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컴퓨터 교사입니다.

선생님은 전과자

by 수리향

가끔 사람들은 그런다.


원래 수학과였다면서요?


그래서 신기하다는 것인지, 다시 수학과로 돌아와 달라는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별로 알고 싶지도 않지만 자꾸 물어봐서 답변한다.


저는 컴퓨터 교사입니다만?


처음 이곳에 왔을 때도 '정보에서 수학으로 전과하는 건 봤어도 반대는 처음 보았네.' 하는 우스갯소리를 많이 들었다. 과거에는 정보컴퓨터 교사를 뽑지 않고 인원을 줄여서 많은 선생님들이 수학과로 전과를 했다는 것이다.


'수학은 얼마나 좋아. 한번 공부하면 변하지 않잖아. 근데 우리는 맨날 바뀌고... 힘들어 죽겠어.'


나는 그 맨날 바뀌는 정보 컴퓨터가 좋아서 전과를 했다. 과거의 나는 매일 화석 속에 살고 있었다. 풍화조차 끝난 그 적막 속에서 매일 아무도 듣지 않는 소리를 지르는 것 같았다. 플라스틱도 세월이 지나면 썩는다는데 이 교과서는 천년만년 변하지 않을 것 같다. 어차피 변하지 않으니 외워라. 내가 대학교에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이다.


수학을 사용하는 분야는 많지만 '수학'이라는 학문의 본질을 지켜야 한다는 명목으로 조금이라도 다른 외침을 죽여서 박제시켜 버린다. 굳어 버린, 변하지 않는 교과서로 매일 공부하는 교사들은 마음이 굳어서 토론도 공유도 하지 않고 썩은 물에서 정치에 몰두한다. 나는 그 연못에서 살다가 숨이 막혀서 뛰쳐나온 망둥이일 뿐이다.


모든 분들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내가 본 연못은 그랬다. 그리고 다행히 지금은 다른 연못에 있다. 다행히 이곳은 매일 새로운 물이 들어온다. 매일 변하는 물에 적응하기 위해 우리는 쉴 새 없이 헤엄을 쳐야 하지만 그 과정에서는 비로소 내가 숨 쉬고 있음을 느낀다.




요즘은 평생직장이라는 단어가 없어졌다. 많은 분들이 이직을 하고 완전히 새로운 직종으로 바꾸는 것이 일상이 된 요즘이다. 그런 분들은 철밥통인 나에게 '부럽다'는 말을 자주 한다. 하지만 철밥통 교사에게도 이직하고 싶고 전과하고 싶고, 그 철밥통 안이 그리 평화롭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알아주기 바란다.


한바탕의 전쟁을 치르고 나는 정말 어렵게, 어렵게 정보 컴퓨터 교사가 되었다. 내가 치렀던 삽질들과 방황은 시간들은 3D 준비실의 사포 먼지와 함께 사라지고 나는 내 자리를 찾은 것 같다. 하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나를 '나'로 보아주기에 인색하다. 언젠가는 사람들이 나에게서 '다름'의 꼬리표를 떼고 온전히 보아줄 날이 오지 않을까?


'나는 컴퓨터 교사입니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주는 날이 오기를 바라며... '선생님은 전과자' 이야기를 마친다.



P.S. 제2의 삶을 꿈꾸는 모든 전과(轉科)자들을 응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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