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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간소음에서 살아남는 방법1 – 적대감을 키우지 마라

온라인 커뮤니티를 보면 층간소음을 이겨내는 방법 중 하나로 위협이 나온다. 상대에게 화를 내고 소리를 지르니 알아서 겁을 먹고 조용해 졌다는 이야기다. 거구의 헬스 트레이너가 층간소음으로 위층에 올라가기만 했는데 조용해졌다는 사연처럼 인상이 좀 험악하거나 몸이 좋은 사람이라면 시도해 보고 싶은 방법이다. 행정이나 법으로 해결하기 힘들다면 결국 남는 건 폭력이나 강압이 아니겠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런 시도는 성공할 확률이 극히 낮다. 이 방법이 성공하려면 위층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겁이 많아야 한다. 상대가 나를 위해할 수 있다는 마음을 지녀야만 알아서 조심한다. 흔히 꾹꾹이 타입이라 부르는데 어렵고 힘든 일이 있어도 혼자 참고 인내하는 성향을 보인다. 반면 겁이 많아도 참지 않는 타입은 주변에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협박으로 접근금지명령을 받을 수도 있다.     


이런 위협이 먹히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층간소음을 위층이 했는지 명확하게 모른다는 점에도 있다. 위층이 자신이 떠들지 않았다고 하면 아래층 입장에서는 딱히 할 말이 없다. 아니라는데 뭐 어쩔 건가. 의료사고도 피해자가 가해자의 사고를 입증해야 하는 거처럼, 층간소음도 피해층이 가해층의 행위를 입증해야 성립한다. 말소리가 들려도 뛴 건 우리가 아니라고 말하면 답이 없다. 뛰는 소리가 대문 밖까지 새어나온다면 모를까.    

 

이런 상황에서 위협을 가하는 건 자신만 우스워지는 모양새다. 위층이 잡아떼면 뗄수록 대응은 더 힘들어진다. 위협은 두려움을 유발하기에 거짓을 부추긴다. 협상의 여지를 없애버리고 상대를 더 숨어들게 만든다. 위층이 대화를 거부하고 보복소음을 가한다면 그때는 견딜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생활소음을 빙자해 밤새 뛰어다니는 것만 해도 아래층에게는 크나큰 고통이 된다.     


층간소음에서는 위층이 철저한 갑, 아래층이 을이다. 이사를 가거나 소송으로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널 게 아니라면 최대한 협조를 이끌어내야 한다. 적대감은 협조하고 싶은 마음을 사라지게 만든다. 속에서 열불이 나도 화를 억누르며 항의 단계에 머무르는 게 좋다. 위협까지 가는 순간 상대도 나를 적으로 인식한다. 적이 설정되면 굴복시키기 위해 뭐든 한다. 재수가 없으면 차라리 아무 말도 하지 말 걸 이란 생각이 들 만큼 심각한 소음에 시달린다.     


반대로 위층의 경우 아래층이 위협을 가하면 어떻게 대처해야 좋을지 고민일 것이다. 경찰을 부르자니 사이가 완전 틀어질 거 같고, 참자니 가시방석이다. 이럴 때는 관리사무소에 연락을 해 함께 대화를 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아래층이 오랜 시간 층간소음에 억눌러 있다 화를 내는 경우 이후 대화에서 다소 누그러진 모습을 보인다. 조금의 이해만 보여줘도 감사함을 느끼며 약간의 개선만으로 위협에서 멀어지는 효과를 누린다.     


반면 전면적인 개선을 요구하며 강하게 화를 내고 위협을 가한다면 경찰신고 같은 극단적인 방법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사례 중 하나는 위층의 보복소음에 화가 나 올라가 벨을 누르며 문을 두드렸다 오히려 접근금지명령을 받은 경우가 있다. 위해를 가할 수 있는 상황이라 여겨지면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보호를 받을 수 있다. 살인까지 이어질 수 있는 층간소음이기에 내 몸은 내가 알아서 잘 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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