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너를 위하여 [1부 12월 12일 : 남겨지다]
오랜만에 만난 선배가 돈벌이를 권한다. 모델이라니, 글쟁이에게 무슨 농이요. 손사래를 치며 거절했지만 보수가 꽤 솔깃하다. 여러 벌 옷을 갈아입고 사진 몇 장을 찍고 나니, 계좌에 큰돈이 든다. 덤으로 새 옷도 받았다.
수업이 있어 바삐 학원으로 발길을 돌렸다. 학생 수가 많이 늘었다며, 원장님이 봉투를 건넨다. 꺼내어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제법 두툼하다. 스크루지께서 어인 일인가.
집으로 가는 길, 화려한 디저트 가게에 시선이 머문다. 과일을 잔뜩 올린 예쁜 케이크. 지나칠 때면 성냥팔이 소녀처럼 바라보던 너. 바라만 보던 너… 그 모습이 눈에 아른거린다. 용기를 내 매장 안으로 들어섰다. 오늘은 그래도 되는 운수 좋은 날이니까.
딸기가 산처럼 쌓인 케이크를 사들고 너에게 향한다. 얼마나 기뻐할까. 너를 웃게 한 적이 언제였는지. 기억조차 희미해진 행복한 표정을 기대하며, 성큼성큼 가닿는 발걸음.
하지만 너는 웃지 않았다. 그 비싼 케이크를 한 조각도 먹지를 못하고 멀찍이 밀어 두었다.
왜 하필 그때.
더는 기다릴 수 없다고 울먹이는 너를, 빈말이라도 듣고 싶어 하는 너를, 차마 안아주지 못했다. 능력은 없어도 염치는 아는 놈이었으니.
그렇게 너를 놓아주던 날. 괴상하게도 운수가 좋더니만.
image_©Satoki Nagat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