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빌라 인테리어 5 - 복층이 필요해

안녕, 오리빌라

by 장명진


오리빌라 인테리어 작업기 연재를 의욕적으로 시작했다가 새 직장을 얻으며 이어가지 못한 지 벌써 2년이 훌쩍 넘었다. 그 사이 애증했던 오리빌라는 벌써 아주 오래 전의 옛집이 되고 말았다. 이별세포가 프라임 세포가 되었던 내 마음에도 이제는 다양한 감정들이 돌아왔다. 인테리어 작업기야 언제든 다시 쓰면 그만이지만, 그 시절의 마음을 다시 마주해야 한다는 것이 두려워 차일피일 미루다 오늘까지 왔다.


어제는 내게 해마다 돌아오는 특별한 날이었다. 언젠가는 그날도 특별하지 않게 될 것임을 알기에 최선을 다해 충실한 하루를 보내려고 애썼다. 어제를 무사히 보내고 일어나니 지나간 날들을 마주할 용기가 생겨 ‘오리빌라 인테리어 작업기’를 다시 시작한다.






사업에 실패하고 빚 독촉에 쫓기며 오리빌라에 살던 시절의 나는 넋이 반쯤 나간 상태였다고 생각한다. 듣고 있지만 듣고 있지 않았고, 말하고 있지만 말하고 있지 않는 상태였다. 무언가를 생각하려고 해도 늘 생각의 반 정도는 조각나 버렸다. 나는 분명 오리빌라에 살고 있었지만, 오리빌라에 살고 있는 나를 나 자신이 인정할 수 없었다. 누군가 오리빌라에 사시죠?라고 묻는다면 살고 있지만 살고 있지 않습니다라고 답했을 것이었다. ‘이곳에 사는 것도 나쁘지 않아’라는 기분을 느끼고 싶어서 나는 더욱 인테리어에 몰두했다.


나의 셀프인테리어 숙원 중 하나는 ‘복층 만들기’였다. ‘복층’을 만들다니? 그건 인테리어라기보다는 건축의 영역 아닌가. 그럼에도 병든 내 마음에는 복층 공간만 있으면 구원받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엉뚱한 욕망이 자리를 폈다. 한 달 정도 복층 제작에 대한 구상을 계속한 끝에, 복층이 안 되면 ‘복층 침대’라도 만들자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내가 원했던 이상적인 복층 침대. 층고가 최소 3미터는 되어야 가능할 것이다.



오리빌라는 층고가 2.1미터 정도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연인은 반대를 했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그 의견이 옳았다. 초기에 디자인한 침실의 형태가 더 아늑하고 편리했으며, 무엇보다 연인이 좋아하는 형태였다. 그런데 그 시절 나는 연인의 의견을 묵살하며 내 뜻대로만 작업을 강행했다. 내 그런 어리석고 독단적인 결정들이 상대에게는 크고 작은 상처로 하나둘 쌓였을 것이다.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갈 수 있다면 복층 침대 만들기를 내려놓는 것부터 시작할 테지만, 수년 전의 나는 유령에 홀린 듯이 착착 작업을 진행했다. 그려놓은 도면에 따라 나지막한 옷장 두 개를 기둥으로 삼고, 그 위에 침대를 올렸다. 사실, 그것만으로도 벌써 복층 침대가 되었지만, 구색을 갖추기 위해 계단 수납장을 만들고, 침대에서 굴러 떨어져도 죽지(?) 않도록 복층 공간에 조그만 복도까지 설치했다.



옷장 두 개 위에 뜯어낸 문짝을 올려서 어린이들의 거실 복층방으로 쓰고 있던 것을 침실로 옮겨왔다


침대는 기본적으로 작은 4개의 기둥발로 두 사람 이상의 하중을 지탱하고 있으므로, 기둥만 튼튼하면 높은 곳에 올려도 이론상 문제는 없었다. 침대의 프레임을 참고해서 복도도 만들었다


그냥 두면 밋밋하니 계단 수납장의 문짝과 복도 측면에 흰색 페인트를 칠해 방의 화이트 테마를 살려줬다



3평 정도 크기의 침실에 위아래 두 개의 공간이 생겼고, 아래쪽에서는 모니터로 드라마나 영화를 보고, 위층 침대에서는 잠을 자거나 책을 읽었다. 작고 좁은 보잘것없는 침실이었지만 나는 그곳을 아주 사랑했다. ‘우리’라는 이름의 온기가 가득했고, 혼자 있어도 쓸쓸하지 않게, 나를 품어주는 듯한 공간이었다.




그런데 나는 왜 곧 그곳을 버리고 떠나게 되었을까? 인생은 정말 알 수 없는 일의 연속이다. 지난 뒤에는 어쩔 수 없이 그 모든 것을 운명이라고 여길 수밖에 없게 된다.


2022. 8. 10. 멀고느린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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