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시시콜콜 05화

기분이 좋아도 생각이 났고 슬퍼도 아버지 생각이 났다.

by 문장 수집가

좋은 곳으로 여행을 가게 되거나

좋은 것을 갖게 되거나

맛있는 음식을 먹게 되거나

그럴 때면 늘 가족 생각이 먼저 났다.


하지만 지금은 아버지가 생각이 난다.


세상을 떠나서 내 곁에 없는데도

기분이 좋아도 아버지 생각이 났고

슬퍼도 아버지 생각이 났다.


아버지가 그렇게 좋아하던 믹스 커피를 볼 때마다

종이컵에 타서 드시면서도

정말 행복해하던 표정이 생각이 나서 좋았는데

이젠 그 종이컵만 봐도 슬프다.


동백꽃을 보았을 때도

그 꽃이 너무 이뻐서 좋았는데

아버지도 보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어 슬퍼졌다.


동네 산책길에서도

우연히 마주한 어르신에게서

뒷짐을 지고 걷던

아버지의 포근한 뒷모습이 생각이 나 슬퍼졌다.


남편이 사 온 보름달빵을 보며

그 옛날 아무리 술을 많이 드셨어도

참새처럼 짹짹이며 기다리던 오 남매를 위해

보름달 빵이 든 봉투를

손에 꼭 쥐고 들어오던 아버지 생각이 나서 좋았는데

이제는 보름달처럼 환했던 아버지의 미소를

더 이상 볼 수 없어 슬퍼졌다.


정기검진을 하러 방문했던 병원 앞에서는

탐스러운 목련을 볼 수 있어 좋았는데

입원 내내

꽃소식 가득한 봄을 한없이 그리워하던

아버지의 슬픈 눈이 생각나서 슬펐고 눈물이 났다.


화초를 기르다 보니

아버지가

왜 그리 꽃밭을 애지중지했는지 알게 되어 좋았는데

아버지가 떠나고 엉망이 되어버린

시골집 화단이 생각이 나서 슬프고 슬펐다.


아버지가 입원했던 그 사월

해마다 찾아오는 그 사월

꽃들이 만개하고 있는 그 사월

그 봄의 한가운데

기분이 좋아도 아버지 생각이 났고

슬퍼도 아버지 생각이 났다.






keyword
이전 04화모두의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