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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용원 May 09. 2020

[손자병법(孫子兵法)] - 손자

평화(平和)'를 위해 '전쟁(戰爭)'을 논(論)하다

평화(平和)'를 위해 '전쟁(戰爭)'을 논(論)하다.
- [손자병법(孫子兵法)], 손자, 김원중 옮김, <글항아리>, 2011.



"전쟁이란 속이는 도(궤도:詭道)이다. 따라서 능력이 있는데 능력이 없는 것처럼 보이게 하고, 용병을 하되 적에게는 용병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게 하며, 가까운 곳을 노리면서도 적에게는 먼 곳을 노리는 것처럼 보이게 하고, 먼 곳을 노리면서도 적에게는 가까운 곳을 노리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
이롭게 하면서 적을 꾀어내고 (내부를) 어지럽게 하여 적을 습격한다. (적이) 충실하면 적을 방비하고, (적이) 강하면 적을 피하고, (적이) 분노하면 그들을 소란스럽게 하고, (적이) 비겁하면 적을 교만에 빠지게 하고, (적이) 편안해하면 그들을 수고롭게 만들고, (적이) 친하게 지내면 그들을 이간질하라. 그들이 방비하지 않는 곳을 공격하고 그들이 생각하지 못한 곳으로 출격하라. 이것은 병가에서 승리할 수 있는 길이니, 정말로 사전에 누설되어서는 안된다."
- [손자병법(孫子兵法)], <계(計)>, 손자, 김원중 옮김, <글항아리>, 2011.


손자(孫子)는 중국 춘추시대 말기 오나라 합려에게 기용된 군사가이자 정치가 손무(孫武)의 사상을 사마천이 춘추시대 제자백가 중 하나로 지칭한 학파로서 흔히 '병가(兵家)'로 분류된다. '병법서'는 군사전략전술에 관한 책으로 주나라 태공망 여상의 [육도삼략], 전국시대 명장 오기의 [오자병법] 등도 유명하다고 하나 '손자'가 정리한 13편의 [손자병법]이 가장 잘 알려져 있다.
손무는 춘추시대 말기인 기원전 6세기경 패자가 되려던 신흥강소국 오나라의 합려에게 기용되기 전에 이미 [손자병법] 13편을 완성했다고 하나, 후세에 죽간으로 발견된 이 병법서가 손무의 것인지 아니면 기원전 4세기 전국시대 제나라에서 활약한 그의 손자 손빈(孫臏)의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아마도 할아버지 손무의 저작을 손자인 손빈이 더 증보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렇게 [손자병법]의 무대는 '전쟁'만이 생존전략이던 춘추전국시대였다.
춘추시대는 그나마 명분과 예의가 남아있어 전면전도 없었고 패전국은 승전국의 신하가 되어 예로써 섬기는 시대였다. 그러나 공자와 손무가 공존하던 시기는 그러한 예악 따위는 무너지기 시작했고 오월쟁패로 월나라 구천이 오왕 합려의 아들 부차를 이겼을 때는 바야흐로 승전국이 패전국 전체를 멸망시켜 버리는 '전국시대(戰國時代)'의 시작이었다.
이제, '제자백가(諸子百家)'의 주류는 중국을 최초로 통일하게 되는 서쪽 변방 진(秦)나라의 '법가(法家)'와 동쪽의 강국 제(齊)나라의 '병가(兵家)', 이들을 조합하여 전국7웅을 넘나들며 유세하던 '술가(術家)' 등이 된다.

[손자병법]을 한 문장으로 정리한다면, "싸우지 않고 이기는 방법에 관한 군사전략"이라 하겠다. 즉, '전쟁'에 관한 책이지만, '전쟁'보다는 '평화'를 지향하며 그래도 싸워야 한다면 반드시 이겨야 하는데 싸우기 전에 먼저 이겨놓고 싸우는 계책이다.
그리하여 손자가 제1편의 <계(計)>편에서 규정하는 '전쟁'은 다름아닌 '속임수(궤도:詭道)'가 된다. 정직하게 정면승부를 하는 것은 가장 하책으로 그 방법 밖에 없을 때 어쩔 수 없이 쓰는 전술이다. 그러나 [손자병법]의 철학이자 가장 큰 '전략'은 '전쟁'이 아닌 '평화'이며, '속임수(詭)'는 불가피하게 '전쟁'에 임했을 때 사용하는 전술이다.
오랫동안 소인배들이 [손자병법]을 무조건 이기려고 사용하는 속임수의 경전으로 사용한 것은 '병가(兵家)'라기 보다는 모든 것을 '평화'가 아닌 '전쟁'으로 규정하고 남을 죽여야만 내가 산다고 생각한 '술가(術家)'의 영향인 것이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을 것이다. 적을 알지 못하고 나만 알면 한 번은 이기고 한 번은 지게 될 것이며, 적을 알지 못하고 나도 알지 못하면 싸울 때마다 반드시 위태롭게 될 것이다."
- [손자병법(孫子兵法)], <모공(謀攻)>, 손자, 김원중 옮김, <글항아리>, 2011.


세간에 알려진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불패(百戰不敗)' 또는 '백전백승(百戰百勝)'의 원래 표현은 [손자병법]의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불태(百戰不殆)'인 바,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뜻인데, '승패(勝敗)'는 '전투'에 국한된 의미이고 '위태로움(태:殆)'이란 '전쟁'의 가능성 모두를 포함한다. 즉, '전쟁'은 물론 '평화'의 국면에서도 나 자신은 물론 상대방까지도 잘 파악해야 한다는 주관적, 객관적 인식의 중요성을 강조한 철학적 '인식론'을 담고 있는데, '승패(勝敗)'만을 강조한 것도 '술가'의 유산일 것이다.


"전쟁이란 다섯 가지에 따라 경영되어야 하고, (일곱 가지) 항목을 비교하여 그 정황을 탐색해야 한다. 첫째를 '도(道)'라고 하고 둘째를 '천(天)'이라고 하며, 셋째를 '지(地)'라고 하고 넷째를 '장(將)'이라고 하며, 다섯째를 '법(法)'이라고 한다...
(일곱 가지) 계책 비교...
(첫째), 군주 중에 누가 도를 지키는가?
(둘째), 장수 중에 누가 더 유능한가?
(셋째), 천시와 지리는 누가 얻었는가?
(넷째), 법령은 누가 잘 시행하는가?
(다섯째), 병력은 누가 더 강한가?
(여섯째), 병사들은 어느 쪽이 더 훈련되어 있는가?
(일곱째), 상벌은 누가 분명한가?
나는 이런 것에 의거하여, 승패를 알 수 있다."
- [손자병법(孫子兵法)], <계(計)>, 손자, 김원중 옮김, <글항아리>, 2011.


'전쟁' 뿐만 아니라 그 가능성을 포함하고 나아가 '전쟁'을 예방하는 '평화'에 관한 논의를 위해 [손자병법]의 <계편>에서는 철학적 방향을 제시하는데, 이른바 '5사7계(五事七計)'다.

'5사(五事)' 중 첫째 '도(道)'는 '올바른 길'이다. 죽음과 위험을 무릅쓰고 따를 수 있는 '도리'나 '정의', '명분'이다. 이로써 '정의의 전쟁'은 다수를 동원하는 명분이 된다. 둘째 '천(天)'은 '때'를 말하는데 '음양' 또는 계절적 요인 들이며, 셋째 '지(地)'는 지리적 요인, 넷째 '장(將)'은 전투를 지휘하는 장수, 다섯째 '법(法)'은 전투에서 유용되는 규율이나 상벌의 엄격함을 의미한다. 손자는 이 '다섯 가지 일(五事)'을 "아는 자는 승리하지만 알지 못하는 자는 승리할 수 없다(계편)"고 한다.

'5사(五事)'가 큰 전략이라면, 실제 전투에서 활용되는 '7계(七計)'는 전술인 바, 이를 잘 살펴 "군대를 쓰면 반드시 승리하게 될 것이니 그(오왕 합려)에게 남을 것(계편)"이라고 한다.

'5사7계(五事七計)'는 [손자병법]의 '전략전술론'이다.


"전쟁의 형세는 '기정(奇正)'에 지나지 않으나 기정의 변화는 남김없이 헤아릴 수 없는 법이다. '기정'이 상생하는 것은 마치 순환하는 것이 끝이 없는 것과 같으니 누가 능히 이것을 다 헤아릴 수 있겠는가?"
- [손자병법(孫子兵法)], <세(勢)>, 손자, 김원중 옮김, <글항아리>, 2011.


[손자병법]에서 '전쟁'의 '형세'는 '기정(奇正)'인데, '기(奇)'는 '변칙'이고 '정(正)'은 '원칙'이다. '기'와 '정'은 상호대립과 침투를 반복하는 '변증법'적 관계를 이룬다. 어느 것이 우선인가 손자는 말하지 않으나 '전쟁'보다 '평화'를 우선시 한다면 '기'보다 '정'이 더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그것이 '도'이자 '천'에 가깝지 않겠는가. 그러나 '전투'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정'만으로는 안된다. 변칙적인 '기'를 잘 활용해야 한다.
이것이 '기'와 '정'이 상호 변환하며, '정'을 지키되 '기'로서 승리한다는 '기정호변(奇正互變)'과 '출기제승(出奇制勝)'이며, <세(勢)>편이 <허실(虛實)>편으로 이어지는 이유인데, '예상을 뒤엎는 공격'이나 '한 번 쓴 계책은 버리기' 등의 '변칙'적 전술 등이 <허실>편의 내용이다.
<허실>에 이어지는 <군쟁>, <구변>, <행군>, <지형>, <구지>, <화공>, <용간> 등은 앞의 <계>, <작전>, <모공>, <형>, <세> 등의 '전략론'에 이어지는 '전술론'이다.
'전투의 상환 판단'이나 '지형 활용법', '살기 위해 어려운 지형에 들어가기'나 '간첩 활용법' 등은 '전투'에 임하는 각개 '전술'들이다.

"적진아퇴(敵進我退) 적주아요(敵駐我擾)
적피아타(敵避我打) 적퇴아추(敵退我追)"
- 마오쩌뚱, '16자 병법(전법)'

삼국시대 '난세의 영웅' 조조는 늘 전쟁터에서도 군막 안에서 책을 읽었다는데 [손자병법]을 최고의 병법서로 평가하고는 나름의 주석을 달았다고 한다. 중국의 혁명가 마오쩌뚱도 길고긴 내전 기간에 [손자병법]을 항상 지니고 다녔다고 하는데, "적이 공격하면 후퇴하고 적이 머물면 소요를 일으키며, 적이 피로하면 공격하고 적이 후퇴하면 추격한다"는 마오쩌뚱의 '16자 병법(전법)'은 [손자병법] '전술론'의 골자를 정리하고 있다.
이들 모두 '도'를 따르는 평화'를 위해 '정의'의 '전쟁'을 수행했던 정치가들이었다.


"옛날에 전쟁을 잘하는 자는 먼저 (적이) 승리할 수 없도록 만들고, 적으로부터 승리할 수 있기를 기다린다. (적이) 승리하지 못하는 것은 자신에게 달려 있으며 (내가) 승리할 수 있는 것은 적에게 달려 있다. 그러므로 전쟁을 잘하는 사람은 능히 (적이) 승리할 수 없게 만들지만 적으로 하여금 (내가) 기필코 승리할 수 있도록 만들 수는 없는 것이다. 따라서 승리란 (미리) 알 수는 있어도 만들 수는 없다고 하는 것이다."
- [손자병법(孫子兵法)], <형(形)>, 손자, 김원중 옮김, <글항아리>, 2011.


[손자병법]을 '술가'가 아닌 '병가'의 입장에서 본다면, 이 병법서는 '전쟁'을 다루되 '평화'를 지향한다.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도', 즉 '올바름'이므로 '변칙'으로서 '기'는 '올바름'을 지키기 위해 불가피하게 사용하는 수단이며, 그럼에도 '평화'를 위해 '전쟁'에서는 반드시 이겨야 한다. "이기지 못할 싸움은 하지 말 것"이고, "싸움을 하기 전에는 미리 이겨놓고 싸움을 건다(선승이후구전:先勝以後求戰-<형(形)>편)"는 정신이다.

물론, 미리 계획만으로 물리적 승리를 만들어낼 수는 없다. 미리 이길 수 있는 조건을 모두 갖추고 싸움을 예방하며 역시 불가피한 경우에 최후의 수단으로 전쟁에 임하되 단시간에 반드시 승리로서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손자병법]은 '평화(平和)'를 위해 '전쟁(戰爭)'을 논(論)하는 병법서다.


"상책의 용병은 적의 계략을 공격하는 것이며 그 차선은 적의 외교관계를 공격하는 것이며 그 다음 정책은 군대를 공격하는 것이며 그 아래 정책은 성을 공격하는 것이다...
따라서 용병을 잘하는 자는 적의 군대를 굴복시키지만 전쟁은 하지 않고, 적의 성은 함락시키지만 공격은 하지 않으며, 적의 나라를 무너뜨리지만 질질 끌지는 않고, 반드시 (적을) 온전하게 하여 천하를 다투므로 군대는 무뎌지지 않으면서 '이익'은 정말로 온전해지니, 이것이야말로 지모로써 성을 공격하는 방법이다."
- [손자병법(孫子兵法)], <모공(謀攻)>, 손자, 김영수 옮김, <글항아리>, 2011.

손자가 말하는 '이익'이란 모두가 온전한 다수 민중들의 '평화'에 다름 아니다.


***

- [손자병법(孫子兵法)], 손자, 김원중 옮김, <글항아리>,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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