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균형에 대하여
"춤추는 별 하나를 탄생시키기 위해 사람은 자신 속에 혼돈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F.Nietzsche
늘 불균형에 대해서 생각한다. 떼려야 뗄 수 없는 샴쌍둥이 같은 불균형. 나는 위장과 간담이 좋지 않고 그로 인해 여러 증상들이 나타난다. 특히 호흡곤란은 시도 때도 없이 들이닥치는 불청객이다. 지금은 만성이 되어버린 통증의 원인을 알기 위해 병원을 다니고 약을 먹었지만, 그때뿐이었다. 그러다 원인이 굳어버린 흉추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불과 2년 전이다.
흉추는 몸 한가운데를 지나는 척추의 한 구간이다. 단순히 척추의 중간이 아니라 갈비뼈와 손을 맞잡아 호흡의 폭을 넓히고 몸통의 균형을 잡으며 보이지 않는 안쪽의 장기들을 부드럽게 지켜주는 조력자이다. 그러나 흉추도 다른 뼈와 마찬가지로 잘못된 자세, 움직임의 부족 혹은 외상의 기억으로 굳어버리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단순한 통증을 넘어 몸 구석구석까지 그 영향이 번져간다.
흉추가 굳으면 호흡부터 달라진다. 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갈비뼈와 함께 미세하게 팽창하고 수축하던 흉추가 뻣뻣해지면 흉곽은 제 기능을 못하고 숨은 답답해진다. 호흡은 점점 얕아지고 이유 없이 숨이 차거나 가슴이 답답해지는 순간이 늘어난다.
연결된 부위의 뼈움직임을 둔화되고 주변 근육은 뻣뻣해지고 연쇄는 목과 허리로 이어진다. 더 깊은 문제는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시작된다. 흉추를 따라 흐르는 길에 위와 장, 간과 담, 폐로 이어지는 신경과 혈관이 지난다. 척추의 곡선이 무너지고 움직임이 사라지면 이 섬세한 통로가 눌리거나 자극받는다. 그 결과 소화가 더디고 속이 더부룩해지며 잦은 트림이나 속 쓰림이 일상이 되기도 한다. 간과 담으로 향하는 신경이 영향을 받으면 간 기능이 저하되고 담즙 분비가 어긋나면서 만성 피로나 전신 순환 장애가 찾아온다. 자율신경계까지 흔들린다면 소화, 배설, 순환기 전반에서 다양한 불편이 모습을 드러낸다.
몸은 전체로 놓고 이해해야 한다.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데 우리는 종종 부분만 떼어내어 바라본다. 때로는 성실함마저 몸을 망친다. 균형은 우리가 옳다고 믿는 순간에도 소리 없이 깨질 수 있다. 규칙적으로 물살을 가르고, 습관처럼 뛰던 순간에 몸은 서서히 불균형 쪽으로 기울어지고 있었다. 그러므로 자신을 들여다보는 눈이 필요하다. 얼굴의 잡티를 들여다보듯 몸의 불균형도 살펴야 한다.
수업을 진행하면서 나는 회원들이 스스로 몸을 볼 수 있는 눈을 갖도록 돕고자 했다. 낯설게 느껴질 수 있는 근육의 이름을 수도 없이 반복했다. 밥을 먹다가도 흉추, 요추, 전거근, 능형근, 햄스트링이 떠오를 수 있도록. 요추를 떠올리고 좌골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은 아래허리를 편다. 인식의 변화가 몸의 변화를 만든다. 근육을 친근하게 여겨야 그 기능을 알고 알게 되면 관심이 생기고, 관심이 변화를 이끈다.
흉추뿐만이 아니라 몸의 일부가 가동성을 잃는 것은 대체로 한 가지 원인만으로 생기지 않는다. 습관, 환경, 몸 상태가 겹친 결과이다.
그래서인지 나는 아픈 몸이 잘 보였다. 그러나 몸으로 바로 접근하지 않았다. 아파서 힘들었을 마음을 먼저 알아봐 주었다. 마음이 말랑말랑해져야 그제야 몸은 변화를 준비한다. 마음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그렇다고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다만 우리가 증명할 지성과 수단을 아직 갖추지 못했을 뿐이다.
지혜가 부족해서 내 몸과 마음도 아직 다루지 못한다. 몸을 분리해 생각하는 습관을 오래 지속해 온 탓이기도 하다. 요가지도자과정 선생님의 질문으로 돌아가본다.
"어떤 요가 강사가 되고 싶은가요?"
나는 이렇게 답한다.
자신의 불균형을 찾을 수 있는 눈을 길러주는 것, 불균형한 마음을 돌볼 수 있는 체력을 길러주는 것.
이것이 내가 되고 싶은 요가강사이다.
프리드리히 니체는 완벽한 균형이나 안정만을 추구하지 않았다. 오히려 불안과 혼돈, 갈등이 새로운 성장을 이끌어내는 조건임을 받아들였다. 삶의 어느 순간 불균형이 드러나더라도 그것을 실패로 여기지 않고 변화의 시작점으로 받아들이는 유연성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춤추는 별 하나를 탄생시키기 위해 사람은 자신 속에 혼돈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는 니체의 말처럼 그는 내면의 복잡함이나 풀리지 않는 문제를 억누르는 대신 그것을 창조와 변화의 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다고 믿었다.
다른 이와 생각과 가치가 다르더라도 불균형과 다양성 속에서 새로운 관점과 길을 발견할 수 있다. 완벽하지 않은 자신에 대해서도 너그럽게 대하며, 결핍과 한계, 불균형조차 나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태도가 필요하다. 목표가 빗나가거나 방식이 달라지더라도 거기서 또 다른 의미를 찾고 상황의 흐름에 따라 방향을 새롭게 정할 수 있는 유연함.
니체의 말은 내게 이렇게 들린다. 불균형은 뜯어고쳐야 할 군더더기가 아니라 나를 움직이고 자라게 하는 보이지 않는 근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