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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용원 Mar 05. 2020

지킬 것인가, 바꿀 것인가?

[군주론]과 [맹자]의 '고독'한 대화

책소개) "지킬 것인가, 바꿀 것인가?"
- [군주론]과 [맹자]의 '고독'한 대화



"군주는 짐승의 방법을 잘 알아야 하는데, 그 가운데에서도 여우와 사자를 선택적으로 따라야 한다. 사자는 함정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어렵고 여우는 늑대로부터 자신을 지킬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명한 통치자라면, 신의를 지키는 일이 자신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거나 자신이 약속한 이유가 소멸할 경우, 약속을 지킬 수 없으며 지켜서도 안 된다."
- [군주론] 18장 <군주의 신의는 어떤 방식으로 지켜져야 하는가>
 
"인(仁)은 사람이 지녀야 할 마음이고, 의(義)는 사람이 가야 할 길이다."
- [맹자] <고자 상> 11장

"군주들이... 인간적 자질 모두를 실제로 가질 필요는 없지만 실제 그것들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일 필요는 있다... 즉 자비롭고 신의가 있으며, 인간적이고 정직하며 또한 신앙심이 깊은 것처럼 보이는 것이 실제로는 유용하다는 것... 그러나 그렇지 않아야 할 필요가 있을 경우 당신은 그 반대로 행동할 수 있어야 하고, 그렇게 행동하는 법을 알고 있어야 한다."
- [군주론] 18장 <군주의 신의는 어떤 방식으로 지켜져야 하는가>

"인(仁)이란 것은 곧 사람이다. 이것을 합해서 말하면, 곧 도(道)가 된다."
- [맹자] <진심 하> 16장


마키아벨리는 군주정을 지지하지는 않았지만, 공화정이 힘을 잃고 절대왕정의 시대가 오고 있음을 알고 '현실정치'에서 국가를 지킬 수 있는 군주는 어떤 군주여야 하는지를 논한다.
반면 맹자는 '인의'를 갖춰야 사람임을 전제로 '백성을 위한(위민;爲民) 정치(군주)'보다는 '백성과 함께하는(여민;與民) 정치(군주)'를 주장한다.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의 첫 문장을 "모든 국가는 공화국 아니면 군주국"이라고 할 정도로 공화정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지만, 본인이 정치를 하려면 군주정을 선택해야 하는 '현실'을 깊이 인식하고 있었고, 맹자는 당시 시대상 군주정 밖에 몰랐겠지만 '인의(仁義)'를 본질로 하는 사람 또는 그 집단으로서의 '백성과 함께' 하는 것이 '도(道)'임을 역설한다.

"군주는 다른 사람을 해치지 않고 정직하게 다스려서는 귀족을 만족시킬 수 없는 반면, 민중의 경우는 그런 방법으로 다스려서 만족시킬 수 있다. 민중의 목적은 귀족들의 목적보다 더 정직한데, 귀족들의 목적은 억압하는데 있고 민중의 목적은 억압으로부터 벗어나는데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군주는 적대적인 민중을 상대로는 안전을 확보할 수 없는데, 민중의 수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귀족들을 상대로는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데, 그들의 수가 적기 때문이다."
- [군주론] 9장 <시민군주국에 대하여>

"어진(仁) 사람을 해치는 자를 '적(賊)'이라고 하고, 의로운(義) 사람을 해치는 자를 '잔(殘)'이라고 하며, '잔적(殘賊)'을 일삼는 자는 (군주가 아닌) 한갓 '사내'라 부릅니다. 그러기에 (주나라) 무왕이 한갓 사내에 불과한 (은나라) 주를 죽였다는 말은 들었지만, 임금을 죽였다는 말은 듣지 못했습니다."
- [맹자] <양혜왕 하> 8장

마키아벨리는 '귀족과 민중 가운데 누구에 의지해서 통치해야 하나'라는 질문에 '다수 민중'으로부터 국가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정직하게' 또는 '정직한 척' 다스릴 줄 알아야 하며, 나아가 타국의 원군 없이 자국의 시민들로 조직된 군대가 반드시 필요함을 강조한다.
맹자는 은나라 폭군 주왕을 죽이고 주나라를 연 무왕의 사례를 들며 '신하가 임금을 죽여도 되는가'를 묻는 양혜왕에게 '인의'를 저버린 '잔적' 주왕은 임금이 아니므로 주나라 무왕의 '혁명'이 정당함을 역설한다.

'정치'를 도덕, 윤리 덕목과 분리시켜 근대 정치학의 기틀을 닦은 니콜로 마키아벨리는 '현실' 군주에게 선택받기 위해 '헌사'를 바치면서까지 국가를 지키는 방법을 제출했고 후세에 '권모술수 정치가'와 같은 평가를 받았지만 공화정이나 군주정 어느 것을 지지한 것이 아니라 사회과학으로서 '정치학' 자체를 지지하였으므로 프랑스 철학자 루이 알튀세르에 의하면 칼 마르크스와도 같이 '침묵 속에서' 그 누구로부터도 이해받지 못한채 '고독하다'.
맹자는 기원전 중국 전국시대 정치가임에도 다수 민중의 '인의'를 기준으로 이에 부합되지 못하면 국가권력도 몰락할 수 있음을 역사를 통해 설파하면서 당시 어떤 군주로부터도 선택받지 못했으므로 역시 '고독하다'.

'현실'적이든 '이상'적이든 누구로부터도 이해받지 못한 '마키아벨리의 고독'과 '맹자의 고독'은 침묵 속에서 여전히 우리에게 묻고 있다.

"지킬 것인가, 바꿀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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