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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랑 Feb 18. 2018

하루. 그리고 또 하루.

나는 더 이상 그리워하지않았다.

저녁 9시.  계속 턱을 괜체로 혼자 버스 안에 앉아서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기만을 반복하다 결국 한숨을 내 쉰다.


사실 더 이상은 볼 것도 없지만 혹시나 뭔가 있을까라는 일말의 기대와 딱히 할 수 있는 것도 없는 지금, 카카오톡의 노란 화면이 반짝하고 지나간다.


한 손으로 수백명이 넘는 친구 목록을 휙휙 넘기며 습관처럼 네 이름을 보며 잠깐 멈추지만,이내 고개를 젓고는 다시 핸드폰을 꺼버린다.  


멍하니  밖을 바라보면서 느끼는 이 감정은 따분함과 적당한 나른함 그리고 약간의 피곤함이다.

야경을 구경하는 것도 생각보다 힘이 든다는 사실이 이내 머릿속에 떠오르지만 이마저도 하지않는다면 과연 지금 할 만한게 뭐가 있을까 고민을 해본다.


3시간이라는 긴 여정을 지닌 깜깜한 버스 안,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내 자거나 지인들과 조용히 떠들고 있다.


눈을 감고 다시 잠을 청하려하지만 한번  잠은 다시 돌아가기 어렵다. 뜻하지않게 창문 밖만 멍하니 쳐다보다 이내 어둠이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아니함을 깨닫는다.


여기서 잠시 쉬었다 30분 후쯤 다시 출발함과11시쯤에 도착한다는 기사님의 말이 버스 안에 울려퍼지고 하나 둘씩 사람들은 각자의 목적을 향해 떠나간다.


와이파이를 찾아 다시 페이스북을 켜곤 휙휙 빠르게 엄청난 양의 동영상과 업데이트된 소식들을 지나친다. 검색버튼을 누르곤 잠시 네 이름을 쳐 잘 사는지 볼까 고민하지만, 어차피 친구 이외엔 공개하지않는 네 글들을 이내 기억하곤 그만 두기로 결심한다.


습관. 네 이름을 부르려다 네가 여기에 없다는 사실을 깨닫곤 멈칫했던 순간들이 하나 둘씩 떠오르자 입 안에 씁쓸한 그리곤 텁텁한 맛이 났다.

괜히 휴게소에서 사먹은 햄버거가 문제였다며 조용히 궁시렁댔다.


 깨진 유리창처럼 큰 조각들을 치웠어도 작게나마 파편들이 바스라져 남은,그러나 예리한 조각들이 아직 나에게 박혀있는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워도 지워지지않을 흔적처럼 나는 의식적으로 너를 피했었고, 너는 계속해서 떠올랐다.


누군가는 내가 그리워하는 것에 익숙해져서, 내가 너를 억지로라도 생각하는 것에 익숙해져서, 내가 너를 좋아하려고 한 것에 익숙해져서 그 남은 흔적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했다.


마치 미친듯이 질주 할 수 있었던 예전을 떠올리며 습관적으로 뜀밖질을 하려고 하지만 정작 발걸음을 때는 순간 엄습하는 통증에 천천히 걷는 것처럼.


어차피 해결 되지않을 일들이라면 미뤄두는게 맞다고 생각하며 나는 다시 그 생각들이 나를 감싸는 것을 무시했다.


어차피 내겐 다시 너를 바라볼,연락할 용기도 힘도 없으니. 이미 지난 인연이라면 놓는게 맞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안될 인연이었으니 아등바등하게 잡는건 내가 할 수도,하면 되는 것도 아니었으니.


나는 그리워하지않기로 했다.


버스는 다시 출발했고,이내 깜깜한 어둠속을 나는 다시 쳐다보았다.


마지막 인사가 이렇게 늦었어 미안

많이 보고싶지만
널 다시는 만나지 않았음 좋겠어.

아파 울지만 다시는 너로 인해
웃지않았음 좋겠어.

안녕 모두. -IU 마침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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