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작은 펜트하우스 인테리어 부록
나는 어째서 연재를 하지 않으면 카테고리가 사라지는 페널티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을까. 뭔가 당연히 그러려니 추측했던 것 같다. 덕분에 크리스마스에도 새해 아침에도 성실성실하게 글을 썼는데, 막상 겪어 보니 그런 페널티는 존재하지 않았다. 다행이랄까, 다행이지 아니하달까, 토끼 귀를 하고 있는 고양이를 본 것 같은 기분이다.
인테리어 에세이를 쓰는 건 내 기준으로 가성비가 무척 나쁜 일이다. 글의 주제를 떠올리는 일도 어렵고, 어찌어찌 여는 글을 썼다고 해도, 글로 인테리어 시공기를 간결하게 정리하는 것도 힘들다. 게다가 수만 장의 사진이 쌓여 있는 내 사진 DB에서 알맞은 사진을 골라내는 일도 만만치 않다. 대충 한 편 작업하는데 3 ~ 4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그에 비해 성과는 썩 좋지 못해서 = _ =; 이 연재 카테고리를 만든 과거의 나를 저주하고, 커피 한 잔을 더 내려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시간까지 더하면 얼추 반나절이 지나간다.
어쨌든 칼을 뽑았으니 떡볶이라도 썰어야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연재를 이어나가려고 월요일 새벽에 늘 자리에 앉았다. 정말 이것만은 모두 인정해주셨으면 좋겠다. 하지만 그때마다 매번 퇴고 중이던 소설의 새로운 방향성이 비로소 떠올라 연재를 내팽개치고 그 작업에 매진하게 되었다. 연재 카테고리가 폭파될 것을 각오하고 한 일인데, 폭파는커녕, 브런치 주최 측(?)의 독촉 알림만 매주 받게 되어 신용불량자가 된 기분이다. 채무불이행의 변이라도 써야 할 것 같아서 명절 중에 이 글을 쓰고 있다.
개인적인 사정도 있어서 앞으로도 매주 연재는 어려울 것 같다. 과거 매거진에 연재할 때처럼 몇 달에 걸쳐 틈틈이 쓰게 될 듯하니, 독자분들도 모쪼록 느긋하게 기다려주시길 바랍니다. 아직 공개하지 못한 침실, 집필실, 다락방, 주방 등 여러 공간들이 많다. 그런데 이것들 하나하나가 다 대작업이라, 심신의 여유가 없이는 시작하기 어렵다. 요즘의 나는 심신의 여유가 나노미터 정도 남아 있는 상황이다.
이런 넋두리를 늘어놓을 시간에 쓰면 되지 않느냐고 생각하실 분이 있겠지만… 지금 이 글은 완전히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쓰고 있는 글이라 나노미터의 여유로도 쓸 수가 있는 것이다. 오늘도 애초에는 ‘벽난로 책장 만들기’라는 주제의 글을 쓰려고 자리에 앉은 것인데 이런 글이 쏟아져나오고 말았다. 며칠 전에 올린 정치 리뷰도 애초의 주제는 ‘나의 반려조명 이야기’였다. 이 추세라면 ‘커피잔을 사랑하십니까?’라는 주제로 초고대 문명의 수수께끼를 풀어낼 수도 있을 듯하다.
아무튼, 성실하게 연재하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 _ ;
(심신 미약으로 인한 급마무리)
2024. 2.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