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농부가 되다

by 빈땅

도시농부가 되었다.


도시농업법 2조에 따르면 도시농업이란 도시지역에 있는 토지, 건축물 또는 다양한 생활공간을 활용하여 농작물을 경작 또는 재배하는 행위를 말하며, 도시농업인은 도시농업을 직접 하거나 관련되는 일을 하는 사람을 말한다고 한다.


이런 법을 통해 정부에서 도시농업을 육성하고 있는지도 처음 알았지만, 시골에 내려가지도 않고 내가 농부가 될 수 있다니 신기할 따름이다.


도시농부학교에서는 계절과 절기에 따른 일정에 맞춰 평일 저녁에 이론 강의를 하고 토요일에는 공동 텃밭에서 실습을 진행한다. 학생들은 대부분이 5~60대 분들이나 간혹 나와 같은 40대도 있다. 어디 가서 막내 되기가 쉽지 않은 나이인데, 여기선 나도 남자 막내라 귀여움을 종종 받는다.


매년 4월부터 10월까지 진행되는 도시농부학교 수업 일정은 아래와 같다.


- 감자심기, 밭 만들기, 쌈채소 씨앗 파종

- 도시농업이란?

- 작물 재배법과 이해

- 작물 계획과 텃밭 설계

- 작물 관리, 밭 만들기, 옥수수씨 파종

- 작물(모종) 식재

- 유기농 텃밭 가꾸기

- 생태 병해충 예방과 자연농약

- 거름 만들기(이론)

- 자연농약 만들기 실습

- 고구마 심기

- 포도알 솎기

- 감자 수확 및 포도봉지 씌우기

- 농업기술센터, 농기계임대센터 견학

- 김장용 작물 재배법

- 무 파종, 배추 모종 만들기

- 토종 종자

- 관리기 작동법 배우기, 배추 심기

- 겨울작물(마늘, 양파) 재배법

- 가을 갈무리와 가을밥상, 김장 담그기

- 텃밭에서 자라는 풀의 이해

- 도시농업 선진지(홍성 외) 견학, 채종법

- 고구마 수확 및 텃밭 갈무리


다양한 내용들로 알차게 구성되어 있고, 이수 후에는 수료증도 발급된다. 시간으로 치면 모두 100시간이 넘는데 이는 대부분의 귀농지원 정책들이 '귀농교육 100시간 이상 이수'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 내가 '귀촌'도 아니고 실제 '귀농'을 할지는 알 수 없지만, 도시에 거주하며 귀농을 준비하시는 분들에게는 안성맞춤인 듯하다.


주 1회 이론 강의를 듣고 주말마다 텃밭에 나가 밭을 만들어 씨앗을 심고 작물을 키우며 수확까지 하다 보니 어느새 나도 초보 농부가 다 되었다. 이제는 시간 날 때마다 텃밭을 찾아 작물들의 생장을 관찰하고 기록까지 한다. 당장 내년에는 어떡해야 하나 싶어 주변의 땅을 알아보거나 텃밭 분양정보를 종종 검색하고.

잡초제거.jpg

그렇다고 모든 게 좋을 수만은 없다.


얼마 전 장마가 가시고선 도시농부학교 동기분들과 하루 날을 잡아 고구마밭 잡초를 제거하러 나섰는데, 아뿔싸 한 시간 만에 녹초가 되었다. 더위를 먹었는지 그날은 하루 종일 빌빌대며 일어나지도 못해 아내에게 잔소리만 잔뜩 들었다. 대체 뭐 하는 거냐고...


호미명상이라고 해서 호미질을 오래하다 보면 명상과도 같은 효과가 있다는데, 나에게는 어림 반푼 어치도 없는 이야기다. 작은 텃밭에서도 이럴 진데, 전업농은 꿈도 못 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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