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빌라 인테리어 - 부록편

안녕, 오리빌라

by 장명진



원래 작은 빌라 인테리어는 ‘오리빌라’를 떠난 지 1년이 되던 시점에서 오리 시절을 담은 에세이와 인테리어 시공기를 함께 써보자는 기획으로 시작했다. 몇 차례 연재를 하던 시점에 코로나19가 대유행을 시작했고, 당시 일하던 직장에서 해고되고 말았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우연히 새로운 분야에서 일하게 되면서 급류에 휘말려 가듯 정신을 차릴 수 없는 2년의 세월을 보냈다.


그 사이 오리빌라 시절은 어느덧 더 먼 과거가 되었고, 세세한 에피소드들을 애써 기록하기에는 마음의 여운이 희미해졌다. 처음 의도와 달리 시공기 위주의 글이 된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언젠가 책으로 묶는다면 또 다른 형태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나의 셀프인테리어 공력 측면에서 오리 시절은 ‘나무’를 다루는 기술이 한 계단 상승한 시기였다. 연남동 파리지앵 하우스 시절에는 폐목재들을 이리저리 재활용하며 그저 목공 흉내를 내봤다면, 오리빌라에서는 전기톱 등의 도구들도 구비해서 제대로 목공을 마주했다. 목가구의 설계도 조금 더 정교하게 할 수 있게 되었다.


헤르만 헤세님과 인테리어는 아무 상관이 없지만; 언제부턴가 인테리어 아이디어 공책이 되었을 뿐이고...


원래는 복층 공간을 라운지룸에 야심차게 만들어 보려고 했다


가구 설계는 숫자와의 전쟁이다. 0.5센티미터가 모든 것을 망칠 수 있다. 수학 점수 6점이던 내가 이런 걸 하게 될 줄이야.


오리빌라에서 요란한 소음을 발산하며 거창하게 셀프인테리어 작업을 할 수 있었던 이유가 있다. 이사 들어간 곳이 빌라의 1층이었고, 아래 반지층에는 민간 유기견 보호소 같은 시설만 있었던 데다가(멍멍이들이 하루 종일 짖어댔다), 마침 주변에 새 건물을 짓느라 1년 내내 공사 소음이 진동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눈치 보지 않고 여러 가지 실험적인 시도를 해볼 수 있었다.



따로 소개하지 않았지만 집필실과 연결된 베란다 공간에도 나름 소소한 변화가 있었다. 바테이블은 직접 만든 것.



이사를 나올 때는 뜻밖의 난관이 있었다. 일단 변두리 지역이라 부동산중개소를 통해서는 세입자를 구할 수 없었다. 다방이나 직방 같은 어플은 귀찮아서 이용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3달이나 세입자가 나타나지 않아서 다방에 사진을 올렸다. 당일에 바로 연락이 왔다. 당연히 인테리어가 마음에 들어서 연락한 줄 알았더니, 집을 본 뒤 주인에게 “귀신 나올 것 같다”며 인테리어를 싹 고쳐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판재를 이용해 만든 벽면을 ‘빨간색 페인트’를 칠해 놓았다며 화를 냈다고 하니 가히 그분들의 안목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일주일간 퇴근하고 곧바로 오리빌라로 돌아가 인테리어를 모두 원점으로 바꿔주는 중노동을 해야만 했다. 월셋집 인테리어에는 이런 애환이 있으니 부디 참고하시길 바란다. 아마, 내게 시간이 더 있었다면 내 인테리어를 마음에 들어 하는 세입자도 분명 찾을 수 있었을 것이다. 결국, 내가 고집을 피우며 부동산 앱을 너무 늦게 활용한 탓이다.


작은 빌라 인테리어는 이것으로 마무리를 지으려고 한다. 다음은 지금 내가 4년째 거주 중인 ‘구름정원’ 인테리어기를 써야 할 차례다. 구름정원은 내 셀프인테리어 인생 10년의 노하우가 총집결된 결정체라고 말할 수 있다.


자 그럼, 여러분 다음에 또 봅시다 : )


2022. 10. 26. 멀고느린구름.




커밍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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