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한국에서만 자랐다면 어떻게 했을까?
지난 몇 년간 다양한 방식을 시도하며 아이를 관찰해 보니, 해외에 나가지 않았더라도 다음 몇 가지 방식은 분명히 시도했을 듯하다.
영어에 대한 아이의 관심을 유도하고 자연스럽게 노출시키는 데는 영어 애니메이션을 보여주는 게 최고가 아닐까? 책에서 언급한 다양한 애니메이션(Peppa Pig, Doc Mcstuffins, Paw Patrol, Whisker Haven, My Little Pony 등) 외에도 요즘은 Netflix나 Disney와 같은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그야말로 다양한 종류의 동영상에 접근할 수 있으니 그 어느 때보다 이상적인 환경이다.
어리면 어릴수록 거부감이 없을 테고 머리가 굵어지면 굵어질수록 거부감을 보이는 아이도 있을 텐데, 이 경우에는 각 가정의 특성에 맞춰 적절한 대화를 통해 당근을 제공해 주면 좋을 듯.
여기에 앞서 언급한 토도 영어(에누마 제작, 모두의 영어유치원) 애플리케이션을 함께 다운로드하여 사용하게 해 준다면, 아이가 기초부터 차근차근 영어를 재미있게 배워나갈 수 있지 않았을까?
한 단계 더 나아가, 부모가 아이에게 영어로 말을 건다면 '어,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이상한 말로 우리 엄마, 아빠가 말을 하네? 저게 무슨 말이지? 무슨 뜻이지?'하고 아이는 더 관심을 보일 것이다.
내 아이 앞에선 어느 것 하나 부끄러워할 필요도 없다. 남이 아닌 배우자 앞에서 마저 민망함이나 부끄러움을 느끼는 사람도 아이 앞에선 춤이나 애교가 장난이 아니다. 춤도 추고, 노래도 하고, 방귀도 뀌고. 영어라고 다를 게 없다. 서투르더라도 걱정 말고 아이와 함께 배운다는 생각으로, 일어나(wake up), 그만해(stop)와 같이 일상적이고 쉬운 표현부터 시도해 보자.
더 좋은 건 페파 피그와 같이 실생활에도 유용한 애니메이션을 함께 보고, 따로 스크립트(대사)만 영어로 찾아 공부해 보는 것. 거기 나온 대사 중 유용한 표현을 찾아 아이에게 사용해 보고, 애니메이션을 반복적으로 시청한다면 아이뿐만 아니라 엄마, 아빠의 영어 실력도 같이 성장할 수 있다.
영어가 어느 정도 가능한 부모라면, 엄마, 아빠가 영어로 서로 의사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더 금상첨화! 처음에는 낯 간지럽고 많이 어색하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이것도 익숙해질 것이다.
많이들 고민하는 영어 유치원의 경우에는, 해외로 나갈 기회가 없었더라도 왠지 보내지 않았을 듯하다. 여기엔 우리 부부의 의견이 일치하는데, 우선 매월 150~200만 원이나 드는 돈을 들여 과연 얼마나 큰 효과를 볼 수 있을까를 확신할 수가 없다. 차라리 그 돈을 모아 아이가 성장한 후 장기간(6개월 이상)의 어학연수나 여러 번의 해외여행 등의 형태로 지원해 주는 게 아이가 스스로 학습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현명한 방식이라 생각한다.
사실 영어는 특별한 능력이 아니다. 누구나 영어에 완벽하게 노출되는 환경에 놓이게 되면 어떻게든 하게 된다. 그런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이 있기 때문에, 현재의 영어 능력에 차이가 있을 뿐. 내일 당장 미국이나 캐나다로 해외 발령을 받아 나간다고 생각해보자! 영포자도 할 수 있다, 그까짓 영어.
가장 걱정되는 건 한국어와 영어의 균형적인 발전. 둘 모두에서 뛰어난 능력을 보이며 오히려 부모를 자랑스럽게 만들어주는 아이도 있을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친구들이 더 많지 않을까? 최승필 님의 '독서머리 공부법'이란 책에 잘 나와있는 것처럼, 학년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중요해지는 건 영어가 아니라 우리말을 읽고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다. 한글을 읽을 수 있다고 모두가 지문을 이해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세종대왕님 덕분에 우리나라 문맹률은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0.2%)이지만, 의외로 문해력은 상당히 낮다. 몇 해 전 대학을 졸업한 고학력자들의 문서 독해능력을 비교한 국제성인문해조사에서 우리나라는 258.9점으로 조사 대상인 22개국 중 꼴찌를 기록했다. 한국어는 누구나 읽을 수 있다. 외국어로 한국어 자/모음을 익힌 외국인들도 1~2주면 다 읽는다. 그만큼 쉽다. 하지만, 제대로 이해하느냐? 는 다른 문제다.
*문맹률은 문자 해독이 안 되는 사람의 비율이며, 문해력은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
당장 아이가 영어 몇 마디 한다고 으쓱하기에는 미래가 너무 멀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