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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무늬 Oct 24. 2021

#10 하나도 귀엽지 않은 코알라의 일상

나는 코알라다. 그리고 하나도 귀엽지가 않다. 코알라가 귀엽지 않으면 하나도 쓸떼가 없다. 앞집에 살던 귀여운 코알라는 일년내내 같은 온도가 유지되는 곳으로 유학가서 양질의 잎파리를 먹는다고 했다. 심지어 손을 한번 살짝 들면 사람들이 환호를 하며 잎파리를 던져준다고 했다. (정녕 그 잎파리가 돈이 된다는 것을 그 사람들은 모르는 걸까?) 하여튼 그렇게 흔드는 손으로 인해 쌓아놓은 잎파리가 손주가 먹을 정도라고 했다. (나는 이 이야기를 듣고 뭔가 투쟁이라는 것을 하고 싶어졌다) 


귀엽지 않는 코알라는 그저 깨있는 동안에 엊그제 먹었던 바삭한 유칼리 잎파리를 다시 우물우물 할뿐이다. 그것이 이따위 외모지상주의 생태계의 더러운 현실과의 타협인 것이다. 동태를 살핀다. 어떻게 하면 적게 일하고 많이 먹는 인생을 살 수 있는지. 내일은 굶지 않을지. 궁리하고 또 궁리한다. 그러나 다시 돌아온다. 같은 것을 먹는 삶으로. (젠장) 먹지 않은 순간에는 잠이 쏟아질 뿐이다. 엄마는 코알라 인생의 80% 는 잠으로 날아간다고 말했다. 그래서 자지 않은 날에 더더욱 성실히 먹어야 한다고 했다. 


이곳의 겨울과 여름은 경계가 없다. 가을과 봄은 없는거나 다름이 없다. 가끔 어중간한 온도가 고개를 들지만 지구력이 없는 녀석들은 이내 사그라든다. 그리고는 비. 또 지긋한 비가 온다. 비가 올때면 매번 바닥으로 잎파리들이 떨어진다. 나는 비에 젖은 축져진 몸을 이끌고 바닥에 내려가서 잎파리들을 줍는다. 엄마는 이 일이 오십년째다. 나도 아마 같은 인생을 살겠지. 코알라니깐. 이놈의 코알라 인생은 하나 특별할게 없다.  


코알라를 검색했다. (나는 나를 자주 검색한다)3D그래픽으로 만들어진 실제크기의 코알라가 나온다. 코알라는 원래 뽀송뽀송하다. 요상하게 생긴 이 3D 코알라는 맨들맨들하다. 3D로 만들어진 것들은 항상 숨구멍이 보이질 않는다. 나는 마우스를 클릭하고 있는, 털로 수북히 뒤덮인 나의 손을 본다. 잠이 온다. (또) 나는 정말 털도 예쁘게 나질 않는다. 그래도 글은 예뻤으면 좋겠다. 이 글도 한달간 겨우 쓴건데.잠때문에 멀티가 안된다. 먹으면서 쓰는 녀석들의 글은 가벼워서 싫다. 이 글을 언젠간 마무리 할거다. 글쓰는 코알라는 위대하다. 지금까지 잠과의 싸움에서 이긴 코알라는 동상으로 만들어졌거나, 성당 밑에 묻혔다. 나는 위대한 싸움에서 승리할 것이다. 젠장 이제는 배가 고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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