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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간소음, 벽식구조 때문일까


대한민국의 아파트 90% 이상은 벽식 구조로 지어졌다. 벽식구조는 기둥, 들보 등 골조를 넣지 않고 벽이나 마루로 구성한 건물을 말한다. 벽식구조가 유행하게 된 이유는 공사비의 영향이 크다. 기둥식 구조에 비해 저렴한 공사비와 짧은 공사기간, 넓은 채광면적 등 건설사와 소비자 양측이 만족할 만한 요소를 갖추었다. 여기에 두꺼운 내력벽으로 세대 간 방음이 잘 된다는 점은 복도식 아파트에 유용하다.     


다만 층간소음에 있어서는 취약하다. 위층의 진동과 소음이 바닥과 내력벽을 타고 내려오기 때문이다. 기둥식의 경우 기둥이 소음을 흡수한다. 기둥식으로 지어진 주상복합 건물에 층간소음이 적은 이유다. 허나 기둥식은 공사비가 비싸고 층고가 높아 용적률을 많이 잡아먹는다는 점에서 건설사가 기피하는 구조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아파트 가격에 비해 층간소음에 대한 대비가 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1980년대 후반부터 보편화된 벽식 구조는 아파트를 빠르고 싸게 짓기 위해 유행한 방식이다. 외국에서는 서민 아파트나 기숙사 등 저렴한 건물에 주로 사용되는 방식인 반면,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아파트를 벽식구조로 짓는다. 벽식 구조는 기둥 없이 벽이 위층 수평구조의 무게를 지탱하는데, 이때 아래층의 벽과 면대 면으로 만나 일체화가 되면서 위층의 진동이 아래층에 전달된다.     


학교나 직장을 생각해 보라. 아파트 위층보다 사람이 많으면 더 많았지 적지 않다. 그럼에도 교실이나 사무실에서 낮잠을 청할 수 있는 이유는 층간소음이 훨씬 적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다수의 사람들이 층간소음 문제를 겪는 궁극적인 이유는 아파트 그 자체에 있다. 지난 10년 사이 준공된 전국 500세대 이상 아파트를 조사한 2017년 자료에 의하면 34.7%가 층간소음 바닥두께 기준(210mm)에 미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아파트는 20.3%의 비중을 나타냈고, LH 아파트는 약 73.7%에 달했다. 2014년 이후 신축한 아파트의 경우 210mm 이상으로 시공하기로 되어있지만, 그 이전의 아파트는 이보다 40% 얇은 120mm에 불과한 곳도 있다. 이쯤 되면 건설사와 관리기관이 층간소음을 양성한다고 봐도 모자람이 없을 정도다. 층간소음 문제로 정부에서 내놓은 대책 역시 실효성의 측면에서 의문을 자아낸다.     


국토교통부는 2020년 7월부터 건설하는 30가구 이상 공동주택에는 바닥충격음 차단성능 사후 확인제도 도입방안을 통해 권고기준에 미달하는 경우 사용검사권자가 보완 시공 등을 개선권고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다만 권고의 수준에 머무른다는 점, 사후확인제도가 얼마나 효과를 나타낼지에 대해 의문이 든다. 참고로 정부에서 내놓은 층간소음 해결책인 이웃사이센터 역시 소음을 줄여달라 권고하는 단계에 이르기에 후기가 좋지 않다.     


앞서 언급한 바닥두께 측정 조사에서 기둥식 구조 아파트 약 3만 세대는 모두 기준을 통과했다. 벽식구조 자체가 기준을 충족시키기 힘든 건 물론, 이를 단속하는 방법 역시 믿음을 주기 힘들다면 기둥식 구조 아파트의 공급을 늘리는 것이 하나의 해결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층간소음에서 탈출하고 싶다는 소비자에게 비싼 가격이라도 선택의 기회를 줄 수 있을 만큼의 공급이 이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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