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거실좀 쓰겠습니다 (9편)
"우리 친정 가서 살래?"
"못갈건 또 뭐야"
우린 잘 싸우지 않는 부부이지만 때때로 신경전을 벌일땐 꼭 이런 대화를 하곤했다.
가까이 친정집이 있고, 그 집이 훨씬 넓지만 나는 좁은 시댁을 선택했다.
난 출가한 자식이고, 친정에 네 식구 모두가 들어갔을때 벌어질 일들이 뻔했기에
당연히 조금이라도 편한 시댁행을 택한것이다.
남편은 그냥 자기 집에 들어온것이니 불편함이 전혀 없었고, 아이들은 할머니 할아버지 사랑 듬뿍 받을 수 있으니 더할나위 없이 좋은 선택이었다.
하지만 우린 거실생활을 하는 동안 조용히 자주 싸웠고 방으로 들어온 이후에도 투닥 투닥 싸웠다.
그 이유엔 여러가지가 있었지만 하나는 돈 때문이었고, 또 하나는 스킨쉽때문이었다.
우리 남편은 열일곱에 나를 만나 마흔이 다되었는데도 여전히 내가 좋은지
여전히 나와의 스킨십을 원했다.
나는 사는게 때때로 너무 지치고 힘들어 일이 끝나고 집에 들어오면 아무생각이 나지 않는데
남편은 수시로 나에게 표현했다. 사랑한다. 좋아한다. 예쁘다. 아무리 표현해주어도 반응없는 나에 대한 섭섭한 마음.
돌아보니 참 많이 이해되지만 그떄는 이해하지 못했다.
싸우다 보면 항상 그 끝엔
"그래, 다 내가 잘못했다. 내가 문제지"
이런말을 내뱉는 남편의 말에
나는 잔뜩 화가 났다.
어쩌면 마음속으로
' 그래, 자기가 문제야' 라고 생각했던 건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진짜 내마음은 '불편하다'는 걸 호소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냥 대화 할 수 있는 부부간의 대화도 모두가 잠든 시각에는 조용히 숨죽여 대화해야했다
옛날집도 아니고, 방한칸도 아닌데 그렇게 해야 하나 싶겠지만
잠귀가 밝고 예민한 시부모님을 위해서는 나도 그정도 노력은해야했다.
그래서 스킨십은 둘째치고, 저녁시간이 되면 혼자 책상에 앉아 책읽는 조용함이 나는 더 좋았는지도 모르겠다.
어느날 남편이 내게 그랬다
'넌 안 예민하잖아'
나는 예전부터 이 말이 정말 싫었다
'시댁 너무 편해요. 친정보다 편해요' 이런말을 입에 달고 살았던 나이지만
그러나 저러나 이곳은 시댁이고, 난 시어머니 시아버지의 딸이 될 수 없는데. 도대체 뭐가 얼마나 안예민다기에 괜찮아야 된다는 것인지. 가끔 대화를 하다보면 화가났다.
난 그 때마다 말하고싶었다
진짜 예민하지 않은것이아니라
나도 애쓰는 거라고.
나도 가끔 힘들다고.
나도 가끔은 아주 예민하다고.
그러나 돌아서서 그래, 말한들 뭐하나
다 지나가야 할 시간인데.... 라는 생각으로 내 기분을 접어버리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