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에 가다 3
아이를 다국적 어린이집에 보내며 관찰해 보니, 역시나 문제는 한국어와 영어의 균형적인 발전이었다. 어린이집을 다녀온 후 집에서 영어를 사용하지 않았던 처음 1년간은 한국어가 뒤처진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는데, 1년이 지나 만 3세가 된 시점부터 영어 비중을 높이기 시작하니 영어 사용이 유창 해지는 동시에 한국어 발달이 지체되는 게 확연히 보이기 시작했다.
어차피 그곳에서 평생 살 것도 아니고 지금 한국어 발달이 뒤처지면 문제가 되겠다 싶어, 엄마와 아이만 예정보다 좀 일찍 유치원 입학에 맞춰 한국으로 돌아왔다.
오래 있어도 문제다.
현지에서 보고 또 이야길 들어보니 많은 한국 친구들이 영어, 한국어를 균형 있게 발달시키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외국으로 나와 자녀를 국제학교에 보낸 부모들 중 일부는 자식들의 영어 몇 마디에 우선은 우쭐할지 모르겠지만, 국제학교에 오래 다닌 친구들도 영어 실력이 부족해 방과 후 ESL(English as a Second Language, 외국어로서의 영어) 수업까지 따로 들어가며 겨우 수업을 쫓아가는 수준이라니... 이도 저도 안되면 한국으로 돌아올 수도 없고, 이래선 낙동강 오리알 되기 십상이다.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사촌 언니와 한 3개월 붙어 지낸 후 유치원에 입학하고 나니 더 이상 한국어가 뒤처진다는 생각은 하지 않게 되었다. 모국어라 그런지 이건 뭐 순식간에 해결됐다.
그런데, 어라?
유치원에 들어가 한국어에 무한정 노출이 되고 나니 영어를 안 하려고 한다. 영어 애니메이션도 보지 않으려 하고, 아빠, 엄마가 영어로 이야기해도 한국어로 대답해 버린다. 여기저기 한국어만 들리고 영어는 들리지도 않으니 거부감이 들 수도 있겠다만, 어떻게 잡은 기회였는데...
이 때는 또 '이거 말짱 도루묵 되는 거 아냐?' 하는 걱정이 들었다. 사람 마음이란 참;
유치원에서는 웃지 못할 일도 있었다.
입학 후 얼마 되지 않은 어느 날 아이가 바지에 실수를 했는데... 담임 선생님 왈, 아이가 자꾸 '피', '피', 하길래 어디 피가 나나 살펴봤는데, 그건 아니었고 화장실에 가고 싶단 얘기였단 걸 뒤늦게 알았다고... 쉬야를 영어식으로 자꾸 피(pee)라고 이야기를 하니, 담임 선생님도 못 알아듣고 챙겨주지 못했다는...
그래서? 한국어에 대한 노출은 충분할 테니 집에서라도 영어에 노출되는 비중을 다시 늘려 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