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을 눌러 담는다는 건

한 글자씩 천천히 써 내려가는 길. 

글을 읽을 때, 내 감정이 모두 전해졌으면 좋겠어. 

내가 너에게 건넨 편지들에 내가 느낀 감정들을 눌러 담아 넣고 

네게 그 모든 감정들이 전해졌으면 좋겠어.

어차피 영원한 건 없어. 

알아. 나조차도 그 당시의 나는 이런 감정을 느꼈구나라며 신기해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너무 절제되지 않은, 다듬어지지 않은, 그런 껄끄러운 감정들을

차마 내가 감당하지 못해서 그저 흐르도록 묻어두는 경우들도 있거든. 

그땐 나름 잘 썼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고, 내 감정들이 사그라들고 나서야 

아. 나는 아직도 많이 미숙하구나. 

절제하지 못한 채, 그저 쏟아내기만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는 상태로 그저 내던져졌구나 -라는 생각. 

차라리 많은 것들을 함축했으면 좋겠어. 

나의 말들이, 단어들이, 이제는 조금은 신중하게 고르는 단어가 

네게 조금은 더 잘 닿았으면 좋겠어. 

너무 많은 것들을 느끼고, 너무 뒤틀린 것들을 느끼고, 

너무 부서진 것들을 모순되는 것들을 그리고 미숙한 것들의 집합체인 나를 

조금은 더 눌러 담아서 네게 전달해주고 싶었어. 

네가 언제든 다시 읽어도, 

아프지 않을, 거칠지 않은 그런 감정들을 한자씩 적어 내려가고 싶었어. 

나의 이야기가 끝이 나도, 네가 그 이야기들을 언제든 다시 읽을 수 있게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