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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명진 Aug 17. 2024

소설을 못 써서 쓰는 글 1


새벽에 일어나 소설 쓰기. 몇 달간 멈췄던 일을 다시 시작했다. 비로소 나의 날들이 움직이는 기분이다.


매일 새벽에 소설을 쓴다고 해서 정말로 매일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떤 때는 단 한 문장을 쓰고, 또 어떤 날은 한 문장도 쓰지 못한다. 바로 오늘 같은 날이다. 한 문장도 쓰지 못한 날은 어쩐지 일진이 사납다. 늘 제시간에 오던 버스가 오지 않아 땡볕에서 30분 넘게 기다려야 하는 불상사 같은 게 일어난다. 그런 참담한 일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소설이 안 써지더라도 자리에 굳건히 앉아, 뭐라도 한 건 해내야 한다.


가령, 소설 전개의 실마리를 잡거나, 이전에는 쓰지 않은 새로운 표현법을 개발하거나, 다음 소설의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일. 놀랍게도 오늘은 앞에 예를 든 세 가지를 모두 해냈다. 그러므로 오늘 일진은 그닥 사납지 않을 예정이다. 어쩌면 오후 정도에 새벽에는 쓰지 못한 소설의 다음 문장을 술술 써 내려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지만.


한 가지 소개하자면 오늘은 ‘코즈믹 라떼’라는 단어를 소설 어딘가에 활용해 볼 생각을 떠올렸다. 우주는 캄캄한 것 같지만 실은 빛으로 가득 차 있다. 그 우주의 빛을 모두 모아, 우주를 하나의 색으로 표현한다면 우유거품커피 같은 색이 된다고 한다. ‘코즈믹 라떼’는 바로 우주의 색이다. 이런 건 나만 쓰고 싶은 욕심이 있지만,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얘기일 테니 뭐.


그나저나 왜 벌써 8월이 된 거지. 운수대통이라던 올해의 점괘가 실력 발휘할 시간이 이제 4개월 남았다.  


2024. 8.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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