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상의 전환, 긍정적 가치관이 숨을 가져다준다.
알고 있지만 인간의 욕심이 끝이 없다고 하니 더 이상 내 욕심도 자책하지 않으련다.
똑같은 실수를 반복해도 ‘그래, 나 인간이다. 어쩔래?' 하련다.
휴일의 마지막 아침,
뭐라도 해야할 것 같았다. 전장에 나가는 전사처럼 비장한 눈빛과 삼엄한 각오로 ‘오늘 아침은 뭘 먹지? 마지막 만찬은 뭘로 먹어야 이 휴일을 장렬하게 불사지를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집을 둘러보니 휴일이라 아직 늦잠을 자도록 허용해준 첫째가 이불을 돌돌말아 곤히 자고 있고, 둘째 등원 전 먹이려고 끓여둔 미역국 냄비가 주방에 덩그러니 놓여있다. 나의 흰색 냉장고에는 친정엄마가 바리바리 싸준 음식들이 빵빵하게 차 있다.
큰 마음 먹고 아침의 브런치를 배달시켜 먹을까, 아니지 오믈렛을 예쁘장하게 만들고, 소시지까지 구워 동그란 접시에 담아 브런치로 만들어 첫째랑 먹을까? 하다 나의 생각은 엉뚱한 곳으로 꽂혔다.
아무거나 먹자!
피식- 웃음이 났다. 집에 먹을 것이 (천지삐까리?인데) 사먹긴 뭘 사먹고, 만들긴 뭣하러- 에너지 아깝다. 대충 있는거 먹자, 뭘 갖춰 먹어! 어짜피 편한 내 집이고, 아무에게도 방해 안받는 소중한 시간인데. 브런치가 뭣이 중요해. 라는 생각이 드니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아졌다.
냉장고를 열어 잔뜩 쌓여있는 봉지빵- 무려 치즈 케잌을 꺼냈다. 그리고 집 커피를 탔다. 치즈케잌에 커피까지. 1분만에 근사한 브런치가 완성되었다. 쿨쿨 자고 있는 첫째가 깰라, 조심조심 빵 봉지를 뜯어 한 입 베어 물고 커피 한 모금 쪼로록- 마시니, 브런치가 별거냐, 말 그대로 별세상이다.
삶의 베이스에 ‘뭐 특별한 것 없나? 뭐 재미있는 것 없나? 뭐 맛있는 것 없나?’라는 생각이 깔려있으니 쉽사리 그 욕망들이 채워지지 않는 삶을 살아왔다. 늘 허기졌고, 조금씩의 불평이 동반되었다. ‘심심하다, 먹은 것 없이 배부르다, 어디 여행 좀 가고 싶다, 삶이 무료하다.’라는 말을 달고 살았다.
그렇게 늘 채워지지 않은 듯한 일상을 살던 중, 코로나를 직격타로 맞은 삶의 변화가 바로 ‘여행’이었다. 반 강제적으로 여행을 갈 수 없었기에 여행 욕구를 다른 방향으로 채워야했다. 당장이라도 여권과 비행기 티켓을 예약하고 공항으로 달려가고 싶었지만, 현실은 그럴 수 없기에 일상 속 여행을 꿈꾸기 시작했다. 아주 사소한 일상을 통해 여행지에서 느낄 수 있을만한 느낌을 낼 수 있는 방법- 을 생각해보다가 바로 ‘나를 찾는 일상 여행’을 시작했다.
슬리퍼를 신고 나와 동네를 걷다 치킨집 앞 벚꽃 길에서 사진을 찍어봤다. 유명 벚꽃길도 아니라 조금은 머쓱했다.
엄마, 벚꽃에서 치킨 냄새가 나요.
라는 아이의 말 한마디에 빵 터저버렸다. ‘우캬캬- 치킨 냄새라니, 벚꽃이 치킨 맛이었나?'라고 빵 터진 나의 웃음은 진정 '우캬캬'였다. 그렇게 소리내어 웃어본지가 언제였던지. 너무 사소한 일상에서 터진 웃음에 배가 아프고 눈물까지 났다. 꼭 ’특별한 무엇‘을 하지 않아도 웃을 수 있구나. 너무 당연한 것을 이렇게 허무하게 치킨집 앞 벚꽃나무 앞에서 깨닫게 되다니.
지금 당장'의 동네 벚꽃길이 여행지가 될 수 있다. 자동차를 타고 출근시간, 차창 밖으로 보이는 파란 하늘 펼쳐진 출근 길이 '지금 당장'의 '찰나를 즐기게 하는' 여행지가 될 수 있다. 집에 누워 아메리카노에 얼음 둥둥 띄워 음악을 듣는 '오늘의 여유'가 여행지에서의 '허세샷 찍고 싶어질만큼' 여유로운 여행 시간으로 둔갑할 수도 있다.
일상이, 여기가, 곧 여행지다. 내 마음이 곧 나를 웃게하는 치료제다. 생각을 바꾸니 예전처럼 웃던 일상이 다시 내게 찾아왔다.
돈. 시간. 신발. 비행기표... 여행 계획서...
이런 것들 말고 말고, 여행을 같이 떠나 줄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