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에서 변별력이 갈리는 순간들
오랜만에 면접관으로 경력직 신규 채용 인터뷰에 들어가게 되었다. 지원자에게는 무척 긴장되는 일일 수 있겠지만, 실무자인 내게는 일상적인 일은 아니라서 조금 설렜다. 어떤 분과 이야기하게 될지도 궁금하고, 어떤 걸 물어봐야 적임자를 가려낼 수 있을지 고민하며 사전 질문지를 몇번이고 검토했다.
면접관이 해야할 일 1순위는 당연히 지원자의 서류를 꼼꼼히 읽는 것이다. 인하우스로 이직한지 벌써 5년이 훌쩍 넘었는데, 그동안 지원자들의 스펙이 점점 상향평준화하는 것이 보인다. 시대가 변하며 사내변호사의 길을 걷고 싶은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는 것 같다. 대형 로펌 외에도 다른 기업 사내변호사, 공공기관, 법원과 검찰, 세무법인 등등 정말 다양한 이력이 눈에 띈다. 그런만큼, 서류에서의 변별력은 더 중요해졌다.
사실 정말 중요한 것은 그 배경 다음에 나오는 전개다. 아무리 스펙이 좋아도 서류가 제대로 작성되어 있지 않으면 탈락이다. 각기 다른 배경에 서 있는 사람들이 어떤 지원 동기로 이 회사에 오고 싶은지, 그간 수행한 업무는 무엇인지 기술한 내용을 찬찬히 뜯어보아야 한다.
어떤 서류는 보자마자 아웃, 어떤 서류는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그간 몇 백 통의 지원 서류를 살펴보니, 서류 광탈 케이스는 다음 3가지로 정리가 되는 것 같다.
질문에 대한 답을 하고 있지 않은 경우가 있다. 동문서답을 한다는 것이 아니다. 지원자가 어떤 대답을 하고 싶은지 한 눈에 들어오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대부분 지원자가 AI를 활용할 것 같은데도, 어떤 서류는 핵심이 눈에 잘 들어오게 쓰여있지만, 어떤 서류는 흐린 눈으로 몇 번을 읽어보아야 할 때도 있다.
상사에게 보고할 때와 마찬가지인 것 같다. 상사와 면접관의 공통점은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상대의 시간을 어떻게 줄여줄 수 있을까를 고민하지 않은 서류는 쉽게 간과될 수 있다. 빠르게 읽어내려갈 수 있고, 뜻을 명확히 작성한다면 면접관 눈에 딱 걸리는 지원서가 될 것이다.
변호사 경력직 채용에서 아무래도 중요하게 보는 것은 기존 이력을 바탕으로 한 전문성, 혹은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이다. 지원 회사의 사업에서 문제될 수 있는 안건들을 다루어보았는지가 확실한 변별력을 만든다. 그런데 그 부분을 제대로 어필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본인의 전문 역량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본인이 수행한 업무와 주된 해결 방안이나 성과를 사례를 들어 뒷받침하는 방식이 정석이다. 설령 주된 업무는 아니었다 하더라도, 지원 회사와 관련성이 높은 사안을 검토해본 경험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면접관 역시 본인에게 익숙한 사례에 더 이입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지원서를 쓰기 전 본인의 경험을 '영끌'해서 적합한 검토건을 뒤져보는 건 필수다.
지원서에 어떤 특정한 경험을 묻는 질문이 있다면, 마치 인생 전반에 걸친 일을 써도 될 것 같지만 사실은 일 얘기를 써야한다. 그러한 질문의 의도를 깊게 생각하지 않은 채, 정말 확 깨는 답변을 하는 경우가 있다. 갑자기 초등학교와 중학교 경험까지 거슬러 올라가버리는 것.
특히나 경력직채용의 경우, 어떤 문항이든 일에 관한 경험을 녹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창시절에 겪은 여러 시행착오와 도전, 충분히 개인적으로 중요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면접관은 지원자의 일기를 읽으러 온 것이 아니다. 어떤 태도를 보여주고 싶다면, 그간 해본 업무에서 어떻게 대처하였는지를 위주로 작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한다.
자기소개와 경력기술서를 아무리 잘 썼다 해도 이런 질문 하나에서 '읭?'스러운 답변을 보게 되면 결국 그 서류는 전체적으로 감점이 된다. 물론 이 경우는 다른 면접관들과 합의 과정에서 구제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나라는 면접관은, 이 지원자는 면접에서 업무 관련 사항을 더 많이 검증해야겠다 다짐하는 편이다.
결국 서류가 엄청나게 특별해야 눈에 띄는 것도 아니다. 위 3가지도 제대로 갖추기 어렵기 때문이다.
만약 앞서 말한 3가지 이상으로 하고 싶다면, 표현에 좀더 신경써볼 것을 추천해본다. 예컨대 지원 동기 같은 경우는 ('워라밸'이라고 쓸 수 없어 그런지) '산업에 대한 관심이 많다'든가 '선제적인 리스크 검토 업무가 적성에 맞아서'인 경우가 허다한데, 면접관 입장에서는 전혀 인상깊지가 않다. 좀더 개인적인 경험을 담거나 차별화된 표현을 써서, 다른 지원자들과 어떻게하면 다른 점을 보여줄 수 있는지 고민한 흔적이 있다면 확실히 서류부터 차이가 날 수 있다.
서류 탈락이 되었다 하더라도 실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무리 서류가 훌륭해도, 지원자의 여러 배경을 고려할 때 기존 조직에 속한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거나, 구하는 포지션에 적합하지 않으면 뽑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정말 괜찮은 사람 같은데 그런 사정으로 뽑지 못하는 경우는 회사도 아쉽기는 마찬가지다.
서류에 합격했다면, 이제는 면접에서 본인의 모습을 보여줄 차례다. 짧은 시간이지만, 우리 조직에 맞는 사람인지는 충분히 가려진다. 면접에서 떨어지는 이유는 사실 서류 탈락 케이스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 이야기는 다음 편에서 이어가보려 한다.