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너를 위하여 [1부 12월 12일 : 남겨지다]
오늘 첫눈이 왔다. 왔다고들 나에게 전한다. 보지 못했다면 아직일까.
아니, 첫눈은 왔다. 그 시절 나의 가슴에 내린 후, 첫은 녹아 사라지고 눈만 남아, 싸늘해진 심장은 도무지 설레지 아니하므로. 이미 왔고, 더는 없다.
오늘 첫눈이 왔다. 왔다고들 나에게 전한다. 나도 나에게 말한다. 첫눈이라고, 제발. 섣달 뒤 다가오는 정월을 밀어내지 말라고, 제발.
알겠다 고개를 끄덕였지만…
올겨울에는 폭설이 내릴 것이다. 지전을 털어 하늘님께 부탁해두었으니, 분명 그리될 것이다. 흰 눈이 쏟아지는 날. 푸른 새벽 위에 누워, 헐벗은 물고기의 눈망울로 바라볼 것이다. 흩날리는 눈발 한 톨 놓치지 않고, 마지막 날숨이 얼어붙을 때까지.
그제야 두 눈을 감으며, 칠흑같이 다정한 슬픔 속에 나를 묻을 것이다. 잃어버린 너를 손에 쥔 채.
image_©Anselm Kief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