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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땅 Apr 30. 2021

알아가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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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의 항구도시이자 휴양도시인 시하누크빌로 2박 3일간 출장을 다녀왔다. 


현재 UNDP에서는 NCDD(National Committee for Sub-National Development Planning, 국가균형발전위원회)와 함께 캄보디아 행정구역 중 최하위 단위인 꼬뮨(Commune) / 쌍갓(Sangkat) 수준에서 개발계획(5년)과 투자계획(3년) 수립 시에 '기후변화'를 주류화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준비 중인데, 이번 출장은 이에 대한 논의를 위한 핵심 그룹 미팅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회의 자체는 대단히 생산적이고 활발한 토론이 오고 갔다. 계획부나 여러 지방정부에서 기획 업무를 담당하는 분들이 대부분이었는데, 다들 어찌나 참여율이 높고, 발언 하나하나에서 전문성이 묻어나는지... 다시 한번 감탄했다. 가이드라인을 작성하는 독일인 컨설턴트 분과 나를 제외하면 모두 캄보디아분들이었는데, 순간 굳이 왜 국제 컨설턴트에게 일을 맡겼을까 하는 의문도 들었다. 쉬는 시간 ADB(아시아개발은행) 현지인 직원과 잠깐 대화할 기회가 있었는데, ADB도 그렇단다. 뭐만 하면 먼저 국제 컨설턴트만 찾는다고... UN이나 MDB(다자개발은행)도 현지인의 주인의식을 말로만 강조하는 건 별 차이가 없나 보다. 


돌아오는 길에는 경미한 교통사고가 있었다. 

 

이제 곧 도착이라 안심하고 있을 무렵 '악' 소리와 함께 '쿵' 소리가 났고 차가 멈춰 섰다. 뒤차가 우리 차를 박은 거였는데, 먼저 운전기사분과 나, 함께 동승한 독일인 컨설턴트분이 서로의 안전을 확인하고 나서 기사분이 내렸다. 그런데 잠깐 뒤 범퍼를 확인하는 것 같더니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다시 운행을 시작한다. 뒤차 번호판만 떨어져 달랑거리는 걸로 봐선 큰 사고가 아닌 건 확실한데... 뭔가 찝찝했다. 서행 중이긴 했지만 왠지 내 목이 삐었음 어쩌나 걱정도 되고. 

 

독일인 컨설턴트분은 캄보디아에서의 경험이 많은 분인데, 이럴 땐 다들 그렇게 제 갈길을 간단다. 서로 안 다친 게 어디냐고... 이런 사소한 사건까지 담당할 경찰인력이 이 나라엔 없을뿐더러 제대로 시시비비가 가려지지도 않는다고. 그러면서도 외국인이 운전자인 경우는 다르단다. 하긴 내가 듣기로도 외국인만 노리는 사기꾼들이 한둘이 아니고, 일반인들도 사고 후 운전자가 외국인인 걸 알게 되면 더 아픈 척을 한단다. 

 

'어디 여기만 그런가?' 생각이 들면서도, 뭔가 무서운 느낌이 든다. 

 

그런 그렇고 이 기사분은 UNDP 차량만 운전하는 현지분인데 어찌나 과속을 즐기시고 중앙선 침범, 끼어들기를 자주 하시는지... 편도 4시간의 여정이 롤러코스트를 타는 기분이었다. 솔선수범은 못할지언정 경적은 좀 줄여야 이목을 덜 끌었을 텐데... 이 분차는 다시 타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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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는 슬픈 역사를 간직한 나라다.


바로 킬링필드와 크메르 루즈. 1975년 정권을 잡은 크메르 루즈는 1979년 베트남이 캄보디아를 침공할 때까지 약 4년이란 짧은 시간 동안 급진 공산주의 혁명을 추진하며 당시 캄보디아 인구 800만 명 중 1/4에 해당하는 200만 명의 무고한 시민들을 학살했다. 그런데 이 크메르 루즈가 1991년 10월까지 유엔총회(UN General Assembly)에서 캄보디아를 대표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어떻게 200만의 양민을 학살한 이들이, 그것도 세계의 항구적 평화를 위해 설립된 UN에서 정권이 무너진 후에도 자리를 유지할 수 있었을까?


역시나 정치적 결정이었다. 베트남 패전의 후유증을 앓고 있던 민주진영의 대부 미국과, 베트남과 중국의 적대적 관계 때문인데, 당시 냉전구도 속에서 소련의 지원을 받고 있던 공산국 베트남의 주권국 캄보디아 침공(광기가 극에 달한 크메르 루즈의 숙청을 피해 달아난 훈센 등 크메르 루즈 일파와 협력)은 당시 어느 국가도 나서지 못했던 캄보디아 상황에 개입해 크메르 루즈 정권을 무너뜨렸음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에서 환영받지 못했다. 중국과 미국은 이후에도 소멸되지 않은 크메르 루즈 반군에 대한 비공식적 군사 지원을 지속하였고, 크메르 루즈는 유엔 의석뿐만 아니라 국내 정치적 영향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해 캄보디아 내전의 종식을 고한 91년 파리협정(Paris Agreement)에도 참여하게 된다.

 

이게 말이냐 되냔 말이지... 


캄보디아에 오게 되니 자연스레 이 나라 역사나 사회에도 관심이 가게 돼 이 책 저 책 찾아 읽게 된다.


UN이란 곳이 인도적 지원이나 개발협력 등 인류의 공동 발전에 기여하는 바가 있는 건 분명하지만, 이 한 예만 보더라도 얼마든지 정치적일 수 있고 비열할 수 있다는 거. 이거 하나만은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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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시가 스스로 정한 도시의 별칭은 Charming City (매력 있는 도시).


과연 그 말대로 매력 있는 도시일까? 

 

개인적으로 난 도시의 매력은 walkability (보행 적합성 혹은 환경)에 있다고 생각한다. 

 

위키피디아에선 walkability를 아래와 같이 정의하고 있는데, 이는 보행자를 위한 보도의 존재 유무나 질(quality), 교통 및 도로 상황, 토지이용의 패턴, 건물의 접근성, 안정성 등 도시의 지속가능한 디자인(sustainable urban design)에 영향을 끼치는 많은 요소들이 포함된 상당히 포괄적 개념이다. 

 

One proposed definition for walkability is: "The extent to which the built environment is friendly to the presence of people living, shopping, visiting, enjoying or spending time in an area". 

 

그도 그럴 것이 언뜻 생각하더라도, 걷기 좋은 환경이 되려면 우선 보도가 잘 갖추어지고, 나무 그늘과 자연이 잘 조화를 이루어야 하며, 도로엔 차가 없거나 적어야 하고, 교통신호를 잘 지키거나 보행자에게 우선권이 주어져야 하며, 걸어서 다다를 수 있는 편의시설이 많거나 거리 또한 주변 건물들과 함께 깨끗하게 잘 정돈돼 있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프놈펜은 그야말로 0점이다. 2012년 Economic Intelligence Unit에서 실시한 가잘 살기 좋은 곳과 나쁜 곳 탑 10 조사에서도 프놈펜은 살기 나쁜 곳 순위 4위를 기록했다.  

 

프랑스 식민지배의 영향으로 프놈펜 도시 자체는 상당히 구획이 잘 갖추어져 있고 도로명 주소 체계를 사용하고 있으며 도심 자체가 넓지 않아 걷기에 적합해야 정상이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오랜 내전의 영향으로 프놈펜 시내 중심가의 포장이 완료된 것도 최근의 일인데, 도로엔 교통신호를 지키는 자들이 없다. 그야말로 무법천지. 차량이며 오토바이, 뚝뚝이 혼재해 뒤죽박죽 중앙선 구분도 없이 달리고 이쪽저쪽에서 튀어나오는데, 흡사 어항의 물고기들이 천천히 부딪힐 듯 말 듯 조심조심 서로를 피해 움직이는 모습을 연상시킨다. 거기에 도로를 달리는 차들의 대부분은 최소 10년, 15년이 지난 중고차들로 시커먼 배기가스를 내뿜으며 달리고, 그나마 존재하는 보도들은 차량이나 오토바이 주차장으로 쓰이거나 노점상(오토바이 수리 등)들이 점유하고 있다. 울창한 열대우림(국토의 60%)을 가진 나라이지만 보행자들은 강렬한 햇살을 피할 수 있는 나무 그늘 찾기도 쉽지 않다.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주제로 일했던 사람의 한 사람으로서 이건 정말 실망스러운 프놈펜의 모습이었다. 그렇다고 독일이나 캐나다, 호주의 도시 같이 자연친화적이고 보행자를 위한 인프라가 잘 갖추어진 환경을 바랐던 건 아니지만 그래도 프놈펜은 좀 심각한 수준이다. 설령 걷는다 하더라도 수많은 모토 택시들과 뚝뚝이 연신 '뚝뚝'을 외치며 잠시도 가만히 내버려 두질 않고, 거기에 최근엔 스내칭(오토바이를 이용한 날치기) 등 보행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범죄까지 증가하고 있다. 

 

이쯤 되면 거리에서 걷는 사람 발견하기가 왜 이렇게 어려운지 이해가 간다. Walkability를 측정하는 가장 쉬운 방법 중 하나인 걸어 다니는 사람의 수, 여긴 헤아려 볼 필요가 없다. 운 좋게 걷는 사람을 만나더라도 10에 9는 외국인 여행객이니. 

 

대체 왜 이럴까? 

 

누군가에 따르면 캄보디아에선 부를 과시하기 위한 수단으로 랜드크루저(Land Cruiser) 같은 대형 SUV를 선호(1990년대 초반 UN 캄보디아 과도행정기구에서 들여온 UN 표식의 수많은 하얀색 대형 SUV 차량들이 기원)하는데, 경제발전 초기 이들 차량을 소유한 소위 가진 자들이 VIP 표시를 내걸고 교통신호를 무시하며 질주하는 모습을 일반시민들이 보고 배우면서 너도나도 교통신호를 지키지 않는 풍조가 만연해졌다고 한다.

 

거기에 2000년대 들어와 도시 인구가 100만에서 200만으로 급격히 증가하고 차량과 오토바이는 그보다 더 빨리 증가하다 보니, 안 그래도 부족한 도시 인프라가 도시의 빠른 성장 속도를 따라잡지 못해 곳곳에 과부하가 걸리고 있다.

 

그렇다고 희망이 없는 건 아니다. 이렇다 할 대중교통이 없던 프놈펜에 2014년 초부터 JICA(일본국제협력단) 지원을 통해 공공버스가 시범적으로 운영되기 시작했고, 9월부터는 2개 노선이 추가돼 현재 3개 노선으로 확장 운영되고 있다. 예전에도 JICA 지원을 통해 비슷한 시범사업이 실시된 적이 있었다고 하는데, 이번엔 좀 더 기대를 가져봐도 되지 않을까? 

 

아울러 뚝뚝과 오토바이가 지배하던 도로에 미터 택시들이 속속 등장, 현재 총 4개 회사(중국계 2, 한국계 1, 현지 1)에서 미터 택시를 운영 중에 있다. 물론 택시를 대중교통으로 보기엔 논란의 여지가 있고 대부분이 중고 승용차량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그 영향이 미비할 수도 있겠지만, 부르는 게 가격이고 외국인은 호구인 뚝뚝이 지배하는 시장에서 적어도 가격에 대한 '신뢰'를 심어줄 수 있고, 교통신호를 뚝뚝보다는 더 잘 지킨단 점에선 프놈펜의 심각한 교통상황을 개선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     

 

최근엔 역시 JICA 지원을 통해 프놈펜의 2035 교통마스터 플랜이 수립되는 등 여러 가지 긍정적인 신호가 감지되고 있기는 하지만, 프놈펜 시장 자체가 정부에 의해 임명되는 임명직이고 상당히 권위적 성향을 지니고 있어 도시 자체의 혁신 의지나 노력을 기대할 수 없다는 점에선 아쉬움이 있다.  


얼마 전, 독립 직후 프놈펜의 독립기념탑 등 주요 건축물을 디자인하며 프놈펜 도시개발에 깊이 관여했던 건축가 반 몰리반(Vann Molyvann)은 프놈펜을 '붕괴 직전의 도시'로 묘사했다. 프놈펜시는 이 분의 말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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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plecroft에서 발표한 2014년 기후변화 취약성 지수(Climate Change Vulnerability Index)에 따르면 캄보디아는 세계에서도 기후변화에 가장 취약한 10개국 중 하나로 손꼽힌다. 동남아 국가 중에서는 순위가 가장 높고, 최근 태풍 하이난으로 큰 피해를 입은 필리핀(9위)보다도 순위가 한 단계 높다(8위). 이는 전체 인구의 80% 이상이 농업(GDP의 34%를 차지)에 종사하여 대다수 국민들이 직접적으로 기후변화에 따른 잦은 폭우와 홍수, 가뭄 등의 피해를 입고 있기 때문인 듯하다.   

 

그렇다면 캄보디아는 기후변화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국가적으로는 국가전략개발계획(National Strategic Development Plan) 등에서 기후변화 대응의 중요성을 언급하고 있고, 지난 2013년에는 Cambodia Climate Change Alliance (CCCA: 캄보디아기후변화동맹 – 유엔개발계획, 유럽연합, 스웨덴 국제개발청 등이 참여하는 다자간 이니셔티브)의 지원을 통해 향후 10년간의 기후변화 대응 전략을 담은 캄보디아 기후변화 전략계획(Cambodia Climate Change Strategic Plan) 2014-2013을 수립/발표하였다. 


조직적인 면에서는 국가 최상위 수준에 훈센 총리를 명예위원장으로 하는 국가기후변화위원회(National Climate Change Committee)가 존재하며, 사무국 역할을 환경부 기후변화과(Climate Change Department of the Ministry of Environment)에서 담당한다. 아울러 기후변화의 범분야적 특성으로 인해 위원회의 업무계획 승인 및 검토, 프로젝트 발굴 등에는 각 부처 전문가로 구성된 기후변화기술팀(Climate Change Technical Team)이 참여한다.


아울러 캄보디아 행정단위 중 최소 단위인 코뮨/쌍깟(Commune/Sangkat, 한국의 읍/면) 수준에서 기후변화 대응을 주류화(mainstreaming climate change at sub-national planning)하려는 노력도 진행 중이다. 


캄보디아에선 시장, 도지사 등이 여전히 임명직인데 반해, 코뮨/쌍깟 위원회와 위원장은 5년마다 선거를 통해 선출된다. 이 위원회의 임무 중 하나가 바로 5년 단위의 개발계획(5-Year Commune Development Plan)과 3년 단위의 투자계획(3-Year Commune Investment Plan) 수립인데, 내무부나 계획부에서 만들어낸 수많은 가이드라인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기후변화에 대한 고려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UNDP는 2009년 이후 여러 개발파트너들과 함께, 지역 NGO를 통한 컨설팅, 상위 행정단위(도/시/군)의 물관리나 농업 관련 기술부서(technical departments)를 통한 지원, 직접 자금 지원 등의 여러 방법(modalities)을 모색하고 있다.

 

그야말로 위에서 밑으로, 아래에서 위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다양한 노력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기후변화 주류화를 위한 노력이 국가 전체적인 면에서 다소 원조기관 주도로 추진되는 면이 없지 않고 (donor-driven), 코뮨/상깟 단위 예산이 상당히 제한적이다 보니 개발계획이나 투자계획이라고는 하지만 실제로 시행되는 프로젝트의 수나 규모 면에서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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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V는 UN의 독립된 기구 중 하나로 Volunteerism (봉사활동)을 통해 세계 평화와 개발에 기여한다란 목표를 가지고 있다. 멋있게 들리긴 하는데, 100일이 지난 시점에서 나도 그렇게 느끼고 있을까? 


솔직히 말하면 그런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 


1990년대 초 UN 최대의 미션이었던 UN Transitional Authority in Cambodia (캄보디아 과도행정기구) 시절에는 캄보디아에서의 첫 번째 민주선거(1993년) 준비를 위해 400명이 넘는 UNV가 동원되었다고 한다. 각 지역을 돌아다니며 선거인 명부를 작성하는 등 공정선거 실시를 위한 다양한 업무에 동원되었다고 전해지는데, 안타깝게도 그들 중에는 크메르 루즈 반군에 의해 살해당한 사람도 있다고 한다. 지난 십 수년간의 지속적인 성장에도 불구하고 수도인 프놈펜은 아직도 치안이나 편의시설면에서 부족한 점이 많은데, 오랜 내전으로 모든 것이 파괴되었을 당시의 낯선 땅에서 그렇게 자신을 희생해가며 캄보디아의 민주화를 위해 노력한 사람들이 있었다니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선거 이후에는 총리가 단 한 번도 바뀌지 않았다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긴 하지만... 


그에 비해 현재 나와 같이 캄보이아에서 UNV로 일하고 있는 10여 명의 친구들 대부분은 사무직이다. 개중에는 홍보(Communication)를 담당하고 있는 친구들이 가장 많아 현재 UNV에 대한 수요가 가장 많은 부분을 단적으로 보여주기도 하는데, 여기에 대해 불평을 하는 건 아니다. 어차피 UNV 지원 전부터 DOA (Description of Assignment: 직무기술서)를 통해 어떤 일을 할지에 대해 알고 있었고, 그에 동의했기에 지원을 한 것이니


오히려 지난 2005년 호주 멜버른에 위치한 국제사면위원회(Amnesty International) 빅토리아 지부에서 인턴 활동을 하던 시절, 5개월간 참여한 한 베트남계호주인의 구명 운동(마약밀매 혐의로 싱가포르에서 체포돼 2006년 2월 사형에 처해짐)이 Volunteerism의 그것에 더 어울리는 활동이 아니었나 싶다. 2007년 바스피아(BASPIA)란 시민단체에서 인턴으로 일하며, 인권에 기반한 개발에의 접근(Human Rights-Based Approach to Development: RBA)과 관련하여 개발협력 실무자 대상 워크숍 진행을 도왔던 경험도 그렇고.      


아쉬운 거라면 UNDP 사무소가 파견된 UNV를 그다지 효과적으로 활용하지 못한다는데 있다. 


새로운 조직에 적응하는데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고, 더구나 그게 생전 처음 접해보는 개발도상국이라면 시간이 더 많이 소요되기도 하겠지만... 글쎄, 지금까지 내가 느낀 건 그렇다. 


처음 한 달은 새로운 환경에서 기관의 여러 보고서와 매뉴얼도 읽고 워크숍에 참석해 다양한 지식을 습득할 기회가 많아 견딜만 했는데, 이게 제대로 주어지는 일도 없이 자꾸 시간이 가니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 이후 Supervisor와의 면담 등을 통해 사정이 조금씩 나아지는 듯한 인상도 보이지만, 사무실 내 책임 있는 일의 대부분을 담당하는 현지 직원들이 업무 관련 대화를 현지어로 주고 받으며 나를 배제하는 듯한 인상을 자꾸 주는 걸 보면 참 많은 생각이 든다. 

  

어쨌든 100일이 다 되어가는 지금은 마음을 조금 내려놓았다. 어차피 2년 있을 거 그다지 서두를 것도 없고, 나에 대한 믿음이 쌓이는 대로 좀 더 책임 있는 일이 주어질 거라 믿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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