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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간소음, 샌드위치 세대는 웁니다


층간소음이 심한 아파트의 경우 샌드위치 세대가 다수 발생한다. 난 위층 소음 때문에 힘든데, 아래층에서는 내가 소음을 낸다며 연일 항의한다. 1층이나 탑층이 아니면 누구나 이런 샌드위치 세대가 될 위험에 처한다. 처음 위층에 항의하러 갔을 때, 위층은 자기 위층을 가리키며 우리도 시끄러운데 참고 산다며 화를 냈다. 그리고 한 번 위층이 낸 줄 알고 항의했던 청소기 소음의 정체가 3층이란 걸 알고 얼마나 심각한지 실감했다.   

  

오마이뉴스에 두 번 층간소음에 대한 기사를 올린 적 있는데 첫 번째 기사와 두 번째 기사에 반응이 달랐다. 첫 번째 기사에서는 위층 소음을 탓하며 기사 내용에 대한 공감을 표했다. 반면 두 번째 기사에서는 예민한 아래층도 있다며 무조건 층간소음이 위층 탓이라고 하는 건 문제가 있단 댓글이 절반 정도 비율로 올라왔다. 그만큼 층간소음은 완벽한 피해자도, 가해자도 존재하지 않는다. 아파트란 구조가 그렇다.     


나 같은 경우도 샌드위치 세대가 되어본 적 있다. 예전에 살던 집에서 있었던 일이다. 새벽 6시만 되면 ‘딱 딱’ 소리가 들렸고, 부엌 쪽에서 ‘쿵쿵’이는 소리가 났다. 위층에 올라가 보니 할머니 한 분이 사셨다. ‘딱 딱’ 소리는 아침마다 특수제작 된 슬리퍼를 신고 집안에서 걷는 소리였고, ‘쿵쿵’은 절구 같은 것으로 주방 일을 하는 소리였다. 정중하게 소리를 내지 말거나 시간대를 늦게 해주면 안 되겠느냐고 요청했다.     


돌아온 대답은 ‘싫다’였다. 이 순간 더 할 말이 없었다. 자기가 싫다는데 뭐라고 하나. 그 소리 때문에 매일 새벽 6시에 강제 기상을 당했다. 문제는 아래층이었다. 아래층 여자가 굉장히 예민했다. 우리는 층간소음을 내지 않았는데 내었다며 올라왔고, 계속 항의했다. 결국 집 전체를 아이들 놀이방에서 쓰는 스티로폼 바닥재를 사서 쫙 다 깔았고, 문소리도 시끄럽다 해서 문을 열어놓고 살았다.     


이쯤 배려했으면 됐다고 여겼는데 그래도 시끄럽다며 계속 연락이 왔다. 저녁 시간이 아님에도 항의를 지속하니 우리도 지쳐갔다. 위층은 아침마다 쾅쾅거리고, 아래층은 조용히 집에서 게임하고 TV만 봐도 시끄럽다 연락이 오니 대체 어쩌라는 것인지 스트레스가 쌓였다. 만약 우리가 이사하지 않았다면 두 집 중 한 집하고는 크게 다퉜을 것이다. 이런 샌드위치 소음의 사례가 하나 더 있다.     


이 사례는 다소 독특하다. 위층의 층간소음은 물론, 아래층 층간소음에도 시달리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아래층의 소음 역시 집이 층간소음에 취약하거나 진동이 강하면 위층으로 향한다. 특히 소리의 경우 상하좌우를 가리지 않기 때문에 아래층이 시끄럽게 떠들면 위층으로 올라온다. 나 같은 경우도 한때 아래층 학생이 새벽 늦게까지 게임을 하며 떠들어 대서 굉장히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이 집은 위층과의 층간소음은 오랜 다툼 끝에 어느 정도 합의를 봤다고 한다. 문제는 아래층이었는데, 아래층 아이들이 엄청나게 떠들어서 늦게는 새벽 3시까지 잠을 이룰 수 없었다고 한다. 홧김에 발소리라도 크게 내면 아래층 아이들이 들으라는 듯 소리를 지르며 화를 냈다 하니 그 상황이 어떤지 선명하다. 위층 입장에서는 아래층에 소음이 나도 항의하기 힘들다. 위층 역시 소음을 낸다 하면 딱히 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실상 샌드위치 세대를 피하고자 선택하는 게 1층 또는 탑층 이사다. 둘 중 자신이 더 적게 스트레스 받는 경우(위층의 소음인지 아래층의 항의인지)인지를 생각한 뒤 이사를 택하는 게 좋다. 샌드위치 세대가 많은 아파트는 기본적으로 방음이 약한 것이니 곧바로 그곳을 탈출하는 걸 추천한다. 아파트란 구조에 사는 이상 누군가는 샌드위치 세대가 될 수밖에 없지만 고통은 한쪽에서만 받아도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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