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의 작동법도 잃게 된다
많은 아사나가 필요치 않다. 이번 수업의 핵심 주제였다. 이 문장은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다. 초보요가 강사들은 아니 비단 강사만이 아니라 초보들이 저지르는 실수는 많은 내용을 수업에 담으려 한다는 것이다. 한꺼번에 너무 많은 것을 주려다 보니 집중력은 떨어지고 전하려는 의도는 실종된다. 지면과 시간은 한정적인데 알고 있는 모든 것을 담으려는 욕심.
많은 아사나가 필요치 않다는 것은 한 가지 아사나를 다른 각도에서 분석하고 다른 정렬을 적용해 보는 것이다. 회원의 입장에서는 초점의 이동과 새로운 인지이다. 같은 아사나라도 그 부분을 인지하느냐 하지 않느냐는 많이 차이를 가져온다. 같은 소재로 다른 버전의 글을 쓰듯이 아사나도 그런 관점으로 본다.
화요일에 수업할 인요가 시퀀스를 구성하면서 많은 것을 담지 않으려 노력해야 했다. 첫 인요가 수업이라 하고 싶은 동작도 그에 따른 설명도 안에 담고자 하는 의도도 넘쳐나는 상황이다. 무엇을 담고 무엇을 뺄 것인가. 덜어내면 담아야 할 것 같고, 뻬고 나면 꼭 필요한 것 같고, 한 시간 분량의 요가수업이 이렇게 단순해도 괜찮을까? 고민하게 되는 것이다.
인요가는 많은 것들을 담고 있어 조망하는 일조차 버겁다. 그러나 쓰이는 아사나는 한정되어 있고 한 자세로 오래 머무르며 담고 있는 것을 드러내지 않는다. 내 몸의 바른 정렬을 생각하기보다는 내 마음의 머물 자리를 앞서 살핀다. 그 과정에서 외부로 향했던 시선을 내부로 돌리는 것이다. 시선을 내부로 돌린다는 것은 눈을 감고 내 안의 무수히 많은 나를 바라보는 일이다. 익숙하지 않은 머무름과 내면을 응시하는 일은 저항감을 불러일으킨다. 안내자는 달아나려는 마음을 붙드는 일을 도와야 하지만 나는 이제 막 그 물음 앞에 서 있다.
바깥을 향해 달려가도록 길들여진 마음들이 매트 위에 부려져 있다. 멈춘 상태로 자신을 바라보는 순간 오히려 낯설어 불안하다. 내면의 침묵 속에는 듣고 싶지 않은 목소리도 함께 들려오기에 머무름은 때로 용기를 요구한다. 그저 숨 쉬고 있을 뿐인데, 그동안 미뤄두었던 감정과 생각들이 하나둘 떠올라 오히려 더욱 마음이 복잡해진다. 나는 그들 앞에 서서 그 실타래 같은 복잡하고 불편한 감정을 내려두라고, 자리 한편을 마련하여 이름을 붙여보라 말해야 한다. 나조차 하지 못하는 일을 말할 자격이 내게 있나?
그 질문 앞에 멈춰서 있다. 잠시일지 긴 시간일지 알 수 없다. 나 역시 완전히 풀지 못한 실타래를 품고 살아가기에 매트 위에 둥근 등허리를, 무방비하게 놓인 손과 발을 어루만질 수 있다. 기꺼운 가까움. 인요가의 강사는 해답을 주는 사람이 아니라 함께 그 자리에 머물며 기다려주는 사람이어야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자리를 열어주는 일일 수 있다. 안전하게 머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내 편안함이 그들에게 닿길 기다리는 것.
볼스터는 길이가 보통 상체만 하고 크기는 등받이 쿠션의 반 만한 도구이다. 인요가에서 이 도구의 쓰임은 매우 다양하고 그만큼 유용하다. 이마를 툭 올려두고 팔을 걸치고 가슴을 내려두고 천골 밑을 받치고 혹은 다리를 올리기도 한다. 지친 마음 한편 허전한 마음 한 구석 부담 없이 기댈 수 있는 애착 인형 같은 도구이다. 그러면서 힘을 빼지 못해 바닥에 닿지 않는 신체부위의 디딤돌이기도 하다. 보통 긴장을 풀었다 생각하는 순간에도 몸은 긴장하고 있다. 잔여긴장이 남은 몸은 꺼지지 않는 등불처럼 쉴 줄을 모른다. 인요가는 그 긴장을 알아차리고 내려놓는 연습이다. 단순히 아사나를 오래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내 몸이 어디에서 움켜쥐고 있는지를 느끼고 그 손아귀의 힘을 하나씩 풀어주는 과정인 것이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우리는 어느 정도의 긴장을 갖고 살아가야 한다. 몸이 완전히 긴장을 놓아버린다면 살아갈 수가 없다. 근육은 끊임없이 몸을 지탱하고 신경계는 위기 상황에 대비한다. 긴장은 우리에게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에너지이기도 하다.
문제는 그 긴장이 필요 이상으로 쌓이고, 상황이 끝났음에도 풀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마음이 계속 경계하고 몸이 긴장된 채로 남아 있으면, 신경계는 제멋대로 작동한다. 이것은 여행 가방에 쓰지 않는 물건을 잔뜩 담아두는 여행자와 같다. 혹시나 필요할지 모른다는 불안으로 버리지 못한 짐은 꼭 필요한 짐을 찾는 시간을 허비하게 하고, 이동은 점점 버거워진다. 인지하지 못하는 잔여긴장은 이와 비슷하다.
쉬는 법을 잊어버린 몸은 역설적이게도 작동법도 잃게 된다. 인요가가 이것을 해결할 수 있는가는 다른 문제이지만 문제를 일으키는 요인이 한 가지가 아니듯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한 가지일 수는 없다. 어디든 넓고 탁 트인 공간에 무거운 여행가방을 내려놓고 활짝 연다. 가방 속 물건을 하나씩 꺼내 본다. 반드시 필요한 것이 있을 것이고, 같은 물건이 여분으로 여러 개 들어 있을 수도 있다. 그 여분이 정말 필요한 것인지 불안 때문에 챙겨 넣은 것은 아닌지 스스로에게 물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