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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홍수정 Jul 02. 2022

<탑건: 매버릭>, 그가 필사적으로 싸운 적의 실체




※스포일러가 있어요


<탑건: 매버릭>에는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다. 찬찬히 생각해보자. 이 영화에서 대원들은 처절한 싸움을 벌인다. 그런데 누구와? 그들이 부수려는 적은 누구인가? '우라늄 원자로를 소유한 적국'이라는 말은 뭔가 충분치 않다. 한참 영화를 보다보면 이 맹렬한 전투의 상대방이 분명하지 않다는 점을 문득 깨닫게 된다.


이것은 단순한 실수가 아니다. 그렇다고 말하기에 <탑건: 매버릭>의 다른 설정들은 충분히 꼼꼼하다. 특정 국가의 이름을 차용하기 곤란해 내린 결정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가상의 국가를 설정해도 됐을 테니까. 이 영화는 다분히도 고의적으로 적의 실체를 불분명하게 설정하고 있다. 왜냐하면 이 영화가 생각하는 진정한 적, 우리의 매버릭(톰 크루즈)이 싸워야 할 궁극의 상대는 특정 국가나 단체 따위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다시 한 번 질문을 던져보자. <탑건: 매버릭>이 이다지도 필사적으로 싸워 이기려는 적의 실체는 무엇이냐고. 이 물음에 대한 힌트를 제시하는 장면이 있다. 영화의 초반, 매버릭의 상관이 말한다. 앞으로 파일럿은 멸종할 것이라고. 먹고 자고 싸는, 한 마디로 인간의 육신을 가진 조종사들은 기계에 대체된 채 사라질 것이라고 말이다. 이 장면은 관객에게 똑똑히 경고한다. 우리가 애정해 마지 않는 멋진 조종사들을 끝장낼 무시무시한 그것의 이름은 바로 '시대'라는 것을. 점차 변화하는 시대 앞에서 파일럿은 어쩔 수 없이 사라질 운명이다.  


* 이어지는 내용은 위 링크에서 확인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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