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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용원 Mar 05. 2020

'잊혀진 역사'를 다시 찾아야 하는 이유

노동역사 기록자 안재성 선생의 [박헌영 평전], [이현상 평전]

책소개) '잊혀진 역사'를 다시 찾아야 하는 이유 - [박헌영 평전]과 [이현상 평전], 안재성

일제강점기 단 한 번도 일제에 굴하지 않고 독립운동을 한 인물들 대다수는 '공산주의자'였다.
해방공간에서 미국과 소련의 영향으로 남북의 단독정부가 들어선 후 그 불굴의 '공산주의자'들은 잊혀졌다.
'조선의 레닌' 박헌영과 '조선의 체 게바라' 이현상 등 항일독립운동가들에 관한 '일제강점기 노동운동사 전문작가' 안재성 선생의 저서들을 읽어보는 것도 '잊혀진 우리 현대 역사'를 찾는 하나의 방법이다.

1. [박헌영 평전], 안재성, <실천문학사>, 2009.
: 몰락 양반가의 ‘서자’로 1900년에 태어나 1955년 북조선공화국 정권으로부터 미제 간첩 혐의로 사형당한 남한 공산주의 운동의 최고지도자 박헌영의 일대기를 중심으로 일제강점기와 해방정국, 남북한 단독정부 건설로 인한 분단초기와 한반도 내전의 역사를 다룬 소설이다. 소비에트연방의 스탈린과 중국인민공화국의 모택동 등의 국제적인 공산주의 지도자들로부터 ‘조선의 유일한 공산주의 지도자’로 인정을 받았고, 일제강점기에는 조선공산당 건설 사업에 매진하다가 해방 후 중도민족주의자들과의 연대전술을 꾀하면서 남조선노동당(남로당)의 지도자로 역할을 하는데, 박헌영이 이러한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당시 식민지 해방투쟁을 벌인 국가의 혁명 단계를 ‘부르주아 민주주의 혁명’ 단계로 설정한 코민테른의 지침을 ‘교조적’일 정도로 준수하려 했던 ‘원칙주의자’였기에 가능했다고 저자는  평가하고 있다. 월북 후에는 김일성에 의해 소위 ‘정의의 반격전쟁’으로 시작된 6.25 과정에서 전쟁을 묵인하는 등 소신없이 처신하다가 ‘패전의 원흉’이자 ‘미제의 간첩’의 혐의로 생을 마감하게 된다. 역사에서 뛰어난 인물은 아닐지라도 대다수 민중들이 사람답게 사는 새로운 국가를 건설하기 위해 일생을 바친 박헌영이라는 인물을 통해 그가 관통해 왔던 우리 현대사를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는 평전이다.

2. [이현상 평전], 안재성, <실천문학사>, 2007.
: 1905년에 충남 금산 대지주 집안에서 태어났으나 '6.10 만세운동' 등 일찍부터 항일운동을 시작한 매우 과묵한 인물로서 일제강점기 내내 민족해방, 계급해방의 염원으로 수년간 옥고를 치르면서 단 한 번도 일제에 굴하지 않아 일제경찰로부터 '고문강자'라는 별명까지 얻어낸 '강철'과도 같은 캐릭터의 소유자이다. 이재유, 김삼룡과 함께 '경성트로이카', 박헌영, 이승엽 등과 함께 조선공산당 재건 '경성콤그룹'을 주도하며 남로당 최고간부를 역임하다 1948년 '여순반란'을 계기로 이후 5년간 그 유명한 '빨치산 부대'를 이끌었다. 공식 직함은 '남부군 총사령관'이었다. 일제강점기 항일의 최전선에서, 해방후 항미 유격대를 이끌던 중 6.25 전쟁을 맞았고 '남조선 후방 교란의 임무'를 수행했다지만, 이현상이 이끈 '빨치산'은 우리땅을 다시금 지배하려는 또 하나의 제국주의 미국에 항전하는 '항미 유격대'였다. 휴전협정이 체결된 1953년, 남북의 정권으로부터 배제되어 외롭게 하산하던 중 사망한 그는 '조선의 체 게바라'였다. 이현상 사살을 둘러싸고 군경이 서로 '공적'을 경쟁하였는데, 초왕 항우가 죽은 후 '공적'을 위해 한나라 장수들이 사지와 머리를 찢어가는 [항우본기] 기록이 떠오르기도 하나, 어쨌든 이현상이 어떻게 사망했는지 명확하지는 않다. 저자 안재성은 그의 죽음을 이렇게 정리한다.
"이현상은 죽었다. 어떻게 죽었는가는 부차적인 문제였다. 누가 어떻게 죽였든 그의 죽음의 의미는 달라지지 않았다. 민족해방의 이름으로, 계급해방의 이름으로, 그리고 인간해방의 이름으로, 자신을 기억해 주기를 바라던 한 따뜻한 인간의 죽음일 뿐이었다. 지리산에서 죽어간 수많은 유격대원의 죽음과 똑같은 가치를 지닌, 민족사의 비극일 뿐이었다."

3. [잃어버린 한국 현대사 - 피와 순수의 시대를 살아간 항일독립운동가 19인 이야기], 안재성, <인문서원>, 2015.
: 박헌영, 이현상을 비롯하여 김삼룡, 이주하, 이관술, 이승엽, 이강국, 최용달, 김무정, 박진홍, 김원봉 등 불굴의 항일독립운동을 했으나 남북의 역사에서 잊혀진 위인들의 열전이다.

***

남북의 현대사에서 '잊혀진' 그들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는,
강자에게는 굽힘없이 강하고 약자에게 한없이 약했던 그들의 독립운동이 위대한 이유는,
'민족해방'과 '계급해방'을 더 넘어서는 '인간에 대한 존경과 사랑', '인간해방'의 원대한 목표를 꺾지 않았기 때문이다.

'잊혀진 역사'를 우리가 다시 찾아야 하는 이유는,
지금은 당장 도달할 수 없어도 굽히지 않고 모든 것을 걸 수 있는 '인류의 위대함'을 다시금 되새기기 위함이다.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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