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

가난한 너를 위하여 [1부 12월 12일 : 남겨지다]

by 성냥팔이 소년


폭설이 내린 이튿날

어미는 어린 아들에게 이별을 고했다


매서운 강바람 맞으며

밤사이 빙판이 된 눈길

반짝이는 아침 햇살에 눈이 부시던

찬란했던 그곳에서

어미는 가난에게 이별을 고했다


마지막 모성으로 쥐여준 막대사탕

아이는 차마 입에 넣지를 못하고

눈물만 쏟아내는데


가지 마


고사리손을 뻗어

어미의 가방을 부여잡고

애타게 시선을 찾는다

모르는 척

죄 많은 여자의 눈길은

진즉 끝을 향하였고


꽃이 피면 돌아오겠다는

텅 빈 약속조차 없이

새끼 뿌리치며

미끄러운 얼음 위를 용케 뛰어가는

매정한 뒷모습

점점 사라지는 동안


핏줄의 마지막 부탁으로 술래가 되어

그대로 멈.춰.라.

착한 아이는 그저 바라만 보네


배웅과 마중의 기로에서

슬픈 아이는 그저 바라만 보네


흘리다

흘리다

눈물이 된 사람

혹은 사람이 된 눈물


버려진 육체의 온도는 주검과 같아서

건네받은 사탕을 물어도 녹이지를 못하고


고장 난 마음의 온도는 주검과 같아서

맨발 아래 딛고 선 눈길이 더욱 따스하더이다




image_©Joseph Farquhar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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