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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랑 Oct 30. 2017

잊어버리는 법

Remeber Me

이젠 내가 너를 미워하니까 좋니.  


" 만약 한 사람과 보낸 시간을, 그 모든 것을 잊을 수 있다면, 너는 잊을 거야?"


문뜩 밥을 먹다 너는 나에게 그런 바보 같은 질문을 했다.


글쎄.


차라리 너를 몰랐다면 그게 훨씬 나았으려나.


사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


하고 싶은 말도, 해주고 싶은 말도 정말 많은데


그걸 내뱉는 순간 그 의미가 엉켜버릴까 봐


어떤 말부터 써 내려가야 할지 정말 오래 고민했어.


이젠 더 이상 내가 너에게 어떤 사람인지는 중요하지는 않아.


미안 이번에도 역시 내가 하고 싶은 말만 쭉 써 내려가네.


잊어버리는 법.


흔히들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된다고, 그 사람의 단점을 바라보면 된다고,


그 사람의 흔적을 다 지우면 된다고, 스스로를 좀 더 바쁘게 만들면 된다고


신나는 노래를 들으면 된다고, 스스로를 좀 더 챙기면 된다고

- 누군가를 위해서가 아닌 자기 자신을 위한 선택들을 하라고


그리고 너도 나한테 난 결국 널 미워할 거라고 했지.


그래서 내가 널 미워하니까 좋니.


너를 다 지우고 아무런 감정도 감흥도 여운도 없이 너를 비워내길 바랬니.


일을 벌이기 시작했어. 알아 난 원래 하고 싶은 게 많았어 그래도 좀 더 바쁘게 살아가 보려 했어.

해야 할 일이 많으면 네 생각이 나지 않을 테니.


단점을 바라보기 시작했어.  나만 조급해하는 거라고, 나만 너와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 안달 난 거라고,

나만 네 생각한다고 보고 싶어 한다고, 나만 너에 대해 궁금해한다고.

어차피 원래 너는 나를 사랑하지 않았으니까.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봤어. 나를 좋아하는 사람들, 나와 흥미가 같은 사람들, 나에 대해 궁금해하는 사람들. 내가 먼저 연락하지 않아도 연락해주는 사람들.


스스로를 좀 더 챙겨보기 시작했어. 하고 싶은 것들을 해보고, 예전이라면 꿈꾸지 않았을 것들을 해보고,

조금은 엇나간 방향으로 다양한 것들을 많이 해보기 시작했어.


잊히더라. 아니 무뎌진 건가.


이젠 네가 연락을 안 해도 그러려니, 굳이 네가 먼저 말해주지 않는 이상은 신경 쓰지도 않을 것들이 늘었고,


네 세상을 궁금해하는 걸 멈췄고, 이젠 거리에서 작고 귀여운 것들을 봐도 네 생각을 하지 않아.


새롭게 만난 사람들은 착하고, 나와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하고, 다정하더라.


근데 너는 없어.


내가 아무리 다른 것들을 해도 너였기에 의미가 있었던 그런 시간은 이젠 없어.


그리고 그게 되게 공허하게 다가와.


나는 그 당시의 너를 추억하는 걸까. 아니면 그 당시 너를 좋아하던 나를 추억하는 걸까.


언젠간 이 모든 것들도 다 무뎌지겠지.


그러니까 ,

 

다른 건 안 바랄게.


그냥


REMEMBER ME , 너를 한 때 많이 좋아했던 사람으로.


네 인생의 작은 한 부분으로 남겨져도 괜찮으니.


REMEMBER ME. 나는 이제 잊을 어린 시절의 나를 기억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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