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너를 위하여 [1부 12월 12일 : 남겨지다]
지인의 부탁으로 복지관에서 진행하는 글쓰기 수업을 맡기로 했다. 연필도 제대로 쥘 줄 모르는 아해들과 함께 책을 읽고 글을 쓴다. 제법 참여율이 좋지만, 외로워서 오는 경우가 많아 태반은 딴짓이다.
그중 한 아이에게 유독 마음이 쓰인다. 담당 복지사로부터 들은 사연이 있었다. 답답할 법도 한데, 녀석은 늘 마스크를 하고 있었다. 동생처럼 대하는 곰인형에게도 마스크를 씌워 놓았다.
「그렇게 가려두면 인형 얼굴을 볼 수 없잖아.」
「모모까지 아프면 어떡해요. 아파서 아빠처럼 없어지면 안 돼요.」
아비의 부재를 푸념하는 아이의 표정이 마냥 천진했다. 이 어린 것은 피붙이의 죽음을 길어진 외출 정도로 알고 있었다.
「거짓말쟁이. 열 밤만 자고 온다더니 열 밤이 열 번이나 지났는데, 아빠는 거짓말쟁이예요.」
백이라는 숫자조차 그 측량을 가늠하지 못하는 무구한 영혼에게, 나는 과연 죽음의 무게를 이해시킬 수 있을까.
「아빠는 오지 않는 게 아니라 너를 기다리고 있어.」
「어디서요?」
「선생님도 머지않아 그곳으로 가니까, 만나면 전할게. 미미와 모모가 많이 보고 싶어 해요. 하지만 씩씩하게 잘 지내고 있답니다.」
「맞아요. 아빠는 걱정꾸러기라 내 생각 하면서 엉엉 울고 있을지 몰라요. 가서 꼭 이야기해 주세요. 이제는 괜찮다고!」
「미미야.」
「왜요?」
「괜찮지 않아도 괜찮아. 울고 싶을 때는 울어도 돼. 억지로 참을 필요 없어. 꼬마는 원래 울면서 크는 거야.」
나의 말에 녀석의 눈망울이 금세 빨개진다.
「정말 그래도 돼요?」
「응, 되고 말고.」
머리를 푹 숙인 채 소매를 당겨 눈가를 훔치는 아이. 조그맣게 뭉쳐진 그 슬픔의 모양새가 낯설지 않았다.
「하지만 산타 할아버지는 우는 사람에게 선물을 안 주신대요.」
「바라는 선물이 있어?」
「…아빠요.」
솟구치는 서러움을 주체하지 못해 흔들리는 어깨를 가만히 토닥여 주었다. 녀석은 이미 안녕의 두 가지 의미를 깨친 것 같다.
image_©Jeff Stanf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