을 생각했는데 그것이 큰 오산임을 깨달았다. 선생님들은 혼신의 힘으로 원격수업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참다 참다 나에게 달려온 것이리라! 하필이면 그 반이 긴급 돌봄 신청 학생들이 가장 많아서 다섯 명 정도는 매일 나오고 있었던 것이다.
교장선생님, 교무부장과 이 사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머리를 맞대고 의논했다. 우선 교무부장에게는 긴급 돌봄 신청 학생이 가장 많은 1학년과 2학년 선생님들끼리 모여서 문제점과 해결방안을 논의해보라고 하였다. 교장, 교감이 말하면 지시라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에 교사들끼리 수평적인 관계에서 허심탄회한 생각들이 오갈 수 있도록 했다. 논의 결과 결론은 다른 선생님들은 그렇게 어려워하지 않는데 유독 그 반만 학생들이 많아서 힘든 것이었다. 그래도 선생님들끼리 학교 사정을 이야기해서 그 선생님도 일단 수긍은 하셨다고 한다. 교장선생님도 교육청에 원격수업 지도사 채용에 따른 예산 지원이 가능한지 알아보시겠다고 했다. 정 안되면 교장, 교감이라도 하루씩 돌아가면서 학생들을 돌보자고 하셨다.
미리미리 선생님들이 원격수업과 등교 수업을 병행하면서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알아보지 못한 나의 잘못이 컸다. 원격수업이 뭐가 그리 어려울까 생각한 나의 선입관이 잘못이었다.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학년초에 진작 했을 교사와의 간담회도 올해는 가지지 못했다. 그래서 서로 얼마나 힘든지 어떤 애로사항이 있는지 이해하고 대화할 시간이 없었던 것도 오늘 사태의 큰 원인이란 것을 깨달았다. 조만간 학년별로 간담회 일정을 잡기로 했다.
오늘 일을 계기로 좋은 교감이 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새삼 깨닫는다. 선생님께 인정받고 존경받는 교감은 못 되더라도 꼰대는 안되려면 그들의 눈높이에서 그들의 생각과 의견에 항상 관심을 가지고 귀 기울여야 함을 절실히 깨달았다. 나는 아직 갈 길이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