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리 Nov 28. 2021

체력, 경례!

헬스장에서 PT(퍼스널 트레이닝)를 30회 끊었다. 괜찮은 노트북 한 대 가격이었다.

출혈이 컸다. 하지만 쓸 땐 써야 한다.

체력은 투자만 한다면 무조건 상한가인 주식, 든든한 금리의 적금, 안전한 종신 보험이 되어준다.



1. 일만 하다 죽는 건 싫다.

집에 오면 피곤해서 쓰러진다. 그렇게 누워서 핸드폰 보다 언제 잠든지도 모르게 잠든다. 내 건 언제 하지? 놀든, 공부를 하든, 글을 쓰든, 업무 외 시간을 만드는 건 체력이다.


2. 그래도 일을 못하는 건 싫다.

조금만 더 생각하면 좋은 게 나올 거 같은데... 알면서도, 이 정도만 하자. 타협하고 마는 건 체력이 딸려서다. 생각의 끝까지 달려서 결국 만족스러운 답을 찾아내는 것도 체력이다.


3. 주말이 잠만 자다 끝나는 것도 싫다.

뒹굴뒹굴 귀찮은 건 하기 싫어지니까 어차피 또 핸드폰 한다. 그러다 다시 1번으로 돌아간다. 체력이 생기고는 토요일 아침 9시에 요리를 하러 가고, 김포공항까지 40분 걸려서 와인 수업도 들으러 가고, 일요일에 2시간씩 춤도 출 수 있게 됐다. 그러면서 친구도 만나고, 가끔 피하지 못한 주말 광고 촬영도 무사히 해내는 힘. 주말을 내 맘대로 쓰는 것도 체력이다.


4. 좋아하는 사람들의 안부를 한 번 더 묻고 싶다.

나에게 마음 써주는 사람들을 대충 응대하고 싶지 않다. 사실 약속 네 번 중 한 번은 몸이 피곤한 걸 몰래 다른 핑계를 대고 취소한 적이 있다. 한 번 더 얼굴 보고 한 번 더 안부 묻기. 표현하지 않으면 없는 일이더라. 솔직해지는 건 체력이 필요하다. 그 마음을 표현하는 것도 체력이다. (이건 연락했을 때 거절당할 것을 감수할 용기, 마음체력의 문제인 거 같기는 함)


5. 끼니를 대충 때우는 게 싫다.

라면 한 개도 짜장면 한 그릇도 김밥 한 줄도 다 못 먹었다. 끼니는 거르는 줄도 모르고 걸렀고 그만큼 체력을 갉아먹었다. 운동을 시작하고는 끼니를 거르지 않는다. 아침에 바나나 한 개라도 저녁에 두유 하나라도 의식적으로 챙겨 먹는다. 지금은 한 그릇 뚝딱 인간이다. 뭘 먹든 맛있게 집중해서 먹는다. 잘 먹는 것도 체력이다.


6. 어려웠던 일이 쉬워졌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게 어려웠다. 핸드폰 알람도 5분마다 50개는 있다. 잠을 못 자면 화가 나고 억울했다. 지하철에 자리가 없어 서있을 때면 어지러웠고, 계단 한 층 오르는 데도 숨이 차서 현타가 왔었다. 스쿼트 개수가 늘고 플랭크 초수가 늘면서 아침 기상도 출퇴근 길도 쉬워졌다. 내 몸뚱이를 책임지는 것도 체력이다.


6+1. 하나만 더, 한 개만 더, 한 번만 더

체력은 한 번도 못할 일을 할 수 있게 해 준다. 그 일을 하고 나서 한 번 더 할지, 다른 걸 할지 고를 여력도 생긴다. 호들갑을 좀 보태면 이건 두배 사는 삶 아닌가?! 예습과 복습, 리허설이 가능한 일상이 열리는 거다.

오늘에 한 주에 한 해에 충실할 수 있는 힘, 결국엔 다 체력이다. 그러므로 내일도 체력, 경례!


뻔뻔한 질문 #6. 상대성 시간
하루가 48시간이라면 어떻게 쓸건가요?
하루가 12시간이라면 어떻게 쓸건가요?
이전 05화 손으로 말하다보면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