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음이 타는 밤

가난한 너를 위하여 [1부 12월 12일 : 남겨지다]

by 성냥팔이 소년


후배가 교사로 근무하는 산골 분교에 특강을 다녀왔다. 머물던 숙소 근처에 외양간이 있었다. 꽤나 반가웠다. 이따금 들러 소들과 대화를 나누었다. 가랑가랑한 눈동자, 느릿느릿한 걸음걸이. 물끄러미 녀석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고사관수도’ 속 선비가 된 것 같아 마음이 평안해졌다.


그러던 어느 날. 조용하던 송아지들이 구슬피 울기 시작했다. 밤새도록 쉬지 않고 울었다. 어찌나 애가 끓게 울던지, 도통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음-메, 음-메. 고막이 아닌 마음을 후비는 소리. 머리가 닳도록 뒤척이던 새벽.


날이 밝자마자 소 우리를 지키던 농부에게 사정을 물었다.


「어미들이 팔려갔어.」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할까. 조심스레 남겨진 새끼들에게 다가갔다. 먼 산을 바라보는 송아지의 속눈썹이 전보다 한결 수척해 있었다. 알 것만 같은 녀석의 심정. 난생처음 선물 받은 인형을 품에 안고, 멀어지는 그대를 쫓던 나의 것과 꼭 닮은 일렁임.


떠나간 어머니를 미워하던 때가 있었다. 희망조차 물려주지 못한 아버지를 탓하며 젊은 날을 보냈다. 그러나 깨닫는다. 불혹에도 넘어지기 일쑤인 자신을 보며 깨닫는다. 지금의 나보다도 젊었던 이들에게, 부모라는 굴레를 씌워 신적인 완벽함을 기대한 것은 아니었을까. 당당히 그들에게 도망자의 낙인을 찍었지만, 나야말로 고달픈 인생에 끼어든 자식이란 침입자는 아니었는지. 그렇다면 용서는 누가 구해야 하는가.


예의 어미소처럼 가혹한 운명에 속수무책 끌려가버린 것이라고, 억지로 그들을 미화하는 까닭은…


그리움. 곁에 없는 존재를 향한, 혼자가 된 송아지의 몫으로 남은, 그리움 때문에. 뼈처럼 품어온 지독한 원망 역시 그리움의 불완전변태로서. 그렇게라도 핏줄을 기억하려는 붉은 노스탤지어의 울음소리.




1-9.©Edwin Landseer.JPG

image_©Edwin Landse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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