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거실좀 쓰겠습니다 (10편)
남편이랑 싸우거나 힘들거나 지치거나 어려울때
결론은 아들편에 설 수 밖에 없는 어머니를 볼때
나는 섭섭하기도 했고, 화가 나기도 했다
그러면서 늘 마지막 말은 '어머니 딸' , 나에겐 아가씨.... 어머니가 아기처럼 아직도 애지중지하는 그 딸과 내가 고작 한살 차이 밖에 나지 않는다는걸 ,,, 말하고싶어했다.
'그래 맞지. 너도 아직 어린데...'
스물 다섯에 시집와 한 해 두 해 삶의 역경을 이겨내는 나를 보면
어머니는 미안해하고, 안타까워하셨다. 그리고 그 마음보다 더 큰 마음은 어머니가 내게 얼마나
고마워하셨는지 잘 알고 있다.
남편과의 다툼에 부모님을 끌어오고 싶지 않았지만 친정엄마보다 편한 어머니를 내 엄마라 생각하고
미주알고주알 다 말해버리는 나는 그닥 좋은 며느리는 아니었던 것같다.
스물다섯에 결혼도 남편이 원했던 것이 아니라 내가 내 스케줄에 맞춰 해야 한다고 강조했기에 후다닥 치뤄졌다. 남들이 보면 사고쳐서 결혼하나 싶을 정도로 급하게 나는 시집이란걸 갔다. (아니 왔다는 표현이 정확하겠다)
남들처럼 남편이 가져오는 월급을 바라보고 있지 않았고, 나는 항상 도전했다.
'제발 이제 가만히 있어도 되지 않아?' 하는 말을 들을 정도로 나는 내 인생에 진심이었다.
다행히 남편과 아이들은 내 뜻을 존중해줬고, 늘 함꼐 했기에 그 끝은 좋지 않았지만 우린 3년전 시댁 거실로 들어오게되었다.
처음 이렇게 집에 들어왔을때 잘못된 선택들에 대한 결과를 툭툭 내던지며
돌아가며 이말 저말 하는 것이 내게 정말 아픔이었고 불편했다.
물론 남편, 시아버지, 시어머니는 그냥 ,, 정말 그냥 하는 말이었다. 그게 내 잘못이라고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우리가 이렇게 힘든 상황이 되었으니 함께 잘 극복하고 이겨내보자는 이야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모든 말이 힘들었다.
"여보, 이제 그만 말하면안돼?"
"뭐를?"
"아니, 지금 그렇잖아 상황이. 자기는 한번 이야기 하는거지만 나는 이 집에서 같은말을 세번을 들어. 어머니, 아버님, 자기까지 세명. 그럼 내가 아무것도 안하고 가만히 앉아서 다른 여자들처럼 남편 월급만 바라보고 있었으면 아무일이 일어나지 않고, 행복했겠네?"
"................."
뭐 이런식으로 싸움이 시작되었다.
안정적인 삶을 추구하는 나머지 식구들과
항상 도전하며, 삶을 개척해 나가야 하는 나, 아내로서의 나, 며느리로서의 나,,,,
과연 나는 몇점짜리일까.
"어머니, 저는 제 경험을 통해서 힘들어졌고, 힘들게 만들었지만 그 경험들이 나쁜 경험이었다고 말하고싶지 않아요. 그 안에서 분명히 저는 배웠어요."
"그래,,, 니 마음도 알지... 그냥 하는 말이니 신경쓰지 마라"
과거의 일들에 대해 아무렇지 않게 듣고, 웃고, 말하는 것이
정말 아무렇지 않아 진것도 얼마 되지 않았다.
나는 시댁에 들어와 불편함이 하나도 없었다면 거짓말이지만 그래도 보통의 며느리들과는 달랐던 것같다.
친정에 가는 것보다 시댁 거실이 편했고
친정엄마에게 말하는 것보다 어머니와 두시간씩 이야기를 하는게 편했다.
우리 어머니가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
아버님이 건강했으면 좋겠다는 생각
그 생각을 우리 부모님 생각보다 더 많이하면서 사는 며느리였으니까.
그런데, 내 선택의 결과에 대해 툭툭 말하는 그 말들이 내 마음과는 다른 것같아서 화가났던 것이다.
여러과정을 통해서 나는 생각했다.
정말 며느리는 딸이 될 수 없고
시어머니는 엄마가 될 수 없는 걸까
내가 힘들게 시댁으로 들어온다 했을때, 많은 일을 겪고 고향에 온다고 했을때
우리 엄마는 1년동안 나에게 그때 왜 그렇게 힘들어졌는지, 우리에게 무슨일이 있었는지
단 한번도 묻지 않았다.
건강하게 왔으면 되었다고, 다시 시작하면된다고. 믿는다고. 그랬다. 눈앞에 나를 보지 않으니 함께사는 시부모님들보다 속은 편하겠지만, 엄마는 나를 믿는다고 했다. 그래서 더이상 나의 지난 일에 대한 질문을 하지 않았다.
어머니 아버님은 나를 딸처럼 생각한다 했고, 나역시 부모님 만큼이나 편하지만
결론은 며느리는 딸이 될 수 없고, 어머니는 엄마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나역시 어머니를 엄마라 생각하면, 섭섭한거 그냥 훅 말해버리고 털어낼 수 있는데, 우리엄마한테 하듯 그게 안되니까. 이건 당연한거라 생각한다.
나는 주저리 주저리 이렇게 글을 적고 나면 한 번 더 깨닫게 된다.
우린 특별한 며느리, 특별한 시어머니로 살고 있다는 걸.
그래서 남들보다 조금 더 행복하다는 걸.
엄마같은 시어머니,
딸같은 며느리는 결국 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면서도
분명한건 이순간이 감사하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