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칸

가난한 너를 위하여 [1부 12월 12일 : 남겨지다]

by 성냥팔이 소년


제출한 답안지를 채점하던 중, 편지 형식의 서술형 문제를 발견했다. 평소 어른들에게 하지 못했던 말을 빈칸에 적어달라는.


잔망스레 불만을 끄적인 녀석도 있었으나, 새 학기를 앞두고 있어 대부분 선물에 관한 이야기였다. 딱히 특별한 내용이 없었다. 그러다 불쑥 튀어나온 한 장.


엄마 보고 싶어요.
그리워요.
냄새 말고는 전부 까먹었어요.
빨리 나를 보러 오세요.


또박또박 힘주어 쓴 문장을 마주한 순간, 마음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이제 막 한글을 익힌 녀석이 ‘그립다’라는 표현을 어디서 들었을까. 진정 그 뜻을 알고 쓴 것이라면… 안경을 벗고 뻐근해지는 눈가를 부여잡았다.


모두가 쉬쉬하는 통에, 아이는 어미에 대해 들은 바가 없었다. 살았는지 죽었는지조차 몰랐다. 하여 데리러 오겠다는 마지막 약속을 곧이 믿고 있었다. 믿고 있었다… 나 역시 믿고 싶다.


부디, 아이의 그리움이 미움으로 바뀌기 전에 그녀가 돌아왔으면. 누구도 채우지 못할 빈칸으로. 엄마라는 제자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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