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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명진 Dec 21. 2018

우리에겐 자기만의 욕실이 필요하다

파리지앵 인테리어 18

우리에겐 ‘자기만의 욕실’이 필요하다


어린 시절 내게 욕실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항상 ‘공중목욕탕’이었다. 직사각형의 커다란 욕조에는 온수가 모락모락 김을 피우고 있고, 혼신의 힘을 다해 발을 담그면 푸른색 타일의 매끈한 촉감이 느껴지는 곳. 모든 걸 내려놓은 사람들이 지상낙원에 온 듯 지그시 눈을 감고 휴식을 취하는 곳.


내 상상 속의 욕실은 이러했으나…


덕분에 내가 그리는 욕실에는 반드시 커다란 욕조가 있고, 휴식처의 공기가 감돌아야 했다. 그러나 자취생활을 하는 동안에는 그런 사치스러운(?) 욕실은 실현 불가능한 꿈이었다. 우선, 두 다리를 뻗기도 힘든 반신욕조조차 들어갈 수 없는 게 대한민국 서민 욕실의 현실이었다. 세탁기를 넣은 후에, 샤워할 공간이 남으면 그나마 감지덕지였다.


하지만 현실은 참담했다


처음 연남동 집의 욕실을 보았을 때도 “이번에도 욕조는 틀렸군…”이라고 낙담했었다. 사실, 욕조가 문제가 아니라 여러 가지로 총체적 난국 상황인 욕실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꿈을 미뤄두기만 할 수도 없었다. 나이 40에 이르러서야 겨우 나만의 욕조에 발을 담그며, “그래도 소원을 이뤘으니 복 받은 거야…”라고 미소를 짓고 싶지 않았다. 버지니아 울프에게는 ‘자기만의 방’이 필요했지만, 나에게는 당장 ‘자기만의 욕실’이 필요했다.





weekly interior point | 자기만의 욕실 만들기



‘자기만의 욕실’을 만들기 위해서는 다음의 사항들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하나. 내가 원하는 욕실의 모델(청사진)이 분명히 있는가

:  인테리어 작업의 효율성을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집주인과의 합의를 위해서도 필요.


욕실의 색깔부터 배치, 테마까지 여러 이미지를 검색해보며 신중히 구상해보자


둘. 욕실을 내 마음대로 바꾸어도 괜찮을지 집주인과 합의

: 욕실 인테리어는 원상 복구가 어렵다. 따라서 집주인에게 변경할 디자인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고 구두 또는 서면으로 승인을 확실히 받아두어야 함.


셋. 욕실을 적어도 2-3주 정도 사용하지 않을 수 있는 상황인가

: 욕실 벽타일은 욕실용 유성 페인트로 칠해야만 한다. 냄새나 독성이 빠지는데 긴 시간이 소요되므로, 그 동안은 욕실을 이용하기 어려움.


위 사항에 대한 점검이 끝났다면 이제 직접 욕실 대개조에 나서보자. 이번에 소개할 내용은 간단한 페인팅과 DIY 작업으로 욕실을 180도 바꾸는 방법이다.


Step 1. 기초화 작업 |


아파트의 경우 어느 정도 기본형을 유지하고 있겠지만, 단독주택 또는 빌라의 경우는 기초화 작업부터 시작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여러분이 후자에 입주했다면 먼저 기존에 있는 것들을 깨끗이 제거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 낡은 거울, 실리콘 잔재, 스티커 자국, 녹슨 못, 결로, 곰팡이 등등 가지가지 것들이 여러분을 반길 것이다.



Step 2. 페인팅 |


욕실의 벽은 습기를 견디기 위해 타일로 장식되어 있기에, 스타일을 변경하기 위해서는 타일을 교체하거나, 타일 위에 페인팅을 하는 수밖에 없다. 타일 위에는 일반 페인트가 먹지 않기 때문에 접착력이 강하면서, 방수성을 지닌 욕실용 페인트를 구입해 사용해야 한다. 대부분 유독성이라 셀프 작업 시 마스크와 환기는 필수다.


Step 3. 스타일링 |


대부분의 욕실은 온갖 불필요한 것들이 모여드는 창고가 되기 쉽다. 하지만 아무도 창고에서 휴식을 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휴식처의 공기가 감도는 깔끔한 욕실을 위해서는 확고한 두 가지의 기준으로 스타일링을 해야 한다.


첫째는 불필요한 것 빼기.

둘째는 시야에 걸리는 것 감추기.




Step 4. DIY 세탁기 커버 수납장 제작 |


스타일링 기준 둘째를 만족하기 위해서 드럼 세탁기의 사이즈에 딱 알맞으면서도, 세면대와 수납장의 기능을 동시에 지닌 DIY가구를 만들었다. 모든 것을 이곳에 수납해버린 덕분에 장식용으로 서있던 욕조가 드디어 본래의 역할을 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상세한 제작기는 다음 화에 소개


Step 5. 자기만의 욕실 1차 완공



2018. 7월. 멀고느린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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