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잣말

가난한 너를 위하여 [1부 12월 12일 : 남겨지다]

by 성냥팔이 소년


면도를 하다 거울 속 나와 눈이 맞았다. 내외하는 사이에 어색한 안부를 묻기보다는, 수색하듯 너머의 나를 살폈다. 처진 눈꼬리를 따라 코와 입, 턱과 목. 마흔을 넘긴 자의 얼굴답게 어리숙함을 대신한 체념들이 곳곳에서 제 나이를 채우고 있었다.


그대만큼 살았습니다. 부정하고 싶지만, 부정하겠지만, 당신을 많이 닮은 것 같아요. 그토록 싫어하던 나의 눈매는 아버지보다 도리어 어머니와 비슷해 보입니다. 당연히 추측이지요. 뚜렷이 기억나지 않습니다. 인상이며, 나를 향한 눈빛이 도통 기억나지 않습니다. 아니, 기억에 없습니다. 아버지가 떠오른다는 이유로, 나를 바라보지 못했던 그대였으니까. 단 한 번을.


때문인지 나 역시 나를 마주하지 못합니다. 당신과 똑같은 까닭으로… 바보같이.


그대를 빼닮은 사내의 중얼거림을 듣다 보니, 문득 궁금해집니다. 얼어 죽은 소녀의 마지막 성냥불처럼, 그 기적 아래 우리가 다시 만나게 된다면, 그럴 수만 있다면. 어른이 된 나와 나이 든 당신은 어떤 이야기를 나눌까요. 그때에는 나를 보며 웃어줄 수 있을지. 단 한 번만.




image_©Anne Magi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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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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