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곳으로 여행을 가게 되거나
좋은 것을 갖게 되거나
맛있는 음식을 먹게 되거나
그럴 때면 늘 가족 생각이 먼저 났다.
하지만 지금은 아버지가 생각이 난다.
세상을 떠나서 내 곁에 없는데도
기분이 좋아도 아버지 생각이 났고
슬퍼도 아버지 생각이 났다.
아버지가 그렇게 좋아하던 믹스 커피를 볼 때마다
종이컵에 타서 드시면서도
정말 행복해하던 표정이 생각이 나서 좋았는데
이젠 그 종이컵만 봐도 슬프다.
동백꽃을 보았을 때도
그 꽃이 너무 이뻐서 좋았는데
아버지도 보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어 슬퍼졌다.
동네 산책길에서도
우연히 마주한 어르신에게서
뒷짐을 지고 걷던
아버지의 포근한 뒷모습이 생각이 나 슬퍼졌다.
남편이 사 온 보름달빵을 보며
그 옛날 아무리 술을 많이 드셨어도
참새처럼 짹짹이며 기다리던 오 남매를 위해
보름달 빵이 든 봉투를
손에 꼭 쥐고 들어오던 아버지 생각이 나서 좋았는데
이제는 보름달처럼 환했던 아버지의 미소를
더 이상 볼 수 없어 슬퍼졌다.
정기검진을 하러 방문했던 병원 앞에서는
탐스러운 목련을 볼 수 있어 좋았는데
입원 내내
꽃소식 가득한 봄을 한없이 그리워하던
아버지의 슬픈 눈이 생각나서 슬펐고 눈물이 났다.
화초를 기르다 보니
아버지가
왜 그리 꽃밭을 애지중지했는지 알게 되어 좋았는데
아버지가 떠나고 엉망이 되어버린
시골집 화단이 생각이 나서 슬프고 슬펐다.
아버지가 입원했던 그 사월
해마다 찾아오는 그 사월
꽃들이 만개하고 있는 그 사월
그 봄의 한가운데
기분이 좋아도 아버지 생각이 났고
슬퍼도 아버지 생각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