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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물방울 Jul 15. 2020

저는 장애와 비장애를 오고 갑니다.

놀라셨죠? 


장애인이면 장애인, 비장애인이면 비장애인이지 이 둘을 넘나드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걸 전혀 생각 못하셨죠?


궁금증을 해결하기 전에, 일단 정의부터 내려봅시다.


장애란 신체 기관이 본래의 제 기능을 하지 못하거나 정신 능력에 결함이 있는 상태를 말한다.(표준국어대사전)


전 장애를 가지고 있어요. 정확히 말하면 정신적 장애를 가지고 있는 시기가 있는 것이죠. 바로 조울증이란 병이 나타날 때예요. 조울증이란 기분이 상당히 들뜬상태가 지속되는 조증과 기분이 상당히 무거운 상태가 지속되는 울증이 나타나는 병을 지칭해요. 흔히들, 기분이 좋은 정도 그니까 연예인으로 치면 노홍철 정도의 상태를 조증이라고 착각하시는데, 그건 아닌 것 같아요. 저의 조증의 경우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의 망상을 동반했거든요. 반면, 울증의 경우 이빨을 닦는 것마저 대단해 보일 정도로 일상생활의 무거움을 느꼈고요. 조울증을 앓는 사람들 중 '조증'이 더 두드러지는 사람이 있고, '울증'이 더 심각한 사람이 있어요. 저의 경우 조울증의 조증과 울증 중 ‘조증’이 더 심각하게 드러납니다. 


조증이 오면 꼭 내일 세상이 종말 할 것 같고, 사람들의 악(惡)이 눈에 띄게 보인다고 착각을 하죠. 그래서 굉장히 성격이 포악하게 보일 수도 있어요. 하나님이 진노의 잔을 바로 쏟으실 만큼 악하게 보이거든요. 그건 조증일 때 제가 본 세상입니다. 


반면, ‘조증’ 일 때 아빠가 본 ‘저의 모습’은 이 거래요. 정말이지 너무 이상하 대요. 그리고 의사소통이 불가능하대요. 


제가 얼마나 정신적 결함이 있었는지 표현하자면, 예수님이 사랑을 표현해야 하는 교회에서도 더 이상 나오지 말라고 권고했어요. 다니고 있던 대학원에서는 저를 제적해야 하는지 안건을 두고 회의를 했었다고 하네요. 전 확실히 장애가 있었습니다. 완전히 일상생활이 불가능했거든요.

 

반면, 

비장애인이란 신체나 정신에 장애나 결함이 없는 사람을 말해요.(고려대 한국어대사전)


사실 전 대부분의 삶을 비장애인으로 살아가요. 저의 지인들 중 많은 사람이 제가 이상했던 모습을 보지 못했죠. 이것이 참 다행인 건지, 아니면 불행인 건지 모르겠지만요. 전 정상으로 사는 사람들 중에서도 꽤 머리가 좋은 편 같아요. 모르는 게 있으면 책을 보고 알아갈 능력도 있고요, 인터넷 검색을 통해 문자화 된 글들을 읽고 이해합니다. 그것뿐만 아니라 제가 표현하고 싶은 것들을 글로 표현해내는 능력도 가지고 있어요. 수련 중이지만요. 참 축복받았죠. 


이 모든 것의 전제조건은 ‘약’입니다. 제가 약을 잘 먹는다는 전제 하에 전 일상생활이 가능하답니다.


어떤 분들은 이러한 정신건강의 문제에 대해 '마음이 약해서 그렇다.' , '독하게 먹고 약을 끊어야 한다.'라고 말씀하시지만, 전 전적으로 동의할 수 없어요. 마음이 약해서라기 보다 호르몬의 작용이 있는 것 같고요, 단약을 하기보다 약을 먹으면서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게 더 올바르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실제로 삼일 정도 약을 안 먹어 본 적이 있었는데, 경조증 형태의 들뜬 증상을 보이더라고요. 저에게 약은 필수인 것 같아요.)



출처: 픽사 베이


이렇게 저는 정신적 장애를 가지고 있는 때와 그렇지 않은 때를 넘나들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조금은 특별한 삶을 살고 있지요.





저는 비장애인일 때, 정신적 장애를 가지고 있던 일들을 복기해서 기록으로 남긴답니다. 제가 작년에 경조증이란 큰 파도를 2번 맞닥드렸어요. 2019년 4월 누군가의 죽음에 대한 충격으로 한 번, 2019년 10월 스트레스로 인해서 또 한 번. 근데, 제가 적은 기록들이 저를 빠르게 비장애인으로 살기 위한 터전을 마련해주더라고요. 조증으로 아프기 시작하면, 현실 인지 자체가 달라져요. 때문에, 스스로 자신이 이상한 망상에 빠졌다는 생각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죠. 하지만, 약을 조절하고, 병을 인지하게 된다면, 일상으로의 복귀 속도가 예전에 아팠을 때에 비해 빠르더라고요. 전 제가 남겨놓은 글들을 자주 읽어요. 그 글들을 디딤돌 삼아, 한 걸음 한 걸음 걷다 보면, 어느새 정상적으로 생활할 수 있게 되거든요.


제가 글을 쓰는 이유도 비슷합니다. 저도 처음 조울증을 발견하게 되고, 내가 이상한 망상에 갇혔었다는 것을 인지하게 될 때에 지금 누리고 있는 삶을 누릴 수 없을 거라 생각했거든요. 어두컴컴한 동굴이었고, 다시는 올라올 수 없는 아찔한 낭떠러지였어요. 근데, 약을 잘 먹고, 스트레스 관리 잘하면서, 주변의 사랑과 함께 살다 보니, 견딜 수 있게 되더라고요. 일상생활이 가능해지더라고요. 이런 행복한 삶이 나에게도 허락되더라고요.


그래서 전 씁니다. 마음이 아프고, 정신건강 문제가 있는 사람들에게 조금만 견뎌달라고 외쳐도 봅니다. 이 외침이 하나의 영혼에 울림으로 다가가길 바라면서, 조금의 위로가 되길 바라면서 말이죠.




장애와 비장애인 사이를 오고 가는 삶. 어떨 때에는 삶이 불안한 밧줄 타기 같지만, 이 속에서 전 행복을 맛보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더 다양한 이야기를 이곳 브런치를 통해 발행할게요. 장애와 비장애를 오고 가는 삶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면, 구독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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