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3개월 만에 쇼핑몰로
월 1,000만 원 벌어요
유튜브를 보다 보면 이런 영상들이 참 많다. 쇼핑몰로, 블로그로, 정말 다양한 방법으로 회사 밖에서 월 1,000만 원을 벌었다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나도 그렇게 될 줄 알았다.
그러나 퇴사 3개월 차,
현실적인 수입은 단 22만 원이었다.
퇴사 후 제주 한 달 살기를 다녀와서 이것저것 일을 시작한 지 1~2개월이 되었다. 그나마 다른 것들은 수입이 없었고 스마트스토어와 쿠팡 판매를 통한 정산금이 22만 원이었다. 그나마 투자한 금액은 그것보다 많아 적자였다.
회사에 다닐 때보다 더 열심히, 더 많은 일을 하고 있는데 수입은 턱 없이 부족했다. 현타가 찾아왔다. 유튜브에 나오는 그들처럼 월 1,000만 원까지는 아니라도 쇼핑몰을 시작하면 최소한 100만 원이라도 벌 줄 알았다. 3개월 동안 회사에서 일을 했으면 돈이 얼마야. 내가 3개월 동안 까먹은 돈과 그 시간을 일했을 때 벌었을 돈을 비교해 머릿속에 계산기가 돌아갔다.
갑자기 불안감이 엄습했다. 통장 잔고는 아직 넉넉해서 바닥을 보일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나 이 상황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들었다. 계속 이렇게 벌다가는 금방이라도 모아두었던 재산을 탕진하고 빈털터리로 회사로 돌아갈 것만 같았다.
불안한 마음에 지출을 줄이기 시작했다. 지출을 줄이기 시작하니 그동안 내가 참 많은 것들을 누리고 있었구나 생각이 들었다. 회사 일이 힘들면 훌쩍 여행도 가고, 친구들과 주말에 술 한 잔 하며 스트레스를 풀고, 출퇴근길 필요하지도 않은 아이템들을 쇼핑하고, 이런 소소한 행복들을 이제는 포기해야 했다. 그리고 언제까지 포기해야 할지 모른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수입이 줄어드는 게 힘들었던 건 '단순히 내가 먹고살지 못하겠구나' 하는 불안감뿐만 아니었다. 뭘 하든 먹고살겠지. 당당하게 퇴사를 했는데 내 능력으로 벌 수 있는 돈의 진짜 현실인 것만 같았다. 회사라는 시스템 안에서 나는 내 월급만큼의 가치가 있는 사람이었는데 회사 밖에서는 달랐다.
회사라는 시스템 안에서 일할 때, 내가 회사에 벌어다 주는 돈이 얼만데, 나도 나가면 그 1/10은 벌겠지. 생각했다. 그러나 실제로 퇴사하고 나서 돈을 벌어보니 회사는 팀워킹이었고 자본과 시스템이 있기에 가능했던 것이었다. 다시 한번 나의 오만함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유튜브뿐만 아니라 셀러들의 오픈 채팅방에는 월 1,000만 원 버는 사람들이 수두룩했다. 셀러들은 저마다 수입과 주문 현황을 인증했다. 평범한 사람들이 월 1,000만 원을 번다는 건 거짓말이 아니었던 거다. 그에 비해 나는 마케터였고 본업으로 100%의 시간을 투자하고 있는데 나는 왜 저 사람들처럼 못 팔까. 자괴감이 들었다.
방법을 찾기 위해 유튜브를 찾아보고 이것저것 강의를 찾아다녔다. 오픈 채팅방에서 추천하는 박람회도 가보고 새로운 방법들도 적용해 보았다. 그러나 마음은 급했고 무리하게 상품을 매입해 재고를 만드는 등 실패의 테크트리를 탔다.
다시 한번 차근차근 잘 된 사람들을 살펴보니 그들도 어느 날 갑자기 짠- 하고 1,000만 원을 벌게 된 것이 아니었다. 밥 먹고 잠자고 쇼핑몰만 하는 사람도 있었고, 하루에 100개씩 상품을 소싱해서 올리는 사람도 있었다. 그에 비해 나는 계속 과거에 묶여 있었다. 나는 마케터였으니 마케팅에 집중해 보자는 생각으로 셀러들의 커뮤니티에서 영업하고 있는 상품 중 적당히 괜찮아 보이는 상품들을 매입해 마케팅에만 열을 올렸다. 팔리지 않는 상품들을 가져와 마케팅에만 투자를 하니 비용은 점점 늘어났고, 수입은 제자리걸음이었다.
나는 회사라는 판을 떠나 다른 판에 나왔다. 새로운 판에는 새로운 전략과 룰이 있다. 대부분 초보들이 새로운 시스템에 적응하고 성과를 내는 방법은 꾸준히 기초 체력을 쌓고 바닥을 다지는 것이다. 내 강점과 스킬이 발휘되는 시기는 보통 기초 체력을 쌓아 올린 후다. 쇼핑몰에서 기초 체력은 마케팅이 아니라 소싱이었다. 다시 한번 소싱에 집중해 바닥을 다져보기로 했다.
퇴사 9개월 차가 되어가는 지금, 그때보다 수입은 나아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돈에 대한 불안감은 있다. 올해 목표는 월 1,000만 원의 매출을 찍어보는 것이다. 너도나도 번다는 그 신기루 같은 1,000만 원을 찍어 보면 지금과는 또 다른 생각을 하게 되지 않을까?
그리고 회사 밖에서 어떻게든 버텨보려고 한다. 회사를 나올 때는 안 되면 돌아가지 뭐라는 생각이 있었는데, 이왕 이렇게 된 거 오기가 생긴다. 회사 밖에서 먹고산다는 건 시간이 걸리는 일이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월 1,000만 원 가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