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 기침의 원인: 기관지 천식

by 강상록

기관지 천식(bronchial asthma)은 대중에게 흔히 알려진 질환입니다. 기관지 천식이 정확한 명칭이지만 보통은 그냥 '천식'이라고 부릅니다. 천식이 정확히 어떤 병인지 모르는 분들도 한 번쯤 영화나 드라마에서 흡입기를 쓰는 주인공의 모습을 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우리의 병약한 주인공은 비상시 사용하는 흡입기를 실수로 잃어버리거나 악당에게 빼앗겨 늘 죽음의 위기에 놓이곤 합니다. 그 정도로 중요한 물건이라면 두세 개쯤 가지고 다닐 법도 한데 준비성이 그렇게 철저한 주인공은 없습니다.


천식이란?

간단히 핵심만 설명드리자면 천식은 기도(airway)에 생기는 만성 염증 질환입니다. 기도에 염증이 생겨 과민해지고(기침) 염증으로 인해 기도가 좁아지며(호흡곤란) 분비물(가래)도 생기게 됩니다. 기침, 가래, 호흡곤란, 가슴 답답함, 천명음(쌕쌕거리는 숨소리) 등이 천식의 주요 증상입니다.


만성 기침과 천식은 어떤 연관이 있을까?

8주 이상 지속되는 기침인 만성 기침으로 병원에 오는 환자들에게 천식 검사를 반드시 권합니다. 만성 기침을 앓는 환자의 상당수가 천식이나 그와 유사한 기관지 질환으로 진단되기 때문입니다. 흉부 엑스레이만 찍어도 의심할 수 있는 폐질환(예를 들면 폐렴, 결핵, 늑막염 등)은 비교적 발견이 쉽고 증상이 시작되면 점점 힘들어지기 때문에 8주 이상 발견되지 않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반면 기도의 문제인 천식은 흉부 엑스레이에서는 물론이고 CT에서도 보이지 않는 질환입니다. 폐기능검사, 기관지유발검사, 호기산화질소, 혈액검사 등의 추가검사를 진행해야 하고 종합적인 판단이 필요하기 때문에 발견이 늦을 수 있습니다. 가끔은 병원 리뷰에 '기침을 오래 해서 갔더니 천식검사를 시키더라. 내가 봐도 나는 천식이 아닌 거 같은데 과잉진료 한다.' 같은 악플이 달리기도 하는데 이는 오해입니다. 전형적인 천식은 호흡곤란, 가슴 답답함, 천명음 등이 있지만 그런 증상 없이 기침만 하는 것이 특징인 '기침 이형 천식(cough variant asthma)'이라는 천식도 있고 천식과 유사한 '호산구성 기관지염(eosinophilic bronchitis)'이라는 질환도 주증상이 기침이기 때문에 검사로 감별을 해줘야 합니다. 그리고 일반적인 기관지 천식도 초기일 때는 기침만 일으킬 수 있으므로 만성 기침에서는 천식 검사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오히려 다행

만성 기침의 원인이 천식이라면 오히려 다행입니다. 천식은 스테로이드와 기관지확장제를 주성분으로 하는 흡입기(inhaler)에 대부분 좋은 효과를 보이므로 수개월동안 고생하던 기침이 2~3일 만에 좋아지는 일도 많습니다. 더구나 기침 이형 천식이나 호산구성 기관지염의 경우 일반적인 천식에 비해 증상이 심하지 않고 치료효과도 좋아 더욱 다행입니다. 요즘에는 효과가 좋은 흡입기들이 워낙 많이 출시되어 있고 흡입기 치료에 반응이 떨어지는 '중증 천식'의 경우에도 다양한 주사약제들이 있어 천식은 더 이상 ‘죽는 병’이 아닙니다(병약하고 준비성이 부족한 영화 속 주인공에게도 이제 희망이 생겼습니다).


결론

천식은 제가 전공한 알레르기내과에서는 아주 중요한 질환이고 다양한 스펙트럼과 동반 질환, 합병증을 갖는 복잡한 질환입니다. 생각보다 아주 흔하기 때문에 여러분의 오래된 기침의 원인이 천식일 수도 있음을 반드시 생각하셔야 합니다.




* 천식은 가장 중요한 질환이므로 추후에 자세히 다룰 일이 있습니다. 다음에는 오늘 언급한 기침 이형 천식과 호산구성 기관지염에 대해 다룰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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