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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명진 Feb 19. 2024

사랑을 잃고 나는 만드네 - 벽난로 책장 DIY

아주 작은 펜트하우스 인테리어 5


사랑을 잃고 나는 가구를 만들었다. 기형도 시인은 사랑을 잃고 시를 썼다지만, 나는 사랑을 잃은 뒤엔 꽤 오래 글을 못 쓰는 타입이다. 머리가 멍하고 외로울 땐, 몸을 힘들게 굴리는 게 최적이다. 몸마저 마음과 함께 으슥한 데 찌부러져 있으면 곧 풀어질 것도 더 헝클어지기 마련이다.


오래전, 옛 연인과 작별 뒤에 수개월 동안 나는 구름정원 거실에 앉아 있지 못했다. 빈자리가 너무 컸다. 소파에 몸을 기대면 일만 년치의 고독이 나를 짓눌렀다. 가장 애정하던 장소가 기피 공간이 되자, 집에 돌아와도 영 기운이 나지 않았다. 뭔가를 해야겠다 싶었지만, 뭘 해야 할지는 몰랐다.


멍...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눈팅하던 인스타 계정 광고에서 마음에 쏙 드는 가구 하나를 발견했다. 중세 유럽 벽난로 디자인의 진열장이었다. 저거 만들 수 있겠는데. 바로 주방 식탁에 앉아 노트에 도안을 그렸다. 크기를 가늠해서 목재를 주문했다. 도착한 새 목재들과 창고에 쌓여 있던 자투리 나무들을 뚝딱뚝딱 연결했다. 밤낮을 잊고 온종일 집중했다. 하루 지나 제법 근사한 벽난로 책장이 만들어졌다. 거실 중심 자리에 배치했다. 잃어버린 퍼즐 조각은 분명 다른 것이었는데, 묘하게 거실이 안정감을 되찾았다.


어쩌면 안정감을 되찾은 것은 거실이 아니라, 내 마음이었는지도 모른다. 어차피 집에 올 사람도 없으니, 인테리어 따위 아무래도 좋다고 여기며 살았다. 집이 헝클어지는 만큼 나도 헝클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마음을 마음으로만 일으켜 세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한 잔의 커피, 한 조각의 빵, 한 포크의 떡볶이가 우리를 살아나게 할 수 있다. 내 경우 수제 벽난로 책장이 무너진 마음을 일으켜 세웠다.


이제는 늘 벽난로 책장 곁에서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고, 음악을 듣는다. 옅은 추억이 말을 걸면 담담히 웃고, 한 스푼 정도만 쓸쓸해진다. 모든 작별은 다 어제의 일과 같은데, 벌써 아주 많은 시간이 흘렀다.


2024. 2. 19.




| 뚝딱뚝딱 '벽난로 책장' 만들기


도안을 그리고, 포함될 목재의 크기를 가늠한다



주문한 목재와 재활용 목재를 대충 맞춰서 기대한 모양이 나오는지 가조립해본다



커피색 스테인으로 선반용 목재를 염색한다. 아마도 이 시기부터 스펀지를 적극 활용.



벽지를 칠하고 남아 있던 '춤추는 구름색' 팬톤 페인트로 겉면부 목재를 칠했다. 덕분에 벽과 벽난로에 통일감이 생겼다.



도색 완료된 재료들을 뚝따닥뚝딱 조립해주면 된다



뭔가 밋밋한 기분이 들어 창고에 굴러다니던 몰딩을 붙여서 우아함을 더했다



 참고로 윗 부분에 개폐식 수납공간을 따로 만들어 활용도를 높였다.




대완성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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