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답노트

by 강상록

지난달에 출품했던 수필문학상의 수상자 발표가 있었다. 홈페이지에 올라온 명단에서 대상, 우수상, 장려상 순으로 따라 내려오며 내가 지은 글 제목과 내 이름을 찾았으나 보이지 않았다. 혹시나 싶어 다시 반복했지만 이미 결과는 알고 있었다.


글을 쓰기 시작한 첫 해에 한 대회에서 작은 상을 받았고 자신감이 생겼다. 내가 믿기에 나에겐 재능이 있었으므로, 시간이 가면 글이 자연히 더 나아질 것이라 생각했다. 다른 대회에서도 비슷한 상을 받겠거니, 다음 해에는 더 큰 상을 받겠거니 생각했다. 1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 출품하는 대회마다 입상은 감감무소식이다. 그 작은 상이 나를 크게 오만하게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글에 무슨 문제가 있나 싶어 그동안 출품한 수필들을 다시 읽어보기 시작했다. 자신감 있게 쓰고 나서 '멋진 글이군.'이라고 생각했던 그때 그 느낌이 아니었다. 입상한 작품들과 비교해 보면 뭔가 초라해 보이고 글에 표현된 생각이 겉돌고 깊이가 없는 느낌이었다. 뭐라 명확히 표현하기는 어려운 부족함이 느껴졌다(표현이 어려운 것조차도 실력이리라).


몇 번의 실패에 자극받은 김에, 또한 새해가 온 김에 큰 결심을 했다. 참가했던 수필대회 대상작들을 연도 별로 정리해서 출력했다. 그리고 나의 출품작들을 모아서 출력했다. 이제 세상에서 가장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한다. 나의 글을 다른 사람의 글과 비교하여 파헤치고 뜯어보는 일. 문장, 표현, 구성 등 무슨 차이가 있는지 세세하게 들여다볼 것이다. 밑줄도 잔뜩 긋고 새로 떠오른 생각들도 적어보고 같은 주제로 글을 다시 써보기도 할 작정이다. 이런 게 '진정한' 글쓰기 공부일까?


문득 고3 때 만들었던 오답노트가 떠오른다. 남들이 다 하니까 따라 했던 건지도 모르겠으나 수개월 째 비슷한 수준에 머무르던 성적을 올리기 위해서 오답노트가 꼭 필요하다는 사실은 알았던 것 같다. 무엇을 모르고 있는지 분명하게 아는 것. 알고 나서는 기초부터 이해하고 반복해서 다시 틀리지 않는 것. 너무 간단하고 쉬운 원리지만 나는 나의 약점을 파헤치고 싶지 않았다. 대각선으로 빨간색 선이 그어진(동그라미가 아닌) 문제를 쳐다보기도 싫었다. 오답노트는 틀린 문제가 적힌 그대로 방치되었다. 분석이나 새로운 풀이는 없었다. 수능이 끝나는 날까지 오답노트라고는 부를 수 없는, ‘오답 스크랩북’ 정도가 되고 말았다.


글쓰기에 오답과 정답이 있을 리는 없겠고, 수상이 글을 판단하는 유일한 기준도 아니겠지만 좋은 글과 좋지 않은 글은 분명 있을 것이다. 이번에 만들 나만의 ‘글쓰기 오답노트’는 오답을 찾는다기보다는 나의 부족함을 직접 들여다보고 인정하는 용기를 내는 과정일 것이다. 수상과 상관없이(솔직히 수상은 하고 싶지만) 나는 좋은 글을 쓰고 싶으므로 ‘쓰다 보면 언젠가는 잘 쓰겠지’하는 수동적인 태도를 버리기로 했다. 작심삼일, 곧 잊히는 새해 목표 중 하나가 되지 않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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