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시시콜콜 06화

우리 엄마 아빠 참 잘했어요

by 문장 수집가

딸 : 엄마 엄마


나 : 왜?


딸 : 엄마랑 아빠랑 전화 통신사 sk텔레콤이지?


나 : 응


딸 : 유심 바꿨어?


나 : 아니 못했어


딸 : 그럼 지금 내가 보내는 링크 보고 유심보호서비스라도 가입해. 그리고 두 가지 더 안내되어 있으니까 그거 보고 전부 확인해 봐


나 : 에고 우리 딸, 엄마 아빠가 그 상황에 대해서 적절하게 대처 못할까 봐 걱정이구나.


딸 : 응, 나랑 동생이 집에 있었으면 우리가 다 해줬을 텐데 걱정이네


나 : 그랬구나. 울 딸 엄마 아빠 생각해 줘서 고맙네. 그렇지만 걱정 마. 유튜브 보고 통신사 홈페이지에서 유심보호서비스 가입했어. 우선 할 수 있는 거라도 해놓자 싶어서 아빠랑 둘이 머리 맞대고 영상 보면서 천천히 천천히 해놨지.


딸 : 아 그래? 엄청 걱정했는데 우리 엄마 아빠 엄청 신세대네. 그런 것도 찾아서 할 줄 알고 말이야.


나 : 너희가 엄마 아빠를 걱정하고 챙기는 걸 보니 우리가 벌써 그런 나이가 되었나 보네


딸 : 아니 그런 게 아니라 그런 디지털 시스템 사용하는 거 좀 힘들 거 같아서 그랬어. 사실 우리 젊은 친구들은 바로바로 적응하고 상황에 적용시키는데 엄마 아빠는 그 메뉴를 찾아 들어가는 것도 어려울 것 같아서 그랬지.


나 : 맞아 그래도 바뀌는 시스템에서 도태되지 않으려고 최소한의 것은 우리가 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


딸 : 그래. 그래도 모르는 거 있으면 우리한테 물어봐


나 : 너네도 사회생활 하느라 바쁜데 그럴 때마다 매번 전화할 수 없잖아. 그리고 우리에겐 유튜브가 있잖아.


딸 : 유튜브가 만능 해결사네. 우리 엄마 아빠가 알아서 할 수 있게 해 줘서 고맙네 그려.


나 : 사실 엄마는 여전히 아날로그가 좋아. 디지털 세상이 편리하긴 하지만 그와 동시에 불편함도 있어. 적응할 만하면 바뀌고 또다시 학습해서 적응할 만하면 또 바뀌고 그래서 때론 또 다른 세상에 갇혀버린 그런 느낌이 있어.


딸 : 그래? 설명해 주는데 어려워? 화면에 다 나와 있잖아.


나 : 설명이 설명이 아니니까 그렇지. 읽어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고 해석도 어렵고 설명한 대로 따라 해도 오류가 나면 그냥 멍해져. 물어봐도 친절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얼마 전에 카페를 갔는데 엄마 연령대와 비슷한 분이 키오스크 앞에서 주문하는 것을 어려워하길래 내가 도와주냐고 말하니까 너무 고맙다고 하더라. 키오스크 사용법이 다 동일한 게 아니니까. 커피를 들고나가면서도 엄마한테 와서 계속 고맙다고 말해서 좀 서글펐어. 이젠 어디를 가면 그런 상황에 놓여 있는 어른들이 자동으로 눈에 들어와. 친구들끼리 농담으로 우린 눈이 사방팔방 달려있어라고 해. 왜냐면 그런 사람들이 자꾸 눈에 들어오니까. 그렇다고 무턱대고 도와주는 건 아냐.. 상대방이 도와달라고 할 때만 그러고 있으니까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염려 붙들어 매..^^


딸 : 듣고 보니 그렇겠다. 우린 그 세대니까 당연하게 사용하는 것들이 어른들에겐 낯설고 힘들 수도 있겠다.


나 : 엄마도 처음엔 키오스크 뿐만 다른 디지털 시스템 사용법이 익숙지 않아서 인터넷이나 유튜브로 사전에 확인을 해보곤 했어.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어. 엄마 친구들이 유튜브를 봐도 인터넷 검색을 해보 뭔 말인지 모르겠다며 물어오는 경우도 많아. 그나마 엄마는 사회생활을 해서 조금 더 유연하게 사용 중이라 아는 범위 내에서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려고 애쓰는 중이야. 그럴 때마다 해결사 노릇을 해주는 엄마가 있어서 다행이라고 웃픈 농담을 하곤 해


딸 : 그렇겠다. 우린 너무 익숙해서 당연하다고 여기고 누렸는데 말이야. 이번에 가면 엄마 아빠가 대처한 거 잘 된 건지 다시 한번 확인해 줄게.


나 : 불편하다고 외면하면 안 되잖아. 디지털 세상 속 끼인세대에서 깨인세대로 나아가고 있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엄마 아빠 둘이 잘하고 있어.


딸 : 와.. 그런 모습 너무 멋져, 걱정했는데 너무 잘하고 있는 걸. 우리 엄마 아빠 참 잘했어요. 칭찬합니다.


나 : 뭐야. 너희 어렸을 적에 엄마 아빠가 하던 말인데 이젠 거꾸로 그런 말을 듣다니.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데 좋아해야 하는 게 맞는 거지?


딸 : 그럼 그럼 칭찬은 좋은 거야. 잘했으니까 이번주말에 내가 맛난 거 사줄게 뭐 먹고 싶은지 아빠랑 의논해 봐.



요즈음 아이들과 나누고 있는 대화의 일부분이다. 사건 사고가 터질 때마다 예전에는 티브를 보는 게 먼저였는데 지금은 스마트폰 하나로 모든 것을 확인하고 정보를 나누고 대처하고 있다. 이번일만 하더라도 대리점 앞에 줄을 서있는 모습을 보면서 무슨 일이 일어날 때마다 피해도 소비자의 몫이고 혼란도 소비자의 몫인가 싶고 대처 방안을 공유하는것도 소비자의 몫인가 싶어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보를 얻을수 있는 곳이 있어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부모를 챙기면서 디지털 세상 속으로 한걸음 한걸음 이끌어주고 있고 부모는 더딘 걸음이지만 그 세상속으로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고 있는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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