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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빈 Jul 24. 2023

퇴사 후 수입 폭락에 대처하는 자세

퇴사 후 지출할 돈을 어느 정도 모아 두었음에도 불구하고 수입 폭락에 대한 불안감이 찾아왔다. 쇼핑몰로 그나마 수입이 상승하고는 있지만 언제쯤 월급 만큼의 돈을 벌 수 있을까. 줄어들기만 하는 통장잔고를 보며 초조함에 발동동하는 나날들이었다. 특히 다음달에 얼마를 벌 수 있을지, 어떤 문제가 생겨서 얼마를 더 지출하게 될지 예측할 수 없다는 생각은 불안감을 더욱 커지게 만들었다. 돈에 대한 불안감을 다스릴만한 방법이 필요했다. 내가 수입 폭락에 대한 불안감을 이겨낸 2가지 방법이다.



 

첫째, 새로운 수입 시스템에 적응한다.

모임에서 만난 한 개인사업자 분은 수입과 지출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통장에 남는 돈을 쓴다'는 말을 했다. 그 말을 들으면서 수입의 시스템 자체가 변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제 직장인처럼 따박따박 일정한 돈이 매달 통장에 들어오지 않는다. 어느 날 갑자기 매출이 폭증할 수도 있고 줄어들 수도 있다. 고정 수입이 없고 언제든 수입이 변할 수 있는 변화무쌍한 시스템으로 전환된 것이다.

따박따박 월급이 나올 때는 작지만 월급을 쪼개 돈을 모으고 투자도 하는 소소한 재미가 있었다. 그러나 사업은 매출이 나더라도 쫌쫌따리 정산이 되어 통장에 들어왔다가 와다다다 여기저기 비용으로 빠져나가 버린다. 멋드러지게 '재투자'라고 표현하지만 사실은 그냥 돈을 벌었다는 걸 인지하기 전에 신기루처럼 사라져 버리는 것이다.


사라지는 나의 작고 귀여운 수입.gif


이만큼 허망한 시스템도 없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변화된 시스템에 적응하는 것이다. 그 개인사업자 분의 말에 따라 나도 당분간은 돈이 필요할 때 통장에 남아 있는 돈을 쓴다는 마인드로 접근했다. 직장인 때처럼 고정 수입이 아니다 보니 아직 돈을 모아 투자를 하거나 예금을 하는 건 못하지만 필요할 때 나름 있는 돈으로 돌려막기(?)하며 수입과 지출을 운영하고 있다. 요즘 사람들을 만나면 농담처럼 '근근히 먹고 사는 자영업자'라고 소개한다. 다음 달은 또 얼마가 들어오고 얼마가 나갈 지 예측할 수 없는 사업, 그래서 자영업자는 근근히 먹고 살며 불안해 할 수 밖에 없다. 변화된 시스템에 나름 적응해 가면서 또 다른 대표들은 수입지출 시스템에 대해 어떻게 접근하는지 들어보려고 한다.


둘째, 돈도 결국엔 해결해야 할 문제 중 하나로 인식한다.

사업을 시작하면서 문제의 연속이었다. 고객의 문제, 배송 업체의 문제, 제조 업체의 문제. 내 사업과 관련된 여러가지 문제들이 이곳저곳에서 터져 나왔다. 매일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하루하루였다.

때로는 끝도 없이 터지는 문제들에 지칠 때도 있었지만, 곧 깨달았다. 이게 사업의 숙명이구나. 이걸 내버려두고 해결 못하면 망하는 거구나. 초보 사장인 나는 느리지만 차근차근 문제들을 해결해 나갔다.

터지는 문제들에 익숙해 질 때쯤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사실은 돈도 사업의 문제 중 하나다. 매출이 적은 것, 정산할 돈이 없는 것, 돈은 가장 중요한 사업의 문제 중 하나인 것이다. 즉, 불안해 하고 걱정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규정하면 편해진다. 수입이 적으면 수입을 더 가져을 방법이나 새로운 수입원을 찾을 수 있다. 투자금이 필요하다면 대출을 받는 등 자금을 조달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해결하지 못하고 점점 더 늪에 빠지는 걱정과는 달리 모든 문제는 해결할 수 있다. '돈'이라는 문제는 아무래도 조금 어렵지만.




퇴사 후 수입은 폭락했지만 그래도 나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증가할 수 있는 이유는 하나다. 불안하더라도 오늘 내가 해야 할 일을 하는 것. 불안감을 핑계로 힘들어하는 대신, 어떻게든 지금 당장 닥친 문제들을 해결하고 오늘 할 일을 하는 것이다. 그렇게 쌓인 하루가 당장은 아무렇지 않아 보이지만 차곡차곡 쌓이면 엄청난 성과로 돌아온다.

사실 수입이 증가하고 있는 요즘도 불안감은 있다. '다음달에 이 매출이 나올 수 있을까? 이번 달보다 몇 프로는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는데.' 불안감을 안고 나는 그냥 오늘의 할 일을 한다. 불안이 언제쯤 잦아들지 모르겠지만 아마 계속되지 않을까? 불안감을 다스리며 살았던 오늘 하루를 돌아보며 이 시간이 몇 달 후, 또는 몇 년 후 나의 모습을 어떻게 변화시키게 될까, 기대하며 하루를 마무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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