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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무늬 Oct 24. 2021

#9 그런 너를 이제는 꿈에서 본다

봄에 너를 만났다. 너는 나를 가만히 응시하였고, 나는 그 눈동자가 좋았다. 파르르 떨리는 너의 어깨를 보았다. 여기가 어디인지 자주 두리번거리는 눈짓과 팔을 휘젓휘젓 하며 걷는 걸음걸이가 좋았다. 너는 자주 쓰러졌지만, 불평하지 않고 일어났다. 그런 너를 내 품 안에 꼭 안고서는 불면 없어질까 봐 호흡도 조심하며 집으로 데리고 왔다. 그때부터 나는 너의 봄에서 살았다. 하루가 다르게 크는 너의 모습이 뿌듯하고 기쁘기도 했으며, 가끔은 슬프기도 했다. 너는 자주 내 팔에 턱을 받치고 자거나 아무 말도 없이 나에게 다가와 엉덩이를 슬쩍 기대었다. 그렇게 너는 나의 인생을 안아주었다. 산책을 나가면 너는 가끔 어딘가를 가만히 응시했다. 나는 포근하고도 감격스러운 뒷모습을 보며 너의 마음을 짐작했다. 그런 내 마음을 아는지 너는 몇 걸음 걸을 때마다 나즈막히 짖으며 나를 향해 돌아봐주었다. 


그런 너를 이제는 꿈에서 본다 


눈이 잘 떠지질 않는다. 내가 있는 이 공간은 제대로 설 수 없어서 차라리 눕는 게 편하다. 그래서 거의 하루 종일 잠만 잤다. 그러다 네가 왔다. 너는 눈이 크고 예뻤다. 하얀 얼굴을 가지고 있는 네가 오자 내가 있는 공간이 환해졌다. 나는 너가 궁금해서 졸린 눈을 비비며 일어섰다. 뿌연 유리창을 손으로 비비적거리자, 너는 너의 손바닥을 유리창에 대고서는 나를 반겨주었다. 그렇게 너의 집으로 갔다. 나만 맡을 수 있는 너의 냄새가 있었고 집에는 냄새가 그득했다.냄새는 엄마를 생각나게 했다. 너는 항상 부드러운 손길로 나를 안아주고 쓰다듬어주었다. 나는 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데 너는 항상 무엇인가를 나에게 주었다. 나는 무거운 나를 안아주었던 너의 팔과 몸이 신경 쓰여 자주 가서 마사지를 해주려고 했지만, 잠 때문에 매번 실패했다. 


나는 네가 항상 걱정이었다. 나는 너의 마음을 들을 수 있어서, 매번 너를 알 수 있었지만 나는 말을 할 수 없었다. 그게 강아지로서의 한계였다. 그래서 나는 정말 너를 많이 사랑한다고 자주 짖었다. 그것을 꾸짖는 것을 아는데도. 오늘처럼.


그런 너를 이제는 꿈에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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