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한 시
김경묵
"시간 있으세요"
차 한잔 해요.라는 말이다
자리가 필요해서 차를 산다
같이 할 자리를 잠시 빌리는데 나를 쓴 것이다
"시간 있으세요"
밥 한번 먹어요.라는 말이다
말을 꺼내는 자리가 필요해서 밥을 산다
같이할 자리를 잠시 빌리는데 나를 쓴 것이다
"시간 있으세요"
운동 한번 해요.라는 말이다
가까워지는 자리가 필요해서 운동을 한다
같이 할 자리를 잠시 빌리는데 나를 쓴 것이다
오늘도 "시간 있으세요"라고 말하고
차려입는다
그리고 같이 할 자리를 빌리는데 나를 쓴다!
오늘은 "이따 보자"라고 말하고
차 마시며 이야기 나누고
밥 먹으며 정을 쌓고
운동하며 교감하는 사람에게 내가 쓰이고 싶다
시간 있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