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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자 Apr 22. 2022

[게만추2항]나무늘보 엄마지만 포케몬 빵은 사줄게.

쉽게 할 수 있는 역할에 집중하자.

[게.만.추]

세상 게.으르고 만.사 귀찮아하는 삶을 추.구하고 존중받을 권리-       


{게.만.추 2항}

게으른 나무늘보 엄마지만, 엄마 모드가 되면 악착같이 사랑을 쏟아준다. 

쉽게 할 수 있는 역할에 집중한다.




바쁘고 바쁜 일상. 숨 쉴틈 없는 하루였지만 시간을 쪼개고 쪼개어 게으르고 싶은 마음을 달래고 달래어 아들과 한 약속을 지키러 나갔다.


엄마가  포케몬 빵 구해올게.

그리고 정말 해냈다!! 포케몬 빵 한 개. 를 손에 넣은 후, 편의점 한 곳을 더 돌아 아들이 차선책으로 선택한 쿠키런 빵도 무려 여섯 개나 샀다. 빵을 사들고 오는 내 발걸음이 왜 이리 즐거운지. 아들이 스티커를 뜯으며 얼마나 좋아해 줄까. 이 빵을 먹고 조금만 더 자라면 좋겠다. 엄마가 사랑한다는 마음을 조금이라도 알아주면 좋겠다. 빵 하나에 많이도 바라보며, 신줏단지 모시 듯 빵을 한쪽으로 잘 보관해두었다.


이게 뭐라고. 이렇게 뿌듯할까. 


이거 하나 사 와놓고 이렇게 생색내고 싶고, 나는 오늘 할 일을 다 했다. 이만하면 많이~ 노력했다. 싶을까.




게으름에 대해 다시 고찰해본다.


나는 게으르다. 나는 움직이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게으르지만은 않다. 움직여야 할 땐 움직인다. 밥벌이는 하고 살며, 이렇게 글도 끄적이고, 밤새워 일 하는 날도 있다. 그리고 여태까지 나름 치열하게 살아왔다.


어쩌면 게으른 사람들은. 우리들은. 사실은 게으른 것이 아닐 수도 있다.


엄마 모드가 되면, 주부 모드가 되면, 직장인 모드가 되면 치열하게, 악착같이 열정을 퍼부어낸다.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 할 수 있는 영역에서 나의 에너지를 최대한 끌어모아 기꺼이 내 삶의 소중한 것들에게 애정을 쏟아내준다. 다만, 아주 어려운 일- (예를 들면, 포케몬 빵을 사기 위해 3시간씩 줄을 선다던지..)은 가능하면 피할 뿐이고, 내 능력 선에서 할 수 있는 분야에서의 최선을 다한다.


그저 변화를 싫어할 뿐이다. 

새로운 변화를 잘 받아들이고는 싶은데 그것마저 잘 해내야 될 것 같다는 중압감에 조금은 회피하고, 가능하면 눈 질끈 감아버리고, '에라 모르겠다. 안 해 안 해-' 누워버리면서 이 모든 감정을 '귀찮아.'라고 표현하는 것뿐일 수도 있다.


적어도 난 그렇다.


하면 잘할 거면서, 잘할 수 있다는 것도 알면서 변화가 싫어지는 나이가 된 건지, 이제는 나를 게으른 유형이라고 인정해야 하는 건지 잘 모르겠지만.


게으르다고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은 아니며, 

게을러도 열정적일 수 있고,

게을러도 열심히 살아왔을 수 있고,

게을러도 치열하게 달리고 있는 사람일 가능성도 있을 수 있다.


게으름은 어쩌면 '난 잘 해내고 싶어.'의 반대말은 아닐까.


그래서 포케몬 캐릭터 중 고라파덕을 좋아한다. 


골아파골아파~ 아무것도 안할래~~ 몰라몰라.


'그동안 많이 해 왔단 말야. 날 내버려 둬~~' 라며 절규하는 고라파덕의 나름 치열하게 살아왔던 삶을

(고라파덕은 아니라고 할 수 있겠지만) 같은 마음으로 응원한다.



{게.만.추 즐기기 Tip}

쉽게 할 수 있는 역할에 집중하다보면 내 안의 의욕도, 삶의 활기도 다시 채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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