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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간소음으로 인한 적대감을 없애는 방법

층간소음에 오래 시달리다 보면 상대가 짐승으로 보인다. 도저히 같은 인간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가장 큰 이유는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람이라면 대화와 타협을 볼 줄 알아야 하는데 그런 자세가 전혀 없다. 슬리퍼 좀 신고 다니고, 밤늦게 떠들지 말아달라는 기본적인 공동주택 생활규칙도 지키기 싫다는 말에 울분을 토하기도 한다. 사적복수도 법이 다 틀어막으니 세상을 집어삼킨 악마와 홀로 싸우는 기분이다.     


그러다 보면 내 괴로운 심정에 조금이라도 공감을 얻고자 층간소음과 관련된 기사나 글을 찾거나 커뮤니티에 가입하게 된다. 주변 친구들이 층간소음을 겪는다면 모를까, 아니라면 내 이야기에 크게 공감해주지 않는다. 내 가장 큰 고민과 관심사를 말해도 상대가 심드렁한 반응을 보이면 말하기 싫어지는 법이다. 반면 비슷한 고민을 지닌 사람들은 내 말 하나하나에 적극적으로 열혈한 반응을 보인다.     


문제는 이런 커뮤니티에 오래 상주하다 보면 적대감이 더 커진다는 점이다. 삼인성호(三人成虎)라고, 세 사람이 뭉치면 없는 호랑이도 만들어 낸다. 계속해서 위층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위층 사람들을 적으로 규정하고 혼쭐나도 마땅한 사람들처럼 여기게 된다. 우퍼스피커나 고무망치 같은 보복은 애교로 여겨질 만큼 극단적인 방법을 택해 상대를 괴롭히고자 한다.     


한 집에 모르는 남성 세 명이 이른 새벽부터 오전까지 연달아 초인종을 누르며 찾아오는 일이 발생했다고 한다. 이들은 1층 공동현관 출입문 비밀번호까지 알고 찾아왔다. 경찰이 조사를 하고 보니 층간소음에 시달리던 아래층이 익명 채팅앱을 통해 조건만남을 하자며 위층 주소로 찾아오라고 알려준 것이었다. 홧김에 저지른 행동으로 아래층은 주거침입 미수 간접 정범 혐의로 처벌을 받게 생겼다.      


적대감이 심해지면 상대한테 어떤 행동을 해도 상관이 없다며 자신을 합리화시킨다. 층간소음으로 인한 살인이나 폭력, 위협도 이런 경우다. 적대감은 아래층만 지니는 게 아니다. 위층도 적대감을 지닐 수 있다. 층간소음은 보복소음을 제외하고는 일부러 일으키는 소리는 없다. 그러다 보니 나는 평범하게 내 생활을 할 뿐인데 아래층이 예민해 사사건건 간섭한다는 생각을 한다. 공동주택에서 이 정도 생활소음은 참고 사는 게 예의라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아래층이 한 번 항의했음에도 강하게 소리를 지르거나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도 있다. 위층의 층간소음을 관리사무소에 신고했다가 오히려 폭행을 당한 사례는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부산의 한 아파트에서는 민원을 넣었다가 위층의 남자들에게 예비신랑이 심하게 폭행을 당했고, 임신부였던 아내 역시 뺨을 맞는 일이 발생했다. 위층의 예기치 못한 적대감은 아래층에 심각한 피해를 입히기도 한다.     


이런 적대감을 없애기 위해서는 우선 현장에서 피해있어야 한다. 층간소음이 울리면 집밖으로 나가거나 조용한 방으로 장소를 옮겨라. 당장 내면에 차오르는 화를 가라앉히고 이성적으로 생각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위층이라면 항의를 받았을 때 즉각적으로 대응하지 않는 걸 추천한다. 일단은 형식적으로라도 알겠다는 답을 남기고 잠시 행동을 멈추는 게 좋다. 혹 모임 중이라면 아래층에 양해를 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즉각적으로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감정적으로 충돌하면 적대감만 더 커지게 된다. 이성적인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고 여기면 층간소음을 측정한 뒤 고소를 택하거나, 측정한 층간소음 수치가 고소에 모자라다면 이사를 고려해보는 게 좋은 선택이다. 위층의 경우에도 최대한 조심스럽게 행동을 함에도 아래층이 예민하게 항의를 지속한다면 연락을 받지 않거나 이사를 고려해보는 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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